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레어 애청곡선-18.오크스/필나이

머나먼정글 2004. 3. 18. 13:06
ⓟ 1988 EMI Electrola GmbH

(*주의: 이번에 선정된 곡들은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어 본 고단수 애호가들에게 어필하는 패러디 곡들이므로, 스포일링 혹은 네타바레성 내용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독일/오스트리아의 고전음악이라고 하면 지금도 그 권위를 온 세계에 떨치고 있으며, 대체로 높은 차원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는 준엄하고 강직한 음악이라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그 때문에 많은 클래식 초심자들이 들어섰다가 '지겹고 너무 무겁다' 라는 인상을 받고 물러나는 일도 잦다.

하지만 나는 '이것은 이렇다' 라고 뚝 잘라 정의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대상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선입견에 빠뜨리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인데, 독일 음악도 찾아보면 단순소박하게 삶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내용의 것들도 많다.

저런 면을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바로 민요나 동요 등의 노래다. 지금도 술집에서 맥주를 몇 잔 걸치고 취기가 돌면 합창을 하는 독일인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고전음악' 축에 끼워주기는 좀 그렇다고 해도 오히려 민중의 흥취를 듬뿍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독일적인' 음악이 아닐까?

게다가 몇몇 독일 작곡가들은 위에 쓴 것처럼 예상되는 준엄함과 강직함을 훌훌 벗어던지고 '패러디' 의 세계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물론 바흐-베토벤-브람스로 이어지는 독일 음악의 거성들과 비교하면 그들의 네임 밸류는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이들의 이름이 멀고 먼 한국 땅에까지 도달한 것을 보면 '음악의 즐거움' 을 찾는 사람들에게 거리의 한계는 없어 보인다.

고전음악 방송이 주종을 이루는 KBS 1FM에서 어느 날 독일/오스트리아 작곡가들의 재미있는 변주곡이라며 몇 곡을 방송했다. 대부분의 청취자가 클래식 고단수인 이 방송에서 그 곡들은 갑자기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 여세를 몰아 EMI 한국 지사에서는 그 때 방송된 곡들을 모은 CD를 출반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