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잡설

영화 '우리 학교'.

머나먼정글 2007. 4. 24. 21:20

정말 드물게 영화관에 가는 나로서는, 개인사에 남을 세 가지 사건이었다. 혼자서 처음 영화보러 간 것,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는 것, 그리고 영화 보면서 처음으로 질질 짰다는 것.

조선적 동포 또는 재일 조선인이라는 존재는 요 근래에야 한국에 그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도 예전에 바이올리니스트 정찬우의 CD를 소개하면서 쓴 적이 있었고. (관련 글)

일본 사회에서 민감하다 하면 민감한 이 주제를 'GO' 나 '피와 뼈', '박치기' 같은 재일교포 3세들이 만든 극영화에서 다루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디어 평양' 이나 이 '우리 학교'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 학교' 는 그러한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들 중에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관람한 작품이었다. 감독이 일본 북부 혹가이도(홋카이도의 조선식 표기) 조선초중고급학교의 학생들과 몇 년 동안이나 같이 어울려 살면서 찍은 영상들로 만든 것이었는데, 당연히 전문 배우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학생 '동무들' 과 교원들, 그리고 드물게 보이는 일본인 후원자와 교원(체육교사)들이 주인공 겸 조연을 자연스레 맡고 있다.

예전에 인터넷이 '막히기' 전에도 이런저런 소위 '친북사이트' 를 서핑해 봤기 때문에, 그들이 어떠한 일을 하고 어떠한 상황인지를 아주 대충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접한 그들의 일상은 소위 '사상적' 이거나 '정치적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북에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편향성은 있다고 해도, 그 사고의 흐름이나 유연함은 확실히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