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지휘는 아무나 한다?
머나먼정글
2004. 1. 4. 22:24
음악계에서 흔히 '대통령 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바로 지휘자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음악성 뿐 아니라 관현악단이나 합창단, 혹은 취주악단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정치력' 과 '행정 수완' 도 있어야 하고, 옵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있으면 매우 바람직한 '원만한 인간 관계' 까지 갖춰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지휘자는 전문 지식과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신동을 배출하기도 힘들고, 아마추어가 되는 것도 매우 드물다. 하지만 다음의 두 사례는 참 난감할 수밖에.
#1: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9세(재위 1947-1972)
물론 왕이 음악가를 겸한 것이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꽤 뛰어난 플루티스트이자 작곡가였다고 한다. 군주는 일단 졸라짱쎈 먼치킨이 되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어서인지, 예술에 관한 소양도 기본 교육에 포함된다. 왕은 아니지만 중국 국가주석이었던 장쩌민, 심지어 김정일 마저도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하니까.
하지만 이 왕은 음악 교육에 한해서는 기본 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2차대전 이후 국왕의 정치력은 거의 상실되었으니,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기에도 충분한 여건이었고. 결국 이 왕은 50년대를 전후해 지휘자로 데뷰했다. 게다가 그의 지휘 활동은 아마추어 악단이나 소규모 악단도 아닌, 덴마크 국립 방송 교향악단과 덴마크 왕립 관현악단이라는 자국의 1급 악단에까지 미쳤다(←아무래도 '왕' 이니까 가능했을 듯).
최근에 덴마크의 '다 카포(Da Capo)' 라는 음반사에서 이 왕이 지휘한 실황 녹음을 CD 3장에 담아서 발매했다. 개중에는 룸비예(Lumbye)의 왈츠나 폴카 같은 가벼운 곡들도 있지만, 베토벤 교향곡 제 3번 '영웅' 과 제 7번,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 8번 '미완성', 바그너의 오페라 '리엔치' 와 '탄호이저' 서곡 같은 본격적인 레퍼토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소나티네 교본으로 유명한 쿨라우(Kuhlau)라던가 가데(Gade), 뵈레젠(Børresen)같은 자국의 작곡가 작품까지 있었고. 연주 자체도 꽤 충실한 편이다.
#2: 증권 투자가 길버트 카플란
영국 출신의 이 증권 투자가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읽혀지고 있는 경제 관련 잡지의 편집자이며, 증권업 하나로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말러(Mahler)의 교향곡 제 2번 '부활' 에 푹 빠지게 되었고, 독학으로 지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굉장한 재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아메리카 교향악단을 '돈주고 사서' 지휘자로 데뷰했고, 그 데뷰곡은 위의 교향곡이었다. 심지어 그는 영국의 '코니퍼(Conifer)' 에서 런던 교향악단을 지휘해 이 곡을 녹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라기는 멀었고, 그는 작년에 저 교향곡의 악보를 직접 편집한 새로운 개정판을 가지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세계 굴지의 클래식 메이저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에서 새 음반을 냈다. 빈 필이라고 하면, 국내에서 지휘/녹음한 사람은 정명훈 한 사람 뿐이고 지금까지 녹음을 남긴 지휘자들은 100명도 안되는 초 메이저 악단이다.
카플란은 지금까지 저 교향곡 제 2번 외에는 다른 곡을 일체 지휘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진정한 말러 오타쿠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사용하는 지휘봉과 손에 끼고 있는 반지도 생전에 말러가 지니고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역시 '권력' 과 '돈' 이 짱이다...???
(네이버 블로그, 2004.1.4)
이러한 까닭에 지휘자는 전문 지식과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신동을 배출하기도 힘들고, 아마추어가 되는 것도 매우 드물다. 하지만 다음의 두 사례는 참 난감할 수밖에.
#1: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9세(재위 1947-1972)
물론 왕이 음악가를 겸한 것이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꽤 뛰어난 플루티스트이자 작곡가였다고 한다. 군주는 일단 졸라짱쎈 먼치킨이 되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어서인지, 예술에 관한 소양도 기본 교육에 포함된다. 왕은 아니지만 중국 국가주석이었던 장쩌민, 심지어 김정일 마저도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하니까.
하지만 이 왕은 음악 교육에 한해서는 기본 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2차대전 이후 국왕의 정치력은 거의 상실되었으니,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기에도 충분한 여건이었고. 결국 이 왕은 50년대를 전후해 지휘자로 데뷰했다. 게다가 그의 지휘 활동은 아마추어 악단이나 소규모 악단도 아닌, 덴마크 국립 방송 교향악단과 덴마크 왕립 관현악단이라는 자국의 1급 악단에까지 미쳤다(←아무래도 '왕' 이니까 가능했을 듯).
최근에 덴마크의 '다 카포(Da Capo)' 라는 음반사에서 이 왕이 지휘한 실황 녹음을 CD 3장에 담아서 발매했다. 개중에는 룸비예(Lumbye)의 왈츠나 폴카 같은 가벼운 곡들도 있지만, 베토벤 교향곡 제 3번 '영웅' 과 제 7번,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 8번 '미완성', 바그너의 오페라 '리엔치' 와 '탄호이저' 서곡 같은 본격적인 레퍼토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소나티네 교본으로 유명한 쿨라우(Kuhlau)라던가 가데(Gade), 뵈레젠(Børresen)같은 자국의 작곡가 작품까지 있었고. 연주 자체도 꽤 충실한 편이다.
#2: 증권 투자가 길버트 카플란
영국 출신의 이 증권 투자가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읽혀지고 있는 경제 관련 잡지의 편집자이며, 증권업 하나로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말러(Mahler)의 교향곡 제 2번 '부활' 에 푹 빠지게 되었고, 독학으로 지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굉장한 재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아메리카 교향악단을 '돈주고 사서' 지휘자로 데뷰했고, 그 데뷰곡은 위의 교향곡이었다. 심지어 그는 영국의 '코니퍼(Conifer)' 에서 런던 교향악단을 지휘해 이 곡을 녹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라기는 멀었고, 그는 작년에 저 교향곡의 악보를 직접 편집한 새로운 개정판을 가지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세계 굴지의 클래식 메이저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에서 새 음반을 냈다. 빈 필이라고 하면, 국내에서 지휘/녹음한 사람은 정명훈 한 사람 뿐이고 지금까지 녹음을 남긴 지휘자들은 100명도 안되는 초 메이저 악단이다.
카플란은 지금까지 저 교향곡 제 2번 외에는 다른 곡을 일체 지휘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진정한 말러 오타쿠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사용하는 지휘봉과 손에 끼고 있는 반지도 생전에 말러가 지니고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역시 '권력' 과 '돈' 이 짱이다...???
(네이버 블로그, 2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