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신명.
머나먼정글
2004. 2. 13. 22:25
황병기/홍신자 콤비의 '미궁(Labyrinth)' 이 모 호러 게임의 BGM으로 쓰이면서 많은 오해 혹은 dogsound를 낳게 된 것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불만이 많다.
물론 게임 제작사 측이 이러한 파급 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저거 들으면 귀신 쓰인다' 라는 말은 20세기 말부터 한국 대중음악계를 쭉 '지배해온' 특정 종교단체의 논리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궁 들으면 죽는다는 편견을 버려' 따위의 기계적인 반대론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다. (물론 저런 소리를 아직도 퍼뜨리고 다니는 녀석들은 그냥 죽어애돠*.) 뒤집어서 생각할 여지는 얼마든지 많다.
김덕수 사물놀이나 동해안 별신굿 같은 것을 보고 듣게 되면 일순간 '혼이 빠져나가는'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그 현란한 장고 플레이라던가 칼을 타는 서커스급 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통음악을 배우는 사람들은 그러한 흥미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신명'. 특별히 전통음악에 국한하지 않아도, 절세의 명곡이라는 베토벤의 교향곡이나 듀크 엘링턴 악단의 Take the 'A' Train, 혹은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같은 작품의 악보를 컴퓨터로 깨끗이 모방한다 해서 그 생명력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연주자나 뮤지션에 의해 숨결이 불어넣어지는 순간 '음악' 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특히나 토착 신앙의 전통과 영향력이 강한 지방에서는 이러한 '신명' 을 어느 것보다도 더 중요시한다. 아무리 단순하고 느린 음악이라도, 연주해서 '사람 뿅가죽게 만드는' 능력의 소유자라면 그는 '명인' 혹은 '거장' 이라고 불리게 된다.
특히 인생의 온갖 삼라만상을 겪고 노인이 된 '명인' 들의 음악은, 비록 예전의 날고 기던 기교는 떨어진 상태라고 해도 '사람이 하는 음악' 을 이미 떠나버린다. '음악이 음악하는' 경지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무아지경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그래도 여럿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20세기 창작 음악인 '미궁' 마저 엽기 음악이니 공포 음악이니 하는 소리를 듣는 지경이니 아쉬울 따름이다. '신명' 이 떠나가고 '삽질' 만 남지 않기를 바랄 뿐.
*죽어애돠: 죽어야돼의 오타. ExCF에서 파생된 듯.
물론 게임 제작사 측이 이러한 파급 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저거 들으면 귀신 쓰인다' 라는 말은 20세기 말부터 한국 대중음악계를 쭉 '지배해온' 특정 종교단체의 논리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궁 들으면 죽는다는 편견을 버려' 따위의 기계적인 반대론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다. (물론 저런 소리를 아직도 퍼뜨리고 다니는 녀석들은 그냥 죽어애돠*.) 뒤집어서 생각할 여지는 얼마든지 많다.
김덕수 사물놀이나 동해안 별신굿 같은 것을 보고 듣게 되면 일순간 '혼이 빠져나가는'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그 현란한 장고 플레이라던가 칼을 타는 서커스급 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통음악을 배우는 사람들은 그러한 흥미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신명'. 특별히 전통음악에 국한하지 않아도, 절세의 명곡이라는 베토벤의 교향곡이나 듀크 엘링턴 악단의 Take the 'A' Train, 혹은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같은 작품의 악보를 컴퓨터로 깨끗이 모방한다 해서 그 생명력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연주자나 뮤지션에 의해 숨결이 불어넣어지는 순간 '음악' 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특히나 토착 신앙의 전통과 영향력이 강한 지방에서는 이러한 '신명' 을 어느 것보다도 더 중요시한다. 아무리 단순하고 느린 음악이라도, 연주해서 '사람 뿅가죽게 만드는' 능력의 소유자라면 그는 '명인' 혹은 '거장' 이라고 불리게 된다.
특히 인생의 온갖 삼라만상을 겪고 노인이 된 '명인' 들의 음악은, 비록 예전의 날고 기던 기교는 떨어진 상태라고 해도 '사람이 하는 음악' 을 이미 떠나버린다. '음악이 음악하는' 경지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무아지경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그래도 여럿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20세기 창작 음악인 '미궁' 마저 엽기 음악이니 공포 음악이니 하는 소리를 듣는 지경이니 아쉬울 따름이다. '신명' 이 떠나가고 '삽질' 만 남지 않기를 바랄 뿐.
*죽어애돠: 죽어야돼의 오타. ExCF에서 파생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