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정글 잡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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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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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맛집 기사에 끝없는 불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느 새 그 길을 따라간다...역시 내 핏줄에도 그 소시민 근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동네 돈까스집은 미디어가 떠들기도 전에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찾아간 뒤 맛집 리스트에 올린 만큼, 여전히 최종 판단은 내 자신이 내릴 수밖에 없다.

토요일에 종로 뮤직랜드에서 '독일 대학생의 노래' 전집을 산 뒤 약 8000원 가량의 돈이 남았는데, 그 길로 을지로 지하상가를 타고 집으로 가기 위해-요즘에는 대중교통삯이 두려워 명동까지는 되도록 걸어다님-공구 상가를 끼고 돌던 중 '을지면옥' 의 하얀 간판이 눈에 들어 왔다.

을지면옥의 냉면이 6500원이라는 것은 맛집 기사들에서도 봐 왔는데, 그 돈이라면 동네 돈까스집에서 먹고도 3000원도 넘게 남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청춘(???)을 불사르기 위해 들어갔다. 실향민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스크랩이나 사진이 붙어 있는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겉보기에도 꽤 오래되어 보이는 가게가 나타났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때라서 그런지 가게 안에는 대여섯명 밖에 없었다. 흥미있는 것은 기사에서 본 것처럼 대부분이 노인들이 아니라 나보다 약간 나이가 많을 것 같아 보이는 젊은 사람들까지 식탁을 마주하고 냉면을 먹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단 앉자 마자 종업원이 숭늉 비스무리한 것을 한 잔 가져다 주었다. 기사에서 본 바로는, 숭늉이 아니라 냉면발을 삶은 물이라고 했다. 그리고 '단골이라면 간장 몇 방울 떨어뜨려 마신다' 라는 문구대로 간장을 조금 타서 마셔 보았다. 원래 뜨거운 것을 잘 못 마시는 타입이라 꽤 고생했지만, 굉장히 구수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냉면 한 그릇이 식탁에 놓였다. 을지면옥이 소위 '냉면 맛집'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꾸미를 모두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으로만 놓는다는 점이었다. 흔히 냉면의 꾸미 제 1순위로 나오는 오이는 없고, 대신 송송 썬 파와 풋고추 약간, 그리고 고춧가루라는 좀 괴이한 첨가물이 들어갔다. 물론 얇게 썬 무김치와 수육, 달걀 반 쪽은 여느 냉면집과 마찬가지였지만.

6500원이라는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러웠지만, 나온 냉면 한 그릇은 걸어 다니느라 배고프고 지쳐 있던 내게도 꽤 많아 보였다. 어쨌든 국물부터 들이켜 보았다.



싱. 거. 워..._| ̄|○



물론 기사에서 본 대로 '젊은이들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라는 각오는 하고 왔던 터였다. 하지만 그 싱거움이란 단순한 싱거움은 아니었다. 일단 국물을 마시면서 면을 무김치와 같이 먹으니 그 싱거움이 좀 덜했다. 그리고 국물만 마시는 것도 꽤 시원하고 좋았다. 따로 나온 물컵은 손도 대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그렇다고 해도, 그리고 집과 달리 밖에서는 많이 못먹는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육수의 싱거움은 내게 하나의 과제로 남았다. 국물이 있는 음식이라면 바닥에 몇 방울 남지 않을 정도로 들이켜야 다 먹은 것으로 치는 우리 집 식생활에 미달일 수밖에 없었는데,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킬 때는 '질린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몇몇 사람들은 이 싱거운 육수 때문에 포기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싱거움의 포로가 되어 단골이 되는 사람도 있다고 기사들은 강조했다. 하지만 가격 대 성능비는 항상 '미식가가 아닌 대식가' 인 내게 고려 대상 1순위이며, 싱거움을 극복 혹은 순응하지 못하는 이상 다시 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먹고도 돌아오면서 구구콘과 베지밀 B를 추가로 사먹던 내 자신에게 놀라기도 한 하루였다. 역시 더위는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 중 하나...'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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