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레어 애청곡선-16.북한 관현악 작품들

머나먼정글 2004. 3. 15. 12:27
2000년 8월에 남북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의 독립 예술 단체 하나가 남한 땅을 밟았다. 물론 1985년부터 시작된 예술 교류에서 북한의 여러 예술인들이 남한 공연을 가졌지만, 모두 각지의 예술단에서 가려 뽑아 만든 '평양예술단' 같은 임시 조직이었다.

하지만 이 때 답방한 단체는 바로 북한의 유일한 서양식 대편성 관현악단인 조선 국립 교향악단-북한에서는 단순히 '국립교향악단' 혹은 '평양 국립 교향악단' 으로 부름-이었다. 조선 국립 교향악단은 두 차례씩의 단독 공연과 합동 공연을 가졌는데, 이들 공연에서는 '남측' 음악인들인 장한나와 조수미가 북한의 관현악단과 협연하는 등의 '기록' 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 보다 더 의의있었던 것은, 남한 사람들이 최초로 북한 관현악 작품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예전에도 한민족아리랑연합회 등이 주축이 되어 개최한 음악회에서 북한 관현악 작품이 종종 연주되었지만, 북한에서 개량한 전통 악기와 연주자를 구할 길이 없어서 그냥 서양악기로만 연주되었다.

조선 국립 교향악단의 서울 공연에서 연주된 곡들은 상당히 세심하게 가려 뽑은 것들로, 가능한한 정치색이 적게 묻어나도록 구성되었다. 북한 창작곡으로는 민요 혹은 민요에 기반을 둔 작품들이 선정되었는데, 남북 사람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다는 이유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