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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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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가 때 못간 것이 천추의 한이 되었던, 일본식 라면집 아지바코. 이번에는 꼭 가야겠다 싶어서 휴가 전부터 부대에서 벼르고 있었다. 마침 이대 쪽 중고음반점과 리브로에도 갈 일이 있어서 얼마 남지 않은 배춧잎 몇 개 챙겨서 가보았다.

관광 관련 책에서 보던 파리의 지하철역 비스무리하게 만든 이대역 출구를 지나 정말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아직은 휴식 시간이라서 일단 리브로부터 들러서 책을 몇 권 사고서야 들를 수 있었다. 조금 뻑뻑한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인장인 나오키씨가 직접 "이랏샤이!" 를 본토 발음으로 선창하며 나를 맞았다.

사실 나오키씨가 재미있는 사람이고 어쩌고를 떠나서, 아지바코에 간다는 것 자체부터 내게는 모험이었다. 일본식 라면을 먹어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첫 만남부터 상당히 더러웠기 때문이었다. 초짜 대학생일 때 모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모임을 기다리다가 동기들과 쇼유라멘을 먹고는 거의 오바이트 직전까지 갔던 경험이 있었던 탓. 그 때문인지 '일본라면=느끼하고 짜고 돼지냄새 나는 거북스러움' 이라는 선입관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가게 안은 대부분 2인 이상의 커플 혹은 친구들로 붐볐는데, 일행이 없던 나는 일단 벽을 마주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미리 점찍어둔 쇼유라멘+차슈 토핑을 시키고 기다렸다. 벽에는 수수께끼 퀴즈 두 개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고, 복을 불러 온다는 조그마한 고양이 도자기와 일본 사케(청주) 브랜드 중 하나인 '게케이칸(월계관)' 의 우유팩 비슷한 용기도 장식되어 있었다.

나오키 형제나 알바생들이나 모두 일본어로 주문받은 음식을 연호하면서 분주히 돌아다니는 것이 일본 라면집에 온 것 같은 착각도 들게 했는데, 일단 라면이 나온 뒤부터는 라면 자체에 집중해 보았다. 차슈 토핑을 추가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꽤 양이 많게 보였다. 기본 토핑은 차슈 한 점+삶은 달걀 반 쪽+김 한 장+잘게 썬 파와 미역+찐어묵 한 조각이라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국물부터 조심스레 떠먹어 보았다. 맛은...


꽤 괜찮네.


국물 때문에 GG 때렸던 과거의 기억에 비추어 보면 '이번 것은 안전하겠구나' 는 생각이 들었다. 느끼하지도 않았고, 간도 적당해서 마치 국수장국맛 같았다. 면은 척 봐도 생면인 티가 확 났는데, 찰기가 좀 떨어지는 감은 있었지만 국물에 감탄한 탓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차슈도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힘줄을 없애면서 기름기도 대부분 제거된 탓에, 국물을 같이 먹지 않으면 좀 퍽퍽한 듯한 느낌이었다.

일단 기분 좋게 한 그릇을 비우고 일어나려고 하니, 칠판에 적혀 있는 디저트 메뉴에 눈길이 갔다. 예전에 나왔던 검은깨 아이스크림이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딸기 아이스크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서 그것도 주문해 보았다. 아이스크림은 진짜 딸기를 같이 갈아서 만들었는지 많이 달지 않고 과육도 씹히는 것이 샤베트 느낌이었다.

딱 만원을 맞추어서 먹은 뒤 계산을 하고 다시 찌는 듯한 밖으로 나왔다. 이것으로 다시 일본라면에 대한 선입관은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었는데, 앞으로 한 번 더 가서 이번에는 시오라멘을 먹어 볼 생각이다. 완탕 토핑을 얹어서 먹는 정도?

p.s.: 사진이라도 몇 장 박고 나왔으면 했지만...디카는 커녕 디카폰도 없는 영세 군바리는 이래서 안습.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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