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레어 애청곡선-19.쇼스타코비치

머나먼정글 2004. 3. 25. 20:59
대한민국은 친미반공의 국가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당치도 않게 '극우' 혹은 '보수' 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진정한 극우나 보수라면, '친미' 가 아닌 '반미' 가 정상이다.) 그리고 저 이념은 문화예술 쪽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승만 정권 시절부터 소련과 중공 등 사회주의 국가의 음악과 음반은 그 자체로 '이적표현물' 이었고, 이들은 법령에 의해 수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친애하는' 미국에서 소련 연주인들이 공연하고 소련 작곡가들의 최신작을 미국 음반사에 녹음하던 상황과도 달랐다.

물론 이러한 법령은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전 작곡가의 음악과 음반은 누가 연주하건 허용된다' 라는 방침 때문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여 있었다. 그러나 그 '음반' 이 멜로디아(소련)나 수프라폰(체코), 훙가로톤(헝가리) 등 사회주의 국가의 국영 음반사가 제작했다면 역시 수입 금지 품목이 되었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쇼스타코비치-프로코피에프-하차투리안의 '소련 3인조' 작곡가들과 윤이상, 김순남 등의 음악을 80년대 초반까지 수용하기는 커녕,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로 보내 왔다. (게다가 월북 음악인인 김순남의 경우 88년까지 몇 년 더 기다려야 했다.) 결국 한국의 많은 연주가들은 저 작곡가들의 작품을 외국인들보다도 더 적게, 그리고 서툴게 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 규제가 해제된 지 20년이 약간 넘지만, 국제음악제로 명예 회복이 손톱만큼 이루어진 윤이상이나 월북 문인 해금으로 사슬에서 풀려난 김순남을 빼고는 저 3인방의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