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십줄곶 접어드는 무대책 안여돼 주제에 아직도 단걸 입에서 못떼고 있어서 주책바가지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번에도 제목의 '과자' 에서 보듯 단게 땡겨서 가보게 됐다. 발단은 이 포스팅이었고.
이태원은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그리 멀지는 않지만, 가본 거라고는 기껏해야 동생이랑 옷이나 신발 사러 한두 번 가본 정도였고 주의깊게 돌아볼 기회도 없었다. 더군다나 이슬람 중앙성원 쪽은 아예 가보지도 못했고. 하지만 위 포스팅의 '개척 정신(???)' 을 거울 삼아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토요일에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이슬람 중앙성원으로 가는 가장 쉬운 루트는 지하철이었다. 6호선 이태원역에서 내려 3번출구로 우선 나와서, 그 길을 따라 잠시 걷다 보면 아래와 같이 '이슬람교 서울 중앙 성원' 이라고 표시한 간판이 나온다. 듣기로는 이슬람교에서 녹색을 신성한 색이라고 여긴다고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저 간판의 바탕색도 녹색이었다.
간판이 가리키는 것처럼, 우선 대로변 오른쪽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언덕이라고 해도 그렇게 가파르지는 않고, 가다 보면 주변에 나오는 이슬람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할랄 음식점이나 이슬람권 국가의 여행을 알선하는 여행사 등 특이한 점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근처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전신주의 경고문.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내용인데, 한국어와 영어 외에도 아랍어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경고문 밑에 쓰레기 봉지들이 가득 쌓여 있는 정도의 센스가 ㅆㅂㄹㅁ.
그러다가 삼거리 비슷하게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기서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아래 짤방이 왼쪽으로 틀었을 때 바로 보이는 풍경임). 지도상에서 처음 탄 골목길 이름은 '소방서길', 그리고 왼쪽으로 틀면 나오는 길은 '도깨비시장길' 이라고 되어 있었다.
왼쪽 골목으로 돌아오르면 이국적인 가게가 더 많이 나온다. 할랄 식품점이나 음식점 외에도 히잡이나 차도르 등 아랍 민족의상이나 카펫, 장신구 등을 파는 가게도 있고, 아랍인들과 흑인들의 모습도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아마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무슬림들 같았다.
그리고 예전에 이 포스팅에서 다룬 바 있던 '카페 사마리칸트' 와 똑같은 메뉴 사진을 걸어놓고 장사를 하는 음식점도 볼 수 있었는데, 사마리칸트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저기도 할랄로 조리한 음식을 판다고 간판에 표시하고 있다.
중앙 성원에 다다르기 좀 전에 골목 왼쪽에 있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쌀람 베이커리' 라고 되어 있었는데, 'Baklava' 라고 써붙인 종이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은 점포였는데, 일단 들어가 봤다.
안에는 동네 빵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슈크림빵이나 소보루빵, 카스테라 등속 외에도 '나니아 연대기' 에도 나온 바 있던 당과인 터키시 딜라이트 박스, 그리고 여러 종류의 바끄라바들이 동그랗고 넓적한 쟁반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하지만 아랍 과자들 중 품목이 적혀있는 것은 눈송이 혹은 모양내 짜놓은 생크림 모양의 '잣 로시에(두 개 1000\)' 가 전부였다.
일단 무슨무슨 과자냐고 물어봤는데, 한국인 여주인 분께서 '다 똑같은 바끄라바고 안에 넣는 재료가 호두냐 피스타치오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고 답해 주셨다. 값은 어떻게 매기는지 물어보니 '종류에 관계없이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채워담으면 5000\이고, 그것 보다 큰 호일 용기에 채워담으면 10000\이다' 라고 했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그리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해서 '5000원어치로 되도록 여러 종류가 들어가게 담아달라' 고 주문했다. 그리고 바끄라바들과는 별도로 잣 로시에도 천원어치를 따로 청했고. 여주인 분은 바끄라바들을 담으면서 '원래 이것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바끄라바들이 있지만, 무슬림 손님들이 많이 사가서 지금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고 설명해 주셨다.
