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까닭모를 눈물: 김동률-새

머나먼정글 2006. 1. 15. 17:38
(원래는 밑의 '인생구상' 글보다 더 먼저 썼어야 하는 글인데, 어쨌든 그냥 찌끄리겠습니다.)

외박 복귀가 얼마 안남았으니 또 다시 우울 모드 회귀 조짐. 3월 말에 2년차 나가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점점 다가온다.

군 생활이야...블로그에 방금 쓴 글에서도 그랬듯이 항상 우울하고 불만 투성이라 그런지 요즘에는 자주 감상적이거나 과거 회상에 사로잡히는 듯 하다.

1년차 휴가 때였나? 김동률 라이브를 처음부터 쭉 듣다가 세 번째 트랙인 '새' 를 주의깊게 듣기 시작했다. 전람회 2집에 있던 곡인데,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라이브를 위해 새로 어레인지한 탓에 상당히 '품위있는' 곡이 된 듯 하다.

하지만 '기억의 습작' 이나 '10년의 약속' 이 주었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애잔한 추억이 아닌 무언가 희망을 남기고 있는 것이 참 색다른 감동이었다. 군대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김동률 넘버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것이 곧 눈물로 이어지는 곡은 그리 많지 않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3악장과 현악 4중주 16번 3악장,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2악장, 글라주노프의 교향곡 4번 1악장 정도가 내 기준으로는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넘버들이다.

라이브를 위해 편곡된 '새' 는 원곡보다 훨씬 더 감상적이다. 나이를 먹었다는 티가 나기는 해도, 뭔가 신비스러움까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인 듯. 그리고 한숨 쉬듯이, 혹은 눈물이 떨궈지는 듯이 주르륵 미끄러지는 스트링 구절이 더더욱 가슴시린 것 같다. 참 말로, 혹은 글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다.

복귀를 얼마 남겨 놓지 않아서 였을까? 아니면 군 생활로 인한 박탈감과 상실감, 혹은 전역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까? 열 번 정도 반복해서 들으니 눈시울이 뜨겁게 젖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새벽 2시 쯤의 일이었으니, 나만 간직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경험이었다. 대중음악을 들으면서 처음 느꼈던 서글프기도 하고 야릇하기도 한 감정. 늙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나약하고 두려운 나 자신을 점점 알아가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