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이 임박한 아지바코. 주머니 사정이 어떻네 오덕후 성지라고 해서 가기가 뭐하네 해도, 이미 포인트 카드에 7개째의 도장이 박혀있는 실정이다. 기어이 10개를 채우고 공짜 라면을 먹어보자는 개깡다구로 다녀왔다.
일본어 간판.
한국어 간판.
18시 이후로는 음식 섭취를 자제하고 있어서, 좀 애매한 시간에 갔더니만 '준비중' 이란다. 가게 앞에 마련된 나무 벤치에 앉아 있던 대기자들을 비롯해 내 앞뒤로 10여 명의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가게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포인트 카드에 대한 안내문인데, 그 자리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온다고 해도 갈 것 같지는 않다.
주문한 미소라멘 곱배기(7500\). 사실 개인적인 아지바코 베스트 메뉴는 쇼유라멘이지만, 마지막 질주 시리즈를 장식하기 위해 미소, 시오, 쇼유 세 종류를 차례로 먹기로 했다. (미스즈멘은 제외)
아지바코 라멘들이 대체적으로 짠 편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쇼유와 미소의 경우에는 맛의 편차가 별로 없었다. 다만 소금간을 해야 하는 시오의 경우에는 비교적 짜게 먹는 내 기호에도 '짜다' 고 생각된 적이 있었는데, 어차피 전문 요리사들도 아닌 취미 형태의 가게이기 때문에 그렇게 태클을 걸고 싶지는 않다.
(사실 아지바코 폐점의 간접적인 요인이 모 일식 조리 동호회의 '악플' 때문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뒷맛이 내내 씁쓸하다. 소잡는 칼로 닭을 잡은 격이었으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그릇을 비우고, 포인트 카드에 8번째 도장을 받았다. 지갑이야 얄팍해 졌지만, 위장은 든든해 졌으니 그것으로 족했다.
아지바코가 인터넷으로 인기몰이를 한 가게라고 해서 말도 많고, 한국인의 입맛이 아닌 일본인의 입맛에 가깝게 조리해서 거부감이 든다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식 라멘을 최초로 맛있게 먹었던 곳이라는 것 때문에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예전에도 썼지만, 첫 번째 가게였던 모 체인은 욕이 나올 정도였다.)
2월 말에 문을 닫고 나면, 아마 일본식 라멘을 먹을 기회는 별로 없을 것 같다. 부산 사람들이 서울에서 파는 돼지국밥이나 밀면에 대해 '뭔가 부족하다' 고 이야기하는 것 처럼, 다른 가게에서 라멘을 먹는다고 해도 아지바코의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 속으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 어차피 없어질 곳이라면 새로운 기대주를 찾는 것도 나름대로의 행복한 고민일 테니까.
지하철로 돌아가면서 자판기에서 뽑아 마신, 모 삼각김밥 매니아 분의 블로그에서 'Mr.Ya의 포스가 느껴진다' 고 했던 문제의 음료. 맛은 그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