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는 악단 혹은 음악인들의 이해 부족과 연주의 어려움, 북한에서는 '주체 음악' 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평가 등으로 윤이상 음악은 정작 한반도에서 그다지 후한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물론 남북이 각각 '통영 국제음악제' 와 '윤이상 음악회' 라는 음악제를 1년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지만, 그 시기 외에 윤이상 음악을 연주회에서 듣기는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윤이상 음악의 소개와 연주, 연구에 열성인 나라는 일본이다. 손익분기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반을 꺼리는 현대음악임에도 불구하고 10장의 CD 세트(카메라타)를 발매한 나라이며, 니시무라 아키라 등 현재 일본에서 활약하는 많은 현역 작곡가들이 독일에서 윤이상에게 수업을 받은 바 있다.
1983-87년까지 5년 동안 한 편씩 발표한 교향곡의 전곡 음반은 독일의 마이너 레이블인 'CPO(Classic Produktion Osnabrück)' 에서 낱장으로 나와 있었는데, 최근 조선 국립 교향악단이 연주한 교성곡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광주여 영원히' 와 함께 CD 네 장의 세트-위 사진-로 다시 나와 있다.
폴란드에 있는 비드고슈치(Bydgoszcz)라는 도시의 '포메라니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Filharmonia Pomorska)' 가 일본인 지휘자 우키가야 다카오의 지휘로 녹음한 저 앨범들은 세계 최초로, 그리고 현재 유일하게 나와 있는 윤이상의 교향곡 전집이다.
하지만 카메라타 앨범 중에 교향곡 2번과 4번을 같이 담은 앨범을 이미 가지고 있고, 교향곡 1번은 '낙양' 이라는 실내 앙상블 작품과 함께 조선 국립 교향악단이 연주한 앨범을 가지고 있었다. 교향곡 5번은 CPO의 낱장으로 사 놓았었고.
결국 3번이 비는 상황이 생겼다. 게다가 마이너 레이블의 CD는 일반 CD보다 3000-5000원 정도 더 비싼 편이라 엄두를 못내고 있다가, 막상 사려고 하니까 저 세트 빼고는 다 절판이 되어 버렸다.
이미 겹치는 곡들이 태반인 저 세트를 다시 사기도 좀 그렇고, 하지만 낱장 앨범들은 이미 대부분의 레코드 가게에서 사라져 버렸고. 하지만 아픈 발을 끌고 돌아다니다가 찾아낼 수 있었다.
명동 아바타몰 지하의 쉰나라레코드(가칭???). 거기에 1번과 3번을 담은 문제의 CD가 딱 한 장 짱박혀 있었고, 돈이 쪼들림에도 불구하고 즉시 근처 캐쉬 로비에서 돈을 뜯어내 구입하고 말았다.
일단 들고 다니는 CDP로 걸어서 들어 보았다. 3번은 처음 듣는 탓에 뭐라고 특별히 느낌이 오지는 않았는데, 1번의 경우는 조선 국립 교향악단 연주보다 많이 생경한 느낌이었다.
특히 스네어 드럼의 경우, 작곡자가 악보에 분명히 '향현(響弦)을 풀어놓은(ohne Schnarrsaite)' 상태로 연주하라고 했음에도 지키지를 않았다. 타악기 주자 혹은 지휘자가 악보를 잘못 읽은 것일까?
(윤이상은 대개의 경우 스네어 드럼을 작품에 넣을 때, 장고의 느낌을 내기 위해 향현을 풀고 연주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윤이상 음악을 서양 사람들이 연주할 경우 흔히 따라다니는 '풍토의 차이' 가 여전히 남는 것 같았다. 흐름이 좀 부자연스럽고 리듬 처리가 너무 딱딱해서 귀가 좀 피곤할 정도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치즈 냄새' 가 좀 심하게 난다고 할까.) 하지만 드물게 나오고 있는 윤이상 음반이니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이로서 윤이상 교향곡 전곡의 음반을 모두 구입했다. 물론 아직까지 구하지 못한 CD들도 많기는 한데, 대부분 '채산성 안맞음' 의 이유로 수입이 되고 있지 않아 해외에 직접 주문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국내의 신진 혹은 소장파 작곡가들에게는 '만년의 퇴보가 느껴지는 안타까움'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고, 연주가들에게는 '연주해 봤자 사람들이 이해도 못할 작품' 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소외의 대상인 윤이상의 교향곡들인데, 일단 청중들에게 '들려주기라도' 해야 그나마 총체적인 평가가 나올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