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레어 애청곡선-44.김순남

머나먼정글 2004. 9. 9. 00:53
애청곡선 5편에 등장한 아쿠타가와 야스시의 '나의 음악 이야기' 라는 책을 보면, 니키카이 오페라단과 함께 일본 2대 오페라단인 '후지와라 오페라단' 의 창설자이기도 한 테너 가수 후지와라와 열차 식당칸에서 나눈 대화가 수록되어 있다.

"나는 전세계를 돌아다녔는데, 식당차에 자기 나라 요리가 나오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어요. (중략) 맛있는 술과 맛있는 요리가 있는 곳에는 또 반드시 좋은 음악이 있는 법입니다."

이 대화 뒤에 아쿠타가와는 그 동안 일본에서 진행된 '새로운 일본의 음악' 에 대한 접근 방식을 비판했다. 놀랍게도 그 비판 대상으로 꼽은 곡이 바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였는데, 선율 자체가 일본의 '가가쿠(아악)' 에서 따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인인 프란츠 에케르트가 억지로 붙인 코드를 합주용으로 쓴다는 것이 주된 지적이었다.

물론 선율에서 아예 민족성이라고는 없는 찬송가 풍의 '애국가' 를 줄기차게 부르는 한국이라는 나라와는 아예 비교가 되지도 못한다. 물론 전세계 국가들 중 민족성 없는 서양 스타일의 곡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나라를 상징하는 노래라고 한다면 그 나라의 음악 재료를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새로운 한국의 음악' 이 다행스럽게도 8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예전까지는 성역이었던 '뽕짝', '친일 음악인', 그리고 '애국가의 민족성' 에 대한 논쟁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도 그 때였고, 월북 음악인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도 80년대 후반에 와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