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작품은 앞에 다루었던 두 가지 사례보다 더 복잡하고 애매하다. 앞의 것들은 모차르트의 작품인 것은 확실하지만 완성되지 못한 것들이었고, 지금 소개할 작품은 '정말 모차르트의 작품인가?' 라는 의문점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2편에서 다룬 모차르트의 마지막 유럽 일주로 돌아가 보면, 모차르트는 여행의 종착지였던 파리에서 자신의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마지막으로 분투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고 어머니의 죽음까지 접하는 불운을 겪고 말았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이 일주 동안 만하임의 수준 높은 궁정 음악가들과 사귀면서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그 중에는 관악기를 위한 작품들도 포함된다. 궁정악단 오보이스트였던 프리드리히 람(Friedrich Ramm)을 위해 쓴 오보에 4중주가 그 예이다.
그리고 아마추어 연주가들의 의뢰도 잇따랐는데, 네덜란드의 페르디난트 드 장은 만하임에서 플루트 협주곡을, 프랑스의 드 기느 공작은 파리에서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을 부탁했다. 하지만 드 장의 경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해 오보에 협주곡을 플루트 협주곡 2번으로 개작해 건넸다가 작곡료의 일부를 떼이기도 했고, 드 기느도 돈을 제때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
파리에서 드 기느를 위해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을 완성한 직후인 1778년 4월, 모차르트는 콩세르 스피리튜엘(Concerts Spirituel)이라는 악단의 지휘자인 조셉 (또는 장) 르그로(Joseph or Jean Legros)에게 협주교향곡(Sinfonia concertante)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것이 '플루트, 오보에, 호른과 바순을 위한 협주교향곡 K.App.C14.01/297b' 의 작곡 동기다.
의뢰받은 협주교향곡은 네 명의 관악 주자와 관현악을 위한 편성이었는데, 만하임 궁정악단 수석 주자들인 요한 밥티스트 벤틀링(Johann Baptist Wendling, 플루트), 프리드리히 람, 게오르크 벤첼 리터(Georg Wenzel Ritter, 바순) 세 명에 얀 바츨라프 (또는 요한 벤첼) 슈티히(Jan Václav or Johann Wenzel Stich, 호른)가 더해져 네 명이 독주를 맡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들 중 슈티히는 이탈리아식 이름인 조반니 푼토(Giovanni Punto)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었는데, 당대의 가장 뛰어난 호른 주자 중 한 명이었다. (베토벤이 1800년에 작곡한 호른 소나타도 슈티히와의 협연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었다.) 이러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위한 곡이었던 만큼, 모차르트는 의욕적으로 작곡에 임했다. 하지만 또 다른 불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파리 체재 동안 그의 경쟁자들 중 한 사람이었던 이탈리아 작곡가인 조반니 마리아 캄비니(Giovanni Maria Cambini)는 자신의 협주교향곡을 파리에서 예약 출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작곡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캄비니는 자신의 작품과 모차르트의 작품이 비교될 것을 우려했고, 결국 르그로에게 로비를 벌인 끝에 모차르트의 작품을 레퍼토리에서 빼는데 성공했다.
상심한 모차르트는 결국 완성된 협주교향곡의 악보를 르그로에게 팔아버렸는데, 나중에 잘츠부르크에 돌아갔을 때 새로 쓰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르그로는 자신이 산 악보를 분실해 버렸다. 결국 이 작품은 행방불명인 채로 90년 가까이 잊혀져 오다가 1860년에 사본 한꾸러미가 발견되면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사본을 발견한 이는 모차르트 연구가였던 오토 얀(Otto Jahn)이었는데, 상당히 문제점이 많은 악보였다. 원래 독주 편성인 플루트-오보에-호른-바순이 아닌 오보에-클라리넷-호른-바순으로 바뀌어 있는 데다가, 모차르트답지 않은 수많은 경과구들과 악기 배분, 상투적인 화음 구성, 형식상의 결함 등이 발견되고 있었다.
가령 1악장의 2:41~2:43 등에서 나오는 브루크너스러운 게네랄파우제(Generalpause. 총휴지라고도 하며, 모든 악기가 동시에 멈추는 대목)는 귀로도 확인할 수 있고, 네 개의 독주 악기 중 바순이 유달리 홀대받는 것이라던가 세 개 악장 모두가 같은 조성으로 되어 있는 것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여튼 뭔가 '모차르트의 것에 누군가가 어설프게 덧칠을 한 것 같은' 사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얀이 발견하고 사보한 악보 외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새로운 자료들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작품은 소위 '의심작(doubtful work)' 으로 남아 있다. 단지 파리 풍의 몇몇 구절들-3악장의 변주들은 항상 관현악의 후주로 끝맺는데, 샹송의 후렴구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함-이나 기본 악상들에서 보여지는 모차르트식 전형성 정도가 어렴풋이 모차르트의 작품임을 추측하는 증거로 제시될 뿐이다.