*바끄라바는 위키에서 찾아보니 패스츄리 비슷한 밀가루 과자를 구운 뒤 꿀이나 설탕 시럽 등에 재운 것이라고 하는데, 아랍권 국가들 뿐 아니라 이슬람 제국의 영향권에 있었던 그리스나 불가리아, 옛 유고 연방 같은 동유럽과 에스파냐 등 남서유럽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가게를 연 것은 반 년 정도 됐지만, 아랍 과자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몇 달 전이라고 했다. 아랍인 제빵사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냥 일반 빵이나 터키시 딜라이트 수입품만 팔고 있었다는데, 그래서 인터넷 상에도 별로 정보가 없는 것 같았고.
그리고 일반 빵이라고 해도, 엄격한 이슬람교의 음식 금기를 지키기 위해 육류가 들어가는 빵은 할랄 육류만 사용하고 여타 재료의 경우에도 금기되는 것이라면 제외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휴일은 언제인지도 물어봤는데, 연중무휴고 라마단(이슬람식 고난 주간.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음식은 물론이고 물도 먹지 않아야 함) 기간에도 문을 연다고 했다.
*할랄: 이슬람 율법에 따른 도축법 혹은 그 도축법으로 얻은 고기. 무슬림들은 할랄이 아니면 다른 육류는 기본적으로 먹을 수 없고, 그것도 수니파나 시아파 등 서로 다른 계파의 신자가 잡은 고기면 그것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또 돼지고기나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들짐승의 고기는 모든 이슬람 계파에서 금기 육류고, 선지 등 피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차곡차곡 눌러담은 바끄라바와 로시에를 받고 6000원을 지불하고 나왔는데, 그냥 가기는 뭣해서 중앙성원 주변을 잠깐 돌아보기로 했다. '쌀람 베이커리' 도 성원으로 올라가기 전에 마주치는 하얀 건물에 속한 아케이드였는데, 아랍식 카페도 그렇고 할랄 등 이슬람 식재료 판매상도 그렇고 전부 이름이 '쌀람' 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쌀람 카페' 에서는 물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고, 무슬림들이 할랄 양고기나 닭고기, 향신료 꾸러미들을 자가용 짐칸에 잔뜩 싣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중앙성원 정문. 들어가고는 싶었는데, 어디선가 보기로는 '남녀 불문하고 반바지에 샌들 차림의 사람은 입장 불가' 라고 소개한 것이 생각나서 포기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엄연한 종교 시설이니, 괜히 결례를 범하고 싶지는 않았다.
돌아오면서 잠깐 봉지에서 풀어헤쳐 찍은 과자들. 왼쪽이 잣 로시에, 오른쪽이 바끄라바 꾸러미다. 얼핏 보기에는 되게 적어 보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소방서길을 타고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작은 케밥 집을 봤는데, 무슬림 세 명이 케밥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있었다. 아랍 과자도 마찬가지지만 케밥도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남은 4000원으로 사먹어 보기로 했다.
가게에는 터키인으로 보이는 30대 정도의 젊은 남자가 조리도 하고 돈도 받고 있었는데, 말이 안통할까봐 걱정했지만 손짓 발짓 단답형 영어 등으로 어렵잖게 주문할 수 있었다. 바게트 비슷한 빵을 우선 철판 사이에 눌러 살짝 데우고, 거기에 채썬 양배추와 당근, 엷게 썬 토마토 등을 넣은 뒤 특이한 소스를 뿌렸다. 그리고 남은 공간에 구운 할랄 닭살을 쫙 채운뒤 다시 예의 소스를 뿌려서 건네주었다(중간에 핫소스 치겠냐고 물어봤는데, 왠지 매울까봐 사양했다).
그렇게 해서 받아든 닭고기 케밥(4000\). 가격이 좀 비싼 것 같았는데, 일단 할랄 육류를 구하기 그리 쉽지 않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사정도 고려해야 할 것 같고. 의외로 양도 많아 보였는데, 들고 걸으며 먹다가는 흘릴 것 같아서 길가의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한 입 베어문 케밥 속. 빵도 난 종류의 얇은 게 아니었고, 닭살도 꽤 수북하게 얹어줘서 햄스터마냥 볼을 부풀리며 허겁지겁 먹었다. 걱정했던 소스도 의외로 입에 잘 맞았고. 하지만 속을 흘리지 않고 먹으려면 약간의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다행히 빵 부스러기 빼면 거의 흘리지 않았고.
