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일본 게임/애니음악의 관현악판-1
머나먼정글
2004. 3. 9. 04:05
작년부터 시작한 '일본 CD 충동구매 프로젝트'. 일본에서 나온 게임/애니 음악의 '오케스트라 앨범' 혹은 '교향조곡' CD를 사들이는 중장기 계획이다.
이 계획은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의 일본 CD를 사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지휘로 녹음된 모든 CD를 사들이는 것이 목표였고, 그 과정에서 '바이오 하자드 오케스트라 앨범' 이 포함되었다. 일개 게임의 OST를 일본의 대표 관현악단 중 하나인 신일본 필이 연주한 것에 대단한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본격적으로는 히사이시 조의 '나우시카', '라퓨타', '아리온', '토토로', '원령공주' 다섯 장으로 시작한 이래 현재 20장이 넘는 목표 달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계획 연장은 내 탐욕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음반들이 검색을 하면 할 수록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음반들이 따로 '장르' 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음반들을 비교하면서 이들의 '크로스오버' 가 어느 정도로 진척되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중견 작곡가들이 OST 작업에 많이 참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후쿠베 아키라, 아쿠타가와 야스시, 하야사카 후미오 같은 일본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은 수십 편의 영화음악을 남겼고, 그 중에는 '고질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특촬물과 '7인의 사무라이', '지옥문' 같은 국제 영화제 수상작이 포함되었다.
위에 든 3인은 결코 OST에 목맨 작곡가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음대나 음악원에서 정규 수업을 받았고,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성악곡 등 정통적인 클래식 작품을 주로 쓰는 사람들이었다. 서양에서 막 영화음악이 '싸구려 대중음악' 이라는 티를 벗던 시기에 이들은 이미 그러한 가식을 벗어버리고 있었다.
1970년대, 은하철도 999의 극장판과 텔레비전판의 음악이 히트하면서 '교향시', '조곡(모음곡)', '교향조곡(교향 모음곡)' 등 정통 클래식 타이틀을 단 앨범이 일본 컬럼비아 등에서 출시되었다. 이들 앨범은 주로 음반사에서 임시로 조직한 픽업 관현악단인 '컬럼비아 심포닉 오케스트라(일본 컬럼비아)', '킹 심포닉 오케스트라(킹레코드)' 등에 의해 연주/녹음되었다.
이들 중 일본 컬럼비아의 앨범들은 작년부터 '아니멕스 1200' 시리즈로 염가판 재발매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1기의 첫 일곱 장이 이러한 앨범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1-아오키 노조무: 교향시 '은하철도 999(극장판)'
2-아오키 노조무: 조곡 '은하철도 999(텔레비전판)'
3-요코야마 세이지: 교향조곡 '우주해적 캡틴 하록'
4-쇼지 오사무: 교향시 '안녕 은하철도 999'
5-사토 마사루: 교향조곡 '지구로...' (←최초 CD화)
6-스기야마 고이치: 교향조곡 '과학닌자대 가차맨(독수리 5형제)'
7-스기야마 고이치: 교향조곡 '사이보그 009'
*관련 사이트: http://columbia.jp/animex1200/index.html
물론 이들 앨범의 타이틀을 리스트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정통 교향시 혹은 교향조곡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관현악단' 을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활용된 대부분이 스트링이었고 만토바니나 제임스 라스트, 폴 모리아 등 세미 클래식 스타일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1번과 4번 앨범에서는 주제가라던가 신디사이저 연주의 곡이 섞여 있는데, 애초부터 '음반' 으로만 생명력이 남도록 기획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컨셉을 공연 실황에서 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설령 실현한다고 해도 어색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점이 70년대 관현악판 앨범들이 지닌 '양날의 칼' 로 생각된다. 정통 클래식 장르를 표방하면서도 막상 그 내용은 락, 재즈, 가요, 블루스 등이 혼용된 기존 OST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위의 음반들은 대부분 OST로 출반되었다)
물론, 단순히 원작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양상은 그다지 걸림돌이 되지 않겠지만, '섬세한 관현악 편곡에 의한 순수 관현악 연주' 를 기대하고 앨범을 산 나같은 사람에게는 여러 모로 실망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잡탕' 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6번 앨범의 경우 관현악 연주를 NHK 교향악단이 맡아 일본 OST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일본의 정규 프로 관현악단이 애니메이션 음악을 처음으로 연주/녹음한 것이었다.
