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잡설

이미 귀에 들렸으니.

머나먼정글 2004. 3. 10. 18:21
http://news.naver.com/news_read.php?oldid=2004031000007550018

홍난파, 현제명, 박태준, 임동혁 같은 친일 경력이 있던 사람들, 혹은 그들의 제자들, 혹은 그들의 친족이나 친구들이 하나같이 쓰는 변명이 있다. "그 시절에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그들이 없었다면 한국 음악계가 이 정도로 성장했을까?", "당신이 그 입장이 되어 보라."

아무렴. 음악가에게 굳건한 도덕성과 역사 인식을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로 넌센스다. 음악만 하는 것으로도 빡센 인생일 텐데. 하지만 음악가 이전에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적어도 자기가 어떤 상황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 땅파먹고 살던 캐비아를 밥처럼 퍼먹고 살던 간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막말로, 위의 친일파들이 자기들 잘먹고 잘살게 해준 일본에 '멸사봉공' 을 외쳤듯이 이번 미국 투어가 한국 정부와 재계가 지원해 준 것이었으면 그들의 의도에 충실한 '개' 가 되어야 했다. 헌데 저 말 덕분에 '개가 개를 먹는도다' 도 아니고 '개가 주인을 먹는도다' 가 되어 버렸다. 이건 친일파들 보다도 더 모양새가 나빠 보인다.

솔직히 저 사람의 발언에 '가치' 를 따지기도, '잘잘못' 을 가리기도 싫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일 보면서 중얼거리던, 아니면 잠꼬대로 하건, 마음 속으로 말하던 간에 남들 귀에 안 들어갔으면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들으라고 말했으니, 이제 책임은 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