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잡설

적기가.

머나먼정글 2004. 2. 14. 01:05
실미도를 아직도 안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적기가' 라고 하면 단 한 곡 뿐이므로 이번 코미디의 의도는 잘 알 수 있었다.

적기가는 실제로 북한에서 '혁명가요' 라고 분류되어 애창되고 있으며, 90년대 말에는 혁명가요들을 주제로 한 김용 작곡의 교향조곡 '혈전만리' 의 마지막 악장에서도 쓰인 바 있다. 혁명가요는 북한에서 항일투쟁 시기에 부른 곡들을 뭉뚱그려 칭하는 단어로, 대개는 김일성이나 그 주변의 인물들에 의해 쓰여졌다고 '구라' 를 치고 있기도 하다.

한 가지 흥미있는 사실은, 저 노래의 원래 선율이 사실은 그 유명한 독일 민요 '소나무(O Tannenbaum)' 이며, 단지 가사 세팅이나 투쟁심 고취를 위해 리듬 등을 살짝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노가바(노래 가사 바꾸기. contrafactum)' 에 의한 것인데, 실제로 20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국가는 물론이고 IWW(세계 산업별 노동조합) 같은 비사회주의권 국가의 노동 단체들에 의해서도 보급된 바 있다.

이번 일이 '코미디' 라고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국립중앙도서관 북한자료실에 참고 자료로 꽂혀 있는 '까마귀야 시체보고 우지마라' 라는 일본 책에 이미 위의 사실이 언급되어 있음에도, 특별히 '반공' 이라는 카테고리에 때려박아 소송도 걸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다.

...그러고 보니, '라스트 사무라이' 가 왜색문화 창궐시킨다느니,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가 미국 만세 영화라느니 하던 오징어 먹물들의 규채질을 한 '애국 단체' 가 시도했다는 점에서 특필할 만한 일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