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서태지 심포니 관련 추가 질의 사항: 어디다 물어봤는가?

머나먼정글 2008. 9. 23. 22:09
누군가가 내 블로그에 '의혹에 대한 의혹' 을 제기하는 답글 두 개를 달았다. 처음에는 정당한 의혹 제기인 것 같아 보였으나, 그 댓글의 블로거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이 글에서부터 제대로 된 소통은 커녕,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 대해 '컴퓨터상에서만 지껄이는 개찌질이들' 운운하는 것부터 애당초 정상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고, 머지 않아 인신공격도 가해질 것을 우려해 답글을 삭제하고 차단 기능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빈정상했는지 어쩐지, '웬 돼지같은 새끼', '그 햄 재료같은 새끼' 어쩌고 하면서 예상했던 대로의 인신공격이 작렬했다. 뭐 어차피 그 쪽도 내 글의 주소나 블로그 주소를 까놓고 씹지 않았으니, 나도 그 쪽의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 차원에서 '익명의 블로그' 로 일단은 해두겠다.

말투고 행동이고 어쨌건 그 블로거의 '반박' 에는 약간 흥미가 있어서 로열 필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봤다. 그 블로거가 연락을 직접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제시한 영어 문구의 출처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다.

로열 필하모닉 콘서트 오케스트라 소개 페이지

이미 1차 의혹 제기 때 올린 바 있던 페이지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나온 서태지 컴퍼니 측의 해명 대로라면, 그들은 '로열 필하모닉 콘서트 오케스트라' 가 아니라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와 계약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로열 필 콘서트' 측에 그것을 물어보는 것 보다는, '로열 필' 측에 물어보는 것이 더 확실하지 않을까?

로열 필하모닉 콘서트 오케스트라(1987년 창단)는 입이 닳도록 말하고 있지만,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946년 창단)의 하부 조직이다. 그리고 그 쪽에서 이름을 올려놓은 엘리 애플바이(Elli Appleby)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스페셜 프로젝트 매니저(Special Project Manager)라는 직함으로 소개되어 있다. 저기서 이야기하는 '스페셜 프로젝트' 가 무슨 계획이나 공연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로열 필 콘서트의 활동 영역에 비추어볼 때 대중적인 공연을 기획하는 직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로열 필 콘서트 항목에 소개된 애플바이라는 인물 외에도 로열 필에 따로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라는 직함을 가진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언 맥클레이(Ian Maclay)라는 인물인데, 디렉터라는 직함으로 따져 봤을 때 아마 로열 필의 공연 기획 등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추정된다. 아래 페이지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개 페이지

그리고 또 따져봐야 되는 것은, 로열 필 콘서트와 로열 필에 배당되어 있는 전화번호 차이다. 해당 페이지에 가보면 알 수 있지만, 그것도 귀찮은 이들을 위해 따로 적어둔다;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전화번호
(전화) +44 (0)20 7608 8800
(팩스) +44 (0)20 7608 1226

로열 필하모닉 콘서트 오케스트라 전화번호
(전화) + 44 (0)20 7608 8839
(팩스) + 44 (0)20 7608 8801

로열 필과 로열 필 콘서트가 모체와 하부 조직 관계에 있다고 해도, 전화번호와 팩스번호를 굳이 따로 쓰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행정 업무를 따로 처리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로열 필 콘서트 보다는 서태지 심포니 측이 계약했다는 로열 필 쪽에 물어보는 것이, 나나 여타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 더 확실한 비수를 꽂을 수 있는 방책일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저 블로거가 '로열 필 콘서트가 톨가 카쉬프와 한국에서 공연을 하는가' 는 질문을 던진 것에 로열 필 콘서트 측이 '카쉬프씨와 서태지 심포니 공연이 있다' 고 대답했다고 밝힌 것이다(첫 문단에 링크해둔 캡처짤 참조). 그러면 계약한 오케스트라가 로열 필(RPO)이 아닌 로열 필 콘서트(RPCO)인가? 서태지 심포니 측에서 거짓말을 한 것일까? 점점 더 아리송해진다.

만약 로열 필 콘서트가 아닌, 로열 필에 전화했을 때도 같은 대답-자신들이 서태지 심포니 측과 공식 계약했다는 대답-이 나온다면, 나는 오케스트라 문제 건에 대해서는 깨끗이 승복하겠다.

그러나 아직도 의혹은 두 가지나 남아 있다. 로열 필하모닉 콘서트 오케스트라가 영국에서 6대 관현악단으로 손꼽힐 정도로 메이저 악단인지, 그리고 톨가 카쉬프에 관한 홍보 자료의 진실성은 믿을 만한 것인지. 일단 첫 번째 문제인 관현악단에 대한 대답을 기다려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