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잡설

눈나무집 &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방문기.

머나먼정글 2008. 7. 28. 14:29
서울에 살면서도 '삼청동' 이라는 동네와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그저 2003년도 쯤 삼청각에 전통예술공연 한 번 보러간 것이 내가 아는 한 처음이었는데, 몇 주 전에 재일교포 친구가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을 때 '한옥들이 밀집된 곳을 가고 싶다' 고 해서 같이 찾아간 것이 좀 제대로 구석구석 돌아본 것이었고.

물론 그 때 접한 한옥들이 정말 100% 한옥 자체의 미를 살렸다고 하기는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옥이라는 존재의 고증 자체 보다는 그런 집들이 고지대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서 멀리 보이는 빌딩숲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는 점 때문에 나름대로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이런 이색적인 풍경도 해석하기 나름인지, 둘이서 갔을 때도 유달리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외국인과 많이 맞닥뜨리기도 했었다. 그들은 그 곳들을 찍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쨌든 이번에는 한옥 탐방 그런게 아니라, 순전히 입속과 뱃속을 즐겁게 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삼청동을 훑고 다니는 유일한 노선인 종로11번 마을버스를 타고 가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예상 외로 그렇게 언덕을 마구 올라가고 하지는 않았다.

대충 두 곳을 꼭 들러야 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가장 처음 가본 곳은 마을버스의 종점에서 머지 않은 '눈나무집'. 한자로는 '雪木軒(설목헌)' 이었는데, 김치말이국수/밥으로 유명해진 곳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온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가게가 2차선 도로를 경계로 아래와 같이 나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