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고민한 끝에 '식충잡설' 로 넣었다. 하룻 동안 다양하고 많은 일정을 한꺼번에 소화했지만, 저질짤방을 집중적으로 박은 것은 극히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 요약하면 코믹월드 토요일 방문기-풍월당 방문기-북새통 방문기-정광수의 돈까스 가게 네 번째 방문기 정도 되겠다.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방학 기간이라는 천금같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2월 서코는 SETEC의 2관과 3관만을 빌려 진행했다. 그나마 2관은 무대 행사용으로 대관한 것이라 내 입장에서는 아오안이었고, 부스는 3관에만 집어넣고 있어서 마치 작년에 했던 서플 행사를 연상케 했다.
부스 숫자도 그 때문에 꽤 많이 줄어들어 있었고, 거의 매번 참가해온 로리꾼 화백도 이번에는 던파의 마수에 빠져서 참가하지 않았다. 이곳 저곳을 서핑해 봐도 솔깃한 신간 소식도 없어서, 별로 못살 거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그랬다. 구입한 것은 포니테일의 카가미네 린/렌 스틱포스터 두 종류(1000x2=2000\)와 Macaron Snow의 엽서식 달력셋트(3000\)가 고작.
그렇다고 아쉬울 것도 별로 없었고, 애초부터 적게 살 거라는 생각으로 돈을 준비해간 터라 버스 편으로 다음 코스에 바로 이동했다. 코믹 파하고 종종 찾아가는 풍월당으로.
풍월당도 가격이 더 싼 편인 인터넷 음반 쇼핑몰들을 주로 이용하면서 다소 가는 횟수가 줄어버렸는데, 그래도 회원이기도 하고 적립 포인트를 모으고 있어서 가끔 들어가 구입하고 있다. 기억나는 걸로 최근에 산 것은 리카르도 샤이 지휘의 메시앙 투랑갈릴라 교향곡과 멘델스존 교향곡 3번의 런던판 등 희귀 악보로 연주한 '멘델스존 디스커버리즈' 두 장 정도.
이번에 염두에 둔 물건은 머레이 페라이어가 처음으로 '지휘만 한' 베토벤 현악 4중주 12번 녹음이 든 소니 클래시컬의 CD였다. 같이 수록된 피아노 소나타 28번도 페라이어가 최초로 녹음한 곡이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실내악을 현악 합주나 관현악용으로 확대 편곡한 것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어서 질렀다.
CD를 고르고 난 뒤 계산대 앞 테이블에 고객 서비스용으로 비치되어 있는 넷북을 가만히 보다가 갑자기 떠오른 과제(?)가 있었는데, 페이팔 계정을 프리미어로 업그레이드하고도 컴퓨터 보안 문제인지 뭔지 계속 송금이 되고 있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럼 다른 컴퓨터로 해보면 어떨까' 는 생각이 들었고, 재빨리 앉아서 접속한 뒤 송금을 시도했다. 결과는 보기좋게 성공. 이것으로 지인에게 부탁받은 CD의 구입 대금 70유로를 지불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또 곧장 홍대 북새통으로 이동.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여기서도 당초에 목표한 물품이 있었고 환승할인을 받으려고 그리 밍기적거리지 않고 재빨리 두 권을 집어와 계산했다. 일단 이걸로 목표한 것들은 모두 구입했는데,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었다. 바로 점심때를 한참 지난 시간에 느껴지는 배고픔.
다만 이것저것 사고 나니 돈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아서, 선택 폭은 그 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포인트 카드도 갖고 있는 멘야도쿄에서 덮밥 먹을까도 생각했고, 연초에 갔던 커리포트의 오무라이스도 땡겼지만 결국 마포구청 쪽으로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다소 충동적으로 결정한 뱃속 위로 상대는 정광수의 돈까스 가게였는데, 사실 거리가 다소 멀어서 많이 찾아가지를 못했다. 그래도 매번 방문할 때마다 따로 포스팅을 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준 곳이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 무턱대고 찾아가도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들어갔을 때 공교롭게도 어느 집안 가족 전체가 식사중이었던 탓에, 다소 기다려야 했다. 원체 가게가 좁은 탓에, 열 명만 단체로 들어가도 자리잡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 연출되기 십상이라고 한다. 게다가 알바도 두지 않고 주인장 혼자만 운영하기 때문에 요리 가능한 식재료 양도 한계가 있고, 내가 갔을 때는 불과 몇 사람 분의 재료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튼 식사를 마친 가족들이 우루루 빠져나간 뒤, 내려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벽을 마주한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물티슈며 돌려서 가루내는 후추통 등은 여전했고.
넷북은 여기에도 내가 앉은 식탁 맞은편에 비치되어 있었다. 손님이면 누구든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잠시 메일을 확인하고 북새통에서 구입한 품목들을 모 사이트의 소장만화 목록에 올려놓았다.
그러는 사이에 도착한 수프 접시. 예전과는 다르게 식빵을 작게 썰어서 만든 크루통이 몇 개 띄워져 있었다.
그리고 주문한 돈까스가 나왔다. 모든 것은 변함없었고, 변한 것이 있다면 날이 갈 수록 작렬하는 볍신력의 저퀄 짤방 정도. lllorz
딸려나오는 양배추채 샐러드와 우동국물도 마찬가지로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윗쪽에 같이 찍힌 것들에 신경쓰면 지는 거라고 하고 싶지만 너무 크게 나와버렸다. 북새통에서 구입한 '하나마루 유치원' 4-5권과 그 위에 올려진 풍월당 구입 품목인 베토벤 CD. 우중충한 분위기의 안여돼 십덕이 헤드폰으로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와 소나타를 들으며 로리콘 전용 만화책을 넘기고 걸어다니던 정말로 언밸런스한 모양새였다.
맛과 양도 변함없이 괜찮고 많은 편이었고, 뒤에 오는 손님도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느긋하고 천천히 접시를 비우고 탄산음료를 꺼내 디저트로 마셨다. 이것으로 토요일 외출 일정 끝.
지난 달에 알바해 번 돈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에 가능한 화려한 주말이었는데, 지금은 독어 공부를 재개한 터라 알바할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당분간 또 검소하게 살아야 할 판이다. 그래도 커리포트 갔을 때 찍은 짤방도 있고 하니 이 카테고리에 쓸 글은 아직 남아있는 편. 역시 먹는 걸로 글을 써야 사람이 모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