그리고 이태원역에서 드럽게 안오는 열차를 기다리다가 꾸러미를 잠깐 열어서 몇 개 맛을 봤다. 바끄라바의 경우 안에 든 견과류 종류나 시럽에 담근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이 조금씩 편차가 있었는데, 대체로 시럽에 담그지 않은 바끄라바는 단맛과 짠맛이 공존하는 특이한 맛이었다. 시럽에 담근 바끄라바도 겉보기와 달리 그렇게 달지는 않았는데, 어쨌든 기름기가 많은 과자인 만큼 많이 먹기는 힘들었다.
잣 로시에의 경우 식감이 뻥튀기 같았는데, 달기로는 이게 바끄라바보다 달았다. 허연 겉껍데기가 특히 그랬는데, 처음에는 그냥 덤덤하다가 입속에서 녹으면서 마치 누가 같은 묘한 단맛이 났다. 속에는 시럽에 슬쩍 담근 것 같은 잣이 들어 있는데, 속이 그렇게 꽉찬 것은 아니고 일종의 공갈빵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아무튼 케밥의 포만감 때문에도 그렇고 해서 결국 바끄라바는 절반도 못먹고 집에 가져와서 조금씩 먹어 없앴는데, 느끼하다 싶으면 현미녹차나 둥굴레차를 타서 마시면서 먹었다. 마치 도향촌 과자를 생각나게 할 정도였는데, 비싸고 적어보이는 과자라고 해서 많이 살 사람이라면 식성이랑 위장 용량을 충분히 고려하라고 권하고 싶다.
*케밥집의 경우 가게 사진을 찍는 것을 깜빡했는데, 위에 쓴 대로 중앙성원 표지판을 끼고 오른쪽 언덕을 오르다 보면 오른편에 고깃덩이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거기 말고 인스턴트 케밥집은 없으니 더 헷갈릴 염려도 없고. 아무튼 아랍과자고 케밥이고 약간의 의견차(???)는 있었어도, 입을 즐겁게 하고 뱃속을 든든하게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이태원은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그리 멀지는 않지만, 가본 거라고는 기껏해야 동생이랑 옷이나 신발 사러 한두 번 가본 정도였고 주의깊게 돌아볼 기회도 없었다. 더군다나 이슬람 중앙성원 쪽은 아예 가보지도 못했고. 하지만 위 포스팅의 '개척 정신(???)' 을 거울 삼아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토요일에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이슬람 중앙성원으로 가는 가장 쉬운 루트는 지하철이었다. 6호선 이태원역에서 내려 3번출구로 우선 나와서, 그 길을 따라 잠시 걷다 보면 아래와 같이 '이슬람교 서울 중앙 성원' 이라고 표시한 간판이 나온다. 듣기로는 이슬람교에서 녹색을 신성한 색이라고 여긴다고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저 간판의 바탕색도 녹색이었다.

간판이 가리키는 것처럼, 우선 대로변 오른쪽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언덕이라고 해도 그렇게 가파르지는 않고, 가다 보면 주변에 나오는 이슬람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할랄 음식점이나 이슬람권 국가의 여행을 알선하는 여행사 등 특이한 점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근처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전신주의 경고문.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내용인데, 한국어와 영어 외에도 아랍어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경고문 밑에 쓰레기 봉지들이 가득 쌓여 있는 정도의 센스가 ㅆㅂㄹㅁ.

그러다가 삼거리 비슷하게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기서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아래 짤방이 왼쪽으로 틀었을 때 바로 보이는 풍경임). 지도상에서 처음 탄 골목길 이름은 '소방서길', 그리고 왼쪽으로 틀면 나오는 길은 '도깨비시장길' 이라고 되어 있었다.

왼쪽 골목으로 돌아오르면 이국적인 가게가 더 많이 나온다. 할랄 식품점이나 음식점 외에도 히잡이나 차도르 등 아랍 민족의상이나 카펫, 장신구 등을 파는 가게도 있고, 아랍인들과 흑인들의 모습도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아마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무슬림들 같았다.

