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잡설

내일은 땅끝으로.

머나먼정글 2004. 3. 22. 02:07
파리 모기 날리고 바퀴벌레도 날아다닐 것이 분명한 어느 다음 카페. 그 곳에는 아주 거창한 대의명분을 지닌 왼쪽의 면상이 운영자로 버티고 있다. 물론 회원들의 관심이 거의 없어서 언제 망할 지 모른다.

그래도, 자그만치 '팬클럽' 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데다가, 그 주인장이 한국 공연에 하나라도 빠진다면 체면이 말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내일 생애 세 번째로 통영행. 두 번은 지난 2002년에 있었다.

통영국제음악제. 한반도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음악회로 시작해, 올해에는 한 해 전체를 통틀어 진행시키는 대규모로 발돋움한다고 한다. 하지만 3월 내내 연속으로 하는 관행은 계속 유지되고 있고, 내일 공연이 바로 2004년 시즌의 개막 연주회다.

저 연주회의 지휘자가 바로 나의 카페 '테마' 이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나 존 바비롤리, 헤르만 아벤트로트, 키릴 콘드라신 등 서양 지휘자 외에 존경하는 한국계/한국인 지휘자 둘 중 한 사람이다. 바로 김홍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공연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지만, 그 만큼 공연의 희소 가치는 분명히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내일 공연의 곡목은 지휘자로서도 처음이고, 한국에서도 처음 연주되는 윤이상의 오페라 '영혼의 사랑(Geisterliebe)' 이다. 비록 무대 없이 칸타타나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이기는 해도, 이 쯤 되면 돈을 듬뿍 들일 가치가 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면서 '음악회만 보고 밤차 타고 오던' 스파르타식 일정에 고생한 2002년과는 좀 다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통영에서 유명하다는 충무김밥도 입에 대지 못했고, 단 것을 좋아하는 내게 분명히 강하게 어필할 꿀빵도 그렇다. 그리고 해저터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래서 이번에는 연주회 외에 저 '세 마리 토끼' 를 더 잡을 계획이다. 물론 내일 하루에 저것들을 다 하기에는 분명 시간이 부족하다. (물론 돈도 간당간당하다.)

분명 몇몇 종목들(???)은 어딘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에 해야 제대로 석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깝다는 마산에 사는 어느 지인에게 하룻밤을 청할까 생각도 해봤고, 이런저런 싸구려 여인숙도 찾아 보다가...

...찜질방. 작년에 대구에 갔을 때 유용하게 써먹은 곳이 이제야 생각이 나다니.

물론 관광도시인 만큼 가격이 좀 세다. 8000원이라니. 찜질방을 추가시키면 통영 한 번 갔다 오는데 최소한 7만원은 들고 가야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티켓값은 예매했으므로 제외) 결국 올해도 '자력갱생' 은 실패. ;w;

어쨌든, 서울을 벗어나 오랫만에 남해 바다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올해의 삶에서 큰 가치가 있을 여행이다. 단지 위의 돈 문제와, 그리고 요즘 오래 걸어다니면 아픈 오른발이 걱정거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