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임진강~망향의 바이올린

머나먼정글 2004. 8. 2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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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한데 뭉뚱그려 놓은 듯한 것이 바로 재일동포 사회다. 일본은 현재 대한민국-즉 남한-과 정식 수교 관계를 맺고 있지만, 북한과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동포 사회에 존재하는 민단과 총련 두 단체가 증명하듯, 동포 사회도 마찬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일본에서 그나마 '재외국인' 으로 대접을 받는 교포들은 민단 교포들, 즉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교포들 뿐이다. 나머지 교포들은 완전히 다른 제 3국의 국적이거나 일본 국적, 혹은 무국적자다. 이들은 제 3국이 수교국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그 대접이 판이하게 틀려진다.

문제는 바로 '무국적 교포' 들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들을 '북한 국적', '조총련계' 라고 싸잡아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양방언이 지하철 공짜신문 '메트로' 에서 북한 국적이라고 언급된 사례가 있음) 물론 그들 중 몇몇은 총련의 열성 추종자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총련에서 후원하고 운영하는 조선학교를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따질 것은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그들은 국적이 없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외국인 등록증에 국적이 씌여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국적은 현재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Korea' 라는 나라다. 해방 이전의 식민지 상태였던 '조선' 이라는 것이다. 그 '조선' 이라는 단어는 북쪽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 세워지면서 북한으로 단정지어졌고, 그들은 자동적으로 '빨갱이' 가 되었다.

이들 무국적자, 즉 '조선적' 동포들은 이러한 오해 때문에 남한에는 아예 가지도 못했고,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법적인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는 처지 속에서 몇십 년을 애매하고 힘겨운 위치에서 살아가야 했다. 물론 북한이 보낸 '북송선' 을 타고 조선학교에서 배운 '조국' 의 품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도 수십만 명이나 되는 조선적 동포들이 일본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이었던 만큼, 민단 동포들과 조선적 동포들이 제대로 교류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원 코리아' 라는 구호 뒤에는 해결해야 될 서로간의 앙금과 '두 개의 조국' 이라는 원초적인 문제가 쌓여 있어 순탄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