또 위의 앨범들 중 1, 3, 4, 7번 앨범의 관현악 지휘를 맡은 구마가이 히로시나 2번 앨범의 관현악 지휘를 맡은 나카타니 가츠아키의 경우, 지금도 각종 OST와 관현악판 앨범들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나카타니 가츠아키는 '메트로폴리스' OST를, 구마가이 히로시는 '고양이의 보은' OST를 지휘함)
이러한 관현악판의 열풍은 80년대에도 지속되었으며, 그 영역도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비디오 게임의 OST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계속)
이 계획은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의 일본 CD를 사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지휘로 녹음된 모든 CD를 사들이는 것이 목표였고, 그 과정에서 '바이오 하자드 오케스트라 앨범' 이 포함되었다. 일개 게임의 OST를 일본의 대표 관현악단 중 하나인 신일본 필이 연주한 것에 대단한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본격적으로는 히사이시 조의 '나우시카', '라퓨타', '아리온', '토토로', '원령공주' 다섯 장으로 시작한 이래 현재 20장이 넘는 목표 달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계획 연장은 내 탐욕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음반들이 검색을 하면 할 수록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음반들이 따로 '장르' 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음반들을 비교하면서 이들의 '크로스오버' 가 어느 정도로 진척되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중견 작곡가들이 OST 작업에 많이 참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후쿠베 아키라, 아쿠타가와 야스시, 하야사카 후미오 같은 일본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은 수십 편의 영화음악을 남겼고, 그 중에는 '고질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특촬물과 '7인의 사무라이', '지옥문' 같은 국제 영화제 수상작이 포함되었다.
위에 든 3인은 결코 OST에 목맨 작곡가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음대나 음악원에서 정규 수업을 받았고,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성악곡 등 정통적인 클래식 작품을 주로 쓰는 사람들이었다. 서양에서 막 영화음악이 '싸구려 대중음악' 이라는 티를 벗던 시기에 이들은 이미 그러한 가식을 벗어버리고 있었다.
1970년대, 은하철도 999의 극장판과 텔레비전판의 음악이 히트하면서 '교향시', '조곡(모음곡)', '교향조곡(교향 모음곡)' 등 정통 클래식 타이틀을 단 앨범이 일본 컬럼비아 등에서 출시되었다. 이들 앨범은 주로 음반사에서 임시로 조직한 픽업 관현악단인 '컬럼비아 심포닉 오케스트라(일본 컬럼비아)', '킹 심포닉 오케스트라(킹레코드)' 등에 의해 연주/녹음되었다.
이들 중 일본 컬럼비아의 앨범들은 작년부터 '아니멕스 1200' 시리즈로 염가판 재발매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1기의 첫 일곱 장이 이러한 앨범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1-아오키 노조무: 교향시 '은하철도 999(극장판)'
2-아오키 노조무: 조곡 '은하철도 999(텔레비전판)'
3-요코야마 세이지: 교향조곡 '우주해적 캡틴 하록'
4-쇼지 오사무: 교향시 '안녕 은하철도 999'
5-사토 마사루: 교향조곡 '지구로...' (←최초 CD화)
6-스기야마 고이치: 교향조곡 '과학닌자대 가차맨(독수리 5형제)'
7-스기야마 고이치: 교향조곡 '사이보그 009'
*관련 사이트: http://columbia.jp/animex1200/index.html
물론 이들 앨범의 타이틀을 리스트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정통 교향시 혹은 교향조곡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관현악단' 을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활용된 대부분이 스트링이었고 만토바니나 제임스 라스트, 폴 모리아 등 세미 클래식 스타일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1번과 4번 앨범에서는 주제가라던가 신디사이저 연주의 곡이 섞여 있는데, 애초부터 '음반' 으로만 생명력이 남도록 기획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컨셉을 공연 실황에서 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설령 실현한다고 해도 어색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점이 70년대 관현악판 앨범들이 지닌 '양날의 칼' 로 생각된다. 정통 클래식 장르를 표방하면서도 막상 그 내용은 락, 재즈, 가요, 블루스 등이 혼용된 기존 OST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위의 음반들은 대부분 OST로 출반되었다)
물론, 단순히 원작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양상은 그다지 걸림돌이 되지 않겠지만, '섬세한 관현악 편곡에 의한 순수 관현악 연주' 를 기대하고 앨범을 산 나같은 사람에게는 여러 모로 실망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잡탕' 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6번 앨범의 경우 관현악 연주를 NHK 교향악단이 맡아 일본 OST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일본의 정규 프로 관현악단이 애니메이션 음악을 처음으로 연주/녹음한 것이었다.
또 위의 앨범들 중 1, 3, 4, 7번 앨범의 관현악 지휘를 맡은 구마가이 히로시나 2번 앨범의 관현악 지휘를 맡은 나카타니 가츠아키의 경우, 지금도 각종 OST와 관현악판 앨범들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나카타니 가츠아키는 '메트로폴리스' OST를, 구마가이 히로시는 '고양이의 보은' OST를 지휘함)
이러한 관현악판의 열풍은 80년대에도 지속되었으며, 그 영역도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비디오 게임의 OST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