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잡설

레어 애청곡선-85.필라티

머나먼정글 2008. 7. 17. 12:25
'협주곡(Concerto)' 이라는 장르는 흔히 독주자와 관현악단이 경합 혹은 조화를 이루거나, 독주자가 관현악을 배경으로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다만 이렇게 '고정관념' 이 생기기 전에는 저마다 그 형태와 합주 방식이 다른 협주곡들이 여러 개 존재했는데, 이후 생겨나게 되는 각종 장르의 모체가 되기도 했다.

바로크 시대의 대체적인 협주곡 양식들을 살펴보면;

1. 협주곡: 일반적인 의미의 협주곡과 같음. 독주자+관현악단
2. 합주 협주곡 (Concerto grosso): 2인 이상의 복수 독주자+관현악단
3. 리피에노 협주곡 (Concerto ripieno): 특별한 독주자 없이 관현악단이나 합주단 내의 주자들이나 각 파트별로 독주 혹은 독주악기군의 역할이 주어짐.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 3번이 이런 형태에 속함.

이렇게 세 갈래로 크게 나눌 수 있던 초기 협주곡들 중 이후 대세가 된 것은 1번이었고, 2번의 경우 '협주 교향곡(Sinfonia concertante)' 이라는 이름으로 교향곡+협주곡의 하이브리드 형식이 되어 온존했다. (물론 베토벤의 '3중 협주곡' 이나 브람스의 '2중 협주곡' 같이 협주곡을 표방한 곡들도 더러 있었음)

3번의 '리피에노 협주곡' 은 이후 교향곡 등 본격적인 관현악 장르의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거기에 흡수되는 형태로 사라졌지만, 20세기 들어서 좀 특이한 형태로 부활하기에 이르렀다. 악기들이 많이 개량되고 연주법이 발달하면서 관현악단의 연주력도 점차 강화되었는데, '관현악단 단원들을 솔로 주자로 활용해 보자' 는 생각이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orchestra)' 이라는 형태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