두 번째 레이스. 이번에는 '싼 값' 에 포인트를 두고 찾아가봤다. 남대문시장은 아주 어릴 적에 옷가지 같은 것을 사러 부모님과 종종 들락거린 적이 있었지만, 이후 가볼 기회가 이상하게도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거기에 뭘 먹으러 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아무튼 싼 값에 메밀국수를 즐기기 딱 좋은 곳이라는 추천도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가장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루트는 위 짤방처럼 남대문시장 1번 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반대편에는 복원 공사중인 숭례문이 자리잡고 있다.
문으로 들어가 한 스무 발짝 걸었을 때의 풍경. 일단 골목의 유혹에 빠지는 일 없이 곧게 난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시장인 만큼 사람이나 짐수레, 차량 등의 통행이 많은 편이라 주의해야 한다.
그러다가 길 왼편에는 알파문구점, 오른편에는 수입과자 등 식품류를 파는 가게들이 서너 곳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그 중 오른편의 '초코나라♡사탕궁전' 과 '(주)한상유통' 이라는 가게 사이로 난 좁다란 골목만 찾으면 만사형통이다.
사실 메밀국수보다는 단것들이 수북히 쌓인 저 모습에 더 군침이 돌았는데, 일단 골목으로 들어가봤다. 예전에 꽤 좋아했던 토블론 피라밋형 초콜릿과 메이지 딸기 초콜릿, 그리고 세븐일레븐에서 낱개과자로 팔던 쇼트브레드 쿠키 등이 발걸음을 떼기 힘들게 만들었는데, 나중에는 결국 '배패를 인정해야' 했다(←오타 아님).
골목에 들어가서 잠시 걷다 찍은 사진. 정말 좁다란데, 이상하게 왠지 모를 정감이 풍겼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어릴 적 생각도 났고.
결국 찾아낸 가게. 골목만 계속 직선으로 걷다 보면 쉽게 간판을 볼 수 있다. 분위기는 예전에 포스팅하기도 했던 전주식당과 비슷했다. 전혀 고급스럽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청결도 면에서 좀 떨어지는 질박한 시장표 식당의 전형적인 분위기였고.
메뉴판 일부. 찍히지 않은 메뉴들 중에는 우동 종류와 카레라이스, 찌개류도 있었다. 가격은 지금까지 다녀본 메밀국수집 중 가장 싼 축에 속했는데-물론 학교 학생식당 제외-, 다른 곳에서는 시킬 엄두도 못냈던 모밀정식(5500\)을 시켜봤다.
밥때가 아니라서 테이블이 몇 개 없는 가게 안은 한산했지만, 배달 손님들이 많아서인지 주방은 여전히 바쁜 분위기였다. 일단 유부초밥 세 개가 단무지, 간장 종지, 와사비와 무 간 것을 담은 종지와 함께 나왔다. 두부나 콩류를 좋아하는 식성 때문인지 초밥도 생선초밥 보다는 유부초밥을 훨씬 좋아하는데, 다만 밥이 좀 질게 됐는지 입안에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유부초밥과 단무지 조각을 천천히 맛볼 동안 메밀면과 육수도 나왔다. 하지만 육수 상태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엄밀히 말하면 부담스러운-슬러시 형태였고, 추운 날씨에 입안에 감각도 없을 만큼 차디찬 육수를 먹을 생각에 암담하기도 했다.
일단 얼음이 녹기를 기다려가며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면을 말아서 먹었다. 파는 육수 안에 넣어져 있는 상태였고, 짭짤하면서도 달달한 국물 맛 자체는 괜찮았다. 하지만 육수의 한기 때문인지 면도 어는 듯한 식감이었고. 혹시 다음에 가게 되면 육수를 혹시 얼린거 말고 그냥 줄 수는 없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무튼 깨끗하게 비우고 나서 계산을 했는데, 계산대 옆의 조그마한 그릇에 조각 초콜릿들이 담겨 있었다. 하나씩 입가심으로 먹고 가라는 서비스였는데, 예전에 이 포스팅에서도 다뤘던 린트의 제품들이었다. 그 중 크로칸트 류인 크레스타 한 조각을 집어왔다.
하지만 저 조각 초콜릿이 결국 아까 봤던 수입과자점으로 무의식적으로 향하게 했고, 동시에 (소소하기는 하지만) 지름으로 이어졌다. 아까 세븐일레븐에서도 판다고 언급했던 워커스(Walkers)의 쇼트브레드 쿠키 두 종류(퓨어 버터 쇼트브레드/초콜릿 칩 쇼트브레드. 각기 1000\)를 구입했는데, 편의점보다 개당 200원 정도 싸게 팔고 있었다.
혹시 유통기한을 조작한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면서도 뜯어서 먹어봤는데, 겉 표면이 깨알같이 반점 돋은 듯한 색깔이라 좀 켕겼다. 어쨌든 순식간에 먹어치웠는데, 지금껏 이상이 없는걸 보면 내 위장이 튼튼하던지 아니면 정말 양심적인 수입품인지 둘 중 하나인 듯. 맛은 초이스 비스킷 비슷하면서도 좀 더 진하고 독특한 향기가 풍겼다. 어쩌면 메밀국수보다는 저 수입과자 더미들 때문에 자주 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집에 가려고 회현역을 향하던 중. '훼이크다 이 병신들아' ??? (자세히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