이러한 결함들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비교적 자주 연주되고 있는데, 실력있는 솔로 주자들이 모인 악단에서는 커플링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채택되고 있다. 가령 2관 편성인 악단의 경우, 독주 협주곡인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호른에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곡 하나, 그리고 이 협주교향곡이면 모든 관악 주자들이 한 번씩은 솔리스트로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카라얀 시절 베를린 필이 이런 식으로 수석과 부수석 관악 주자들을 솔리스트로 총동원한 음반들을 EMI에서 내놓았다.
그리고 이 수상쩍은 사본에 손을 대서 '좀 더 모차르트 스타일에 가깝게' 새로이 구성한 이가 바로 미국의 로버트 레빈(Robert Levin)이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인 레퀴엠의 보작과 바이올린 협주곡들의 카덴차 작곡에도 손을 댄 바 있는 이 음악학자는 동료인 다니엘 리슨(Daniel Leeson)과 컴퓨터까지 동원해 다각도로 사본을 연구했다.
레빈은 이 사본이 모차르트 작품이라는 진정성을 어느 정도 획득하고는 있지만, 후대에 누군가가 독주 파트의 악기 편성을 바꾸면서 누락되어 있던 관현악 파트를 작곡해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누가 모차르트의 4관 협주교향곡을 썼는가?(Who wrote the Mozart Four-wind Concertante?. Pendragon Press, New York, 1988)' 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레빈이 새로이 보작한 협주교향곡은 브루크너 교향곡의 초판과 개정판 만큼이나 커다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가령 1악장의 관현악 제시부는 관현악만 연주하던 기존판과 달리 독주 악기들도 참가하도록 했다. 새로운 악구들도 덧붙여져 있고, 독주 악기도 네 종류가 고르게 배분되어 있다. 독주-관현악의 맞물림도 훨씬 자연스럽게 고쳐졌고, 1악장에 비중이 두어져 있던 사본판과 달리 3악장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가 있다.
이 협주교향곡 신판은 모차르트 신전집 출판사이기도 한 독일의 베렌라이터 출판사(Bärenreiter-Verlag)에서 출판되었고, 기존의 297b에 대응해 297B라는 번호를 부여받았다(K.App.9/297B). 대문자 B로 표기된 것 자체가 모차르트의 의도에 좀 더 근접했기 때문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곡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까지 풀린 것은 아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경우에는 이 곡을 연주할 때 아직도 구판을 사용하고 있다.)
레빈은 첫 녹음으로 출반된 음반(1983년 필립스)의 해설지를 직접 집필하면서 자신의 성과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필립스의 모차르트 대전집 중 9집의 영어 해설 집필자인 존 워랙(John Warrack)은 레빈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작품의 위작성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결국 모차르트의 자필보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이 곡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실내 관현악단 중 하나인 '세인트 마틴 아카데미 합주단(Academy of St.Martin-in-the-Fields)' 은 음악 감독인 네빌 매리너(Neville Marriner)와 이 곡의 두 가지 버전 모두를 녹음한 첫 악단으로 이름을 남겼다. 구판은 1972년에 영국의 대표적인 관악 주자들인 닐 블랙(Neil Black, 오보에), 잭 브라이머(Jack Brymer, 클라리넷), 앨런 시빌(Alan Civil, 호른), 마이클 채프먼(Michael Chapman, 바순)을 솔리스트로 기용해 녹음했다.
1983년에 녹음된 신판의 솔리스트 진용은 훨씬 화려해졌는데, 스위스의 오렐 니콜레(Aurèle Nicolet, 플루트)와 하인츠 홀리거(Heinz Holliger, 오보에), 독일의 헤르만 바우만(Hermann Baumann, 호른)과 클라우스 투네만(Klaus Thunemann, 바순) 이라는, 각 악기별로 현존하는 최고의 대가들을 섭외해 녹음한 것이었다.
구판과 신판 둘 중 어느 하나를 딱 잡아서 추천하기가 상당히 힘든데, 곡의 진정성 따위는 제쳐두고 전체적인 앙상블의 묘미를 즐기고 싶다면 당연히 구판 쪽이다. 하지만 정격성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스타 플레이어들의 기량을 듣는 재미를 추구한다면 신판 쪽에 매력을 느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모차르트의 무덤 보다는 이렇게 잃어버린 원고들이나 좀 발굴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