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레어 애청곡선-60.슈베르트

머나먼정글 2006. 12. 18. 15:07
종교. 군에 있을 적에는 '세 개 중 택해라' 라고 해서 잠시 불교를 믿은 적이 있었지만, 완전히 형식상이었고 그 뒤로는 지금까지 무교인으로 지내는 중이다. 솔직히 심정을 까놓자면, 어느 종교도 믿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종교가 '교조주의' 쪽으로 흐르기 쉬운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뭐 그렇다고는 해도 종교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커다란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천주교 같은 경우에는 내게 꽤 좋은 인상으로 각인되어 있는데, 명동성당 같은 곳을 가보면 마음이 저절로 경건해지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하다. (그러고 보니 가상 공간이라고는 해도 '마리미테' 에 나오는 사립 리리안 여학원도 천주교 계통의 미션 스쿨이다.)

소위 '종교음악' 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향인데, 실제로 그 동안 내가 탐닉해 왔던 레퍼토리들도 모차르트와 베르디의 '레퀴엠', 베토벤의 '장엄미사', 브루크너와 푸르트벵글러의 '테 데움', 그리고 레어 애청곡선 초기에도 다룬 바 있는 이건용의 'AILM을 위한 미사' 까지 천주교 전례 관련 곡들이 많다.

물론 예외도 있는데,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같이 라틴어 전례문이 아닌 성경 말씀을 골라 텍스트로 한 돌연변이 같은 곡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의 '독일 미사(Deutsche Messe D.872)' 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