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잡설

안익태 친일 논쟁, 드디어 수면 위로???

머나먼정글 2006. 4. 2. 13:57
좀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우선 이 글부터 대충 보시고;

올해는 여러 모로 뜻깊은 해가 되고 있는 듯 하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슈만 서거 150주년, 개인적으로는 푸르트벵글러 탄생 120주년, 그리고 '애국가' 의 작곡가 안익태도 탄생 100주년을 맞는 터라 이런저런 행사도 많이 하고 떠들썩한 것 같은데, 서점에 '객석' 이 들어와 있길래 보니까 안익태의 친일 혐의에 대해 쓴 글이 있어서 한참을 서점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그 글의 주요 뼈대 중 '강천성악은 일본의 에텐라쿠를 주제로 한 곡' 이라는 주장은 내가 이미 저 윗 글에서 밝힌 바 있다.

솔직히 나는 윗 글을 네이버에 블로그를 두고 있을 때 썼다가 꽤나 욕을 먹었던 바 있었다. 하기야, 내가 안익태에 대해 가졌던 숱한 의구심을 쏟아낸 글이고, 원초적으로 일국의 국가 작곡가를 씹었으니 당해도 쌌던 걸까?

하지만 음악을 공부하고 있고, 음악에 뜻을 두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사실을 절대 넘어갈 수 없었다. 어쩔 수가 없었으니까. 낙소스(Naxos)의 '일본 작곡가 선집' 1집인 '일본 관현악 모음(Japanese Orchestral Favorites)' 중 고노에 히데마로가 편곡한 '에텐라쿠' 의 선율이 안익태의 관현악곡 '강천성악' 중간부에서 그대로-솔직히 말하자면 꾸밈음 같은 '꺾기' 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 골조는 영락없이 똑같다-나오는 것을 어쩌라는 말인가? 괜히 생트집을 잡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 자신이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몰라도 될걸 굳이 알아서 기분 더러운' 지경이었다는 말이다. 

이러한 곡의 정체성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지금은 폐간된) '음악동아' 의 별책부록 CD 해설에서는 민족성이 강한 곡이네 어쩌네 하고 말미에 '한때 일본의 에텐라쿠와 비슷한 선율이 나와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라는 말 한마디로 넘어가려 했던 것까지 똑똑히 기억난다. 그 어설픔을 차마 눈감아줄 수 없었던 내 고약한 심보를 용서해 주시길.

뭐 그렇다고 '안익태=친일파' 라고 그냥 단정짓기는 싫다. 솔직히 내 자신이 안익태보다 음악적으로 잘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있고, 그리고 이 일이 국민적인 문제로 다시 불거질 경우 예상되는 온갖 논쟁에 극단주의자로 분류되어 포함되는 것이 그렇게 기분이 좋지도 않다. 그리고 안익태의 행적에서 왠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애매모호한 사례가 자꾸만 생각나는 터라 함부로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국가(national anthem)로서 '애국가' 의 존립 자체는 다시 재고해 볼 필요가 분명히 있을 듯.

p.s.: 모 이동통신 회사가 '애국가' 의 락 버전 편곡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그것이 애국심이라는 이름 하에 포장되어 가는 것도 좀 재고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뭐 장삿속 아니라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