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레어 애청곡선-53.쇼스타코비치

머나먼정글 2006. 10. 15. 11:54

올해에는 유난히 작곡가의 탄생/서거 관련 이벤트가 많은 것 같다. 우선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고, 슈만 서거 150주년이며 무엇보다 작곡가로서 나의 정신적 지주인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인 것이다. 세계 각국의 음악잡지들이 특집 기사를 내고, 음악인들은 기념 음악회나 음악제를 열면서 수수께끼같은 작곡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가장 치열하고 (또 해묵은) 논쟁거리가 바로 그의 정치적 입장이다. 솔로몬 볼코프가 구술했다는 '증언' 을 보면 쇼스타코비치가 거의 무슨 민주화 투사인양 묘사되어 있고, 이것이 1980년대부터 쇼스타코비치를 서방에서 다시 보게 된 계기로 작용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두 번의 러시아 혁명을 주제로 한 네 곡의 교향곡-2번 '10월', 3번 '메이데이', 11번 '1905년' 과 12번 '1917년'-을 비롯해 스탈린을 낯뜨겁게 찬양한 오라토리오 '숲의 노래(훗날 스탈린에 관한 구절은 모두 삭제됨)' 등의 소위 '접대용' 작품도 여럿 만들었다.

또 레닌 훈장을 서훈받은 소련 인민예술가이자 작곡가동맹 의장을 역임한 경력도 있었고, 나름대로 애국심이 투철한 공산당원이었다. 게다가 쇼스타코비치와 친분이 두터웠던 영국 작곡가 브리튼도 공산주의자였음을 생각하면, 쇼스타코비치에 대해 그렇게 '우파 작곡가' 로 몰아붙이기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