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식욕은 거리에 무릎을 꿇는 걸까. 분명히 훌륭한 맛과 친절한 서비스에 감탄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가게를 찾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다소 충동적인 생각으로 '저지른' 것이었고.
여전히 다를 바 없는, 소박한 가게 앞 모습. 하지만 지난 1년 간의 물가 압박은 가게에서 내오는 음식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가게 안 풍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고, 식사하는 손님들도 많아 굳이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가격이 1년 전과 똑같다는 것에 안도하며 돈까스를 시켰다.
알바생 없이 주인 혼자서 조리하고 서빙하는 모습은 그 때와 마찬가지였는데, 먼저 온 손님들이 많아서인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우선 나온 수프.
하지만 수프에서부터 변화의 낌새가 느껴졌다. 예전에는 뭔가 잘게 간 야채 등이 들어가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었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평범한 밀가루 크림 수프로 바뀌어 있었다.
다음 순서로 나온 샐러드. 이것 역시 곁들이가 많이 축소되어 양배추와 드레싱 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만 거의 반투명 상태로 아주 곱게 썰려 있던 양배추채의 상태는 여전히 감탄할 만한 솜씨였고.
수프와 샐러드의 '축소 모드' 를 생각해 보건대, 이 가게도 결국 물가 인상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리라 여겨졌다. 사이드 메뉴들을 다소 평범하게 희생시켜가며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본요리의 변화는 어떨지 다소 두려움(?)을 가지고 기다렸다.
다행히 본요리인 돈까스는 거의 예전과 다름없는 상태로 식탁에 올라왔다. 안심과 등심으로 나눠튀긴 고기와 양파, 버섯, 피망 등을 넣어 조리한 소스, 곁들이로 나오는 비엔나소시지 두 개와 감자튀김 두 개까지.
딸려나오는 우동국물도 마찬가지로 작고 네모난 그릇에 담겨나왔다.
그리고 큰 변화가 있었다면 후식이나 반찬의 제공 방법이었는데, 예전에는 필요하면 따로 이야기해야 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식사 공간에 비치된 냉장고와 찬장에서 먹을 만큼 자유롭게 꺼내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비닐봉지에 담아 눅눅해지지 않게 포장한 팝콘이나 1.5리터 페트병에 담긴 주스와 콜라, 사이다 등의 음료수를 꺼내서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가격의 마지노선을 지켜낸 주인장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먹은 그릇과 컵을 직접 주방에 갖다놓고, 음식값 6000원을 지불한 뒤 후덥지근한 바깥으로 나왔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물가 인상을 늘 피부로 느끼고 살아오고 있어서, 외식을 가능하면 줄이고 만약 먹더라도 간단히 혹은 값싸게 해결할 궁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000원도 (개인적인 기준에서) 결코 작은 돈이 아니지만, 이렇게 편안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다면야 가끔은 사치를 부리고 싶기도 하고.
*'값싸게 해결할 궁리' 는 주로 탑골공원 주변의 값싼 식당들에서 충족되곤 한다. 1500원짜리 해장국집 외에 두 곳을 추가로 방문하고 단골이 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식충잡설' 카테고리의 다음 포스팅에 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