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인데, 다만 더 자세하게 하자면 '중국집 볶음밥' 이다. 어릴 적부터 이상하게도 중국집과 별 인연이 없었는데, 심지어 짜장면만 해도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까지 짜파게티가 중국집 짜장면보다 맛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물론 중국집 짜장의 맛도 그랬지만, 그 당시 어느 중국집이고 짜장면 위에 올려주던 오이채 때문에 그런 거부감이 더했을 수도 있었겠고.
짜장면 외에 볶음밥도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어느 중국집의 경우 볶음밥에까지 오이를 볶아서 넣는 경우가 있어서, 항상 볶음밥을 먹을 경우 디스플레이가 되어 있는 중국집이 아니면 주저하게 된다. (차라리 잘게 썬 애호박이면 그나마 낫지만, 오이는 GG)
꼭 '오이를 피하는 방법' 때문은 아니더라도, 중국집 볶음밥을 맛있게 하는 곳이 어디인지 좀 수소문해봐서 세 군데를 찾아가봤다. 물론 이 세 군데는 저마다 개성이 있고 편차가 있지만 '그래도 내 입맛에는 꽤 괜찮았던' 곳들이었고.
I. 신락원 (충무로 혹은 필동)
퇴계로4가 사거리 코너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제일병원 맞은편 골목에 있는 음식점인데, 골목이라고는 해도 큰길에서 바로 꺾어들어가 몇 발짝만 걸으면 나오는 곳이라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가장 쉽고 실수하지 않게 가는 법은 버스인데, 간선버스(파랑)는 104(신당동/왕십리 방향), 105, 263, 507(신당동/왕십리 방향)번이, 지선버스(초록)는 0013과 0211, 7011번(충무로/명동 방향)이 그 쪽을 지나간다. (다만 0013의 경우 노선 변경이 된다는 말이 있어서 확실한지는 불분명함)
일단 퇴계로5가(부정류장명으로 삼성제일병원 혹은 제일병원이라고 안내방송이 나옴) 정류장에서 내려야 되는데, 충무로/명동 방향 정류장(위 짤방)이라면 제일 가깝고 반대편 정류장이면 큰길을 건너야 된다. 제일병원 맞은편에 보면 골목이 하나 나 있는데(아래 첫 번째 짤방 참조), 거기로 들어가서 잠시 걷다가 오른편에 붉은 글씨로 '新樂苑' 이라고 씌여진 간판이 보이면 바로 그 곳이다(아래 두 번째 짤방 참조).
가게 안은 전형적인 '동네 중국집' 스타일이고, 음식 메뉴도 마찬가지다. 각 테이블에는 아래 짤방처럼 대표 식사 메뉴들만 표기한 명패가 있는데, 내가 노리던 볶음밥 메뉴로는 새우볶음밥(4500\)과 삼선볶음밥(4500\)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중 새우볶음밥을 곱배기로 시켜봤다(+500=5000\).
주문을 하면 여느 중국집처럼 양파와 단무지, 춘장, 그리고 김치를 가져다 주는데, 특이하게 물을 물컵이 아닌 생수병에 담아내오고 있었다. 가게 안은 그냥 짜장면이나 짬뽕 등으로 요기를 하러 온 손님과, 아직 이른 오후 시간임에도 쟁반짜장과 짬뽕국물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며 잡담을 하는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냥 볶음밥만 먹어보다 시킨 새우볶음밥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여기 볶음밥 담아주는 스킬이 특이해서인지 잠깐 놀랐는데, 그라탱을 담아낼 법한 길쭉하고 움푹한 그릇에 '나 새우볶음밥이요' 라고 강하게 주장하듯이 한켠에 몰아담은 새우가 특히 그랬다. 새우는 다섯 조각이었는데, 거기에 한술 더떠 같이 나온 짬뽕국물에도 '나 새우볶음밥이랑 같이 나온 짬뽕국물이요' 라는 듯이 새우가 하나 또 들어 있었다. 우왕ㅋ굳ㅋ.
점심을 거르고 간 곳이라서 내용물에 오이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허겁지겁 먹었는데, 볶음밥도 괜찮았고 같이 나온 짬뽕국물도 새우를 비롯해 조갯살이나 버섯 등이 곁다리 치고는 종종 걸려나와서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볶음밥 특유의 느끼함은 어쩔 수 없었는데, 단무지와 양파, 김치로 간간히 입을 헹궈주며(???) 먹으니 한결 덜했다.
무엇보다 세 후보 중 집에서 가장 가깝다는 것이 플러스 요인이었는데, 조금 무리를 해서 말하자면 걸어갔다와도 될 정도다. 두 번째 갔을 때 먹었던 삼선볶음밥도 겉모양새가 새우볶음밥과 다를 바 없어서 '잘못 시킨거 아닌가' 하고 의심했고, 그래서 짤방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밥을 뒤적여보니 잘게 썬 오징어와 해삼이 나와서 다행이었고. 새우던 삼선이던 둘 다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충분히 맛있었다.
다만 두 번째 가려고 시도했을 때가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밥 때였는데도 문이 닫혀 있어서 헛탕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주일에는 쉽니다' 라고 되어 있어서, 아마 토요일에는 좀 일찍 문을 닫고 일요일은 휴업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