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차이코프스키 콩쿨 실황 음반 발매.

머나먼정글 2004. 6. 29. 22:13
ⓟ Moscow State Conservatoire named after P.I.Tchaikovsky

풍월당에서 세일을 했을 때, 정말로 듣도 보도 못한 상태임에도 아무 거리낌없이 (그리고 보인 즉시) 집어든 CD가 있었다. 어디서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단지 키릴 문자와 알파벳으로만 적혀 있는 매우 해적판스러운 것이었다.

바로 제 1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쿨의 실황 음반이었다.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콩쿨은 폴란드의 쇼팽 국제 콩쿨, 벨기에의 엘리자베스 여왕 국제 콩쿨과 함께 세계 3대 콩쿨로 손꼽히는 음악 경연대회의 명가다. 물론 나는 예후디 메뉴인의 말처럼 콩쿨을 거의 거절하는 입장인데, 내 생각과는 별도로 저런 평가까지 깎아내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1958년에 개최된 제 1회 차이코프스키 콩쿨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제국' 으로 낙인찍혀 있던 소련의 위신을 세우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인 목적도 있었다. 그런 만큼 소련 측은 나름대로 치열하게 가려 뽑은 유망한 후보자를 대거 투입해 입상을 노렸다. 하지만 이 첫 회는 오히려 소련 예술계에 일종의 망신살이 뻗치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