그리고 예전에 이 포스팅에서 다룬 바 있던 '카페 사마리칸트' 와 똑같은 메뉴 사진을 걸어놓고 장사를 하는 음식점도 볼 수 있었는데, 사마리칸트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저기도 할랄로 조리한 음식을 판다고 간판에 표시하고 있다.

중앙 성원에 다다르기 좀 전에 골목 왼쪽에 있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쌀람 베이커리' 라고 되어 있었는데, 'Baklava' 라고 써붙인 종이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은 점포였는데, 일단 들어가 봤다.

안에는 동네 빵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슈크림빵이나 소보루빵, 카스테라 등속 외에도 '나니아 연대기' 에도 나온 바 있던 당과인 터키시 딜라이트 박스, 그리고 여러 종류의 바끄라바들이 동그랗고 넓적한 쟁반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하지만 아랍 과자들 중 품목이 적혀있는 것은 눈송이 혹은 모양내 짜놓은 생크림 모양의 '잣 로시에(두 개 1000\)' 가 전부였다.
일단 무슨무슨 과자냐고 물어봤는데, 한국인 여주인 분께서 '다 똑같은 바끄라바고 안에 넣는 재료가 호두냐 피스타치오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고 답해 주셨다. 값은 어떻게 매기는지 물어보니 '종류에 관계없이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채워담으면 5000\이고, 그것 보다 큰 호일 용기에 채워담으면 10000\이다' 라고 했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그리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해서 '5000원어치로 되도록 여러 종류가 들어가게 담아달라' 고 주문했다. 그리고 바끄라바들과는 별도로 잣 로시에도 천원어치를 따로 청했고. 여주인 분은 바끄라바들을 담으면서 '원래 이것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바끄라바들이 있지만, 무슬림 손님들이 많이 사가서 지금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고 설명해 주셨다.
*바끄라바는 위키에서 찾아보니 패스츄리 비슷한 밀가루 과자를 구운 뒤 꿀이나 설탕 시럽 등에 재운 것이라고 하는데, 아랍권 국가들 뿐 아니라 이슬람 제국의 영향권에 있었던 그리스나 불가리아, 옛 유고 연방 같은 동유럽과 에스파냐 등 남서유럽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가게를 연 것은 반 년 정도 됐지만, 아랍 과자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몇 달 전이라고 했다. 아랍인 제빵사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냥 일반 빵이나 터키시 딜라이트 수입품만 팔고 있었다는데, 그래서 인터넷 상에도 별로 정보가 없는 것 같았고.
그리고 일반 빵이라고 해도, 엄격한 이슬람교의 음식 금기를 지키기 위해 육류가 들어가는 빵은 할랄 육류만 사용하고 여타 재료의 경우에도 금기되는 것이라면 제외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휴일은 언제인지도 물어봤는데, 연중무휴고 라마단(이슬람식 고난 주간.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음식은 물론이고 물도 먹지 않아야 함) 기간에도 문을 연다고 했다.
*할랄: 이슬람 율법에 따른 도축법 혹은 그 도축법으로 얻은 고기. 무슬림들은 할랄이 아니면 다른 육류는 기본적으로 먹을 수 없고, 그것도 수니파나 시아파 등 서로 다른 계파의 신자가 잡은 고기면 그것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또 돼지고기나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들짐승의 고기는 모든 이슬람 계파에서 금기 육류고, 선지 등 피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차곡차곡 눌러담은 바끄라바와 로시에를 받고 6000원을 지불하고 나왔는데, 그냥 가기는 뭣해서 중앙성원 주변을 잠깐 돌아보기로 했다. '쌀람 베이커리' 도 성원으로 올라가기 전에 마주치는 하얀 건물에 속한 아케이드였는데, 아랍식 카페도 그렇고 할랄 등 이슬람 식재료 판매상도 그렇고 전부 이름이 '쌀람' 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쌀람 카페' 에서는 물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고, 무슬림들이 할랄 양고기나 닭고기, 향신료 꾸러미들을 자가용 짐칸에 잔뜩 싣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중앙성원 정문. 들어가고는 싶었는데, 어디선가 보기로는 '남녀 불문하고 반바지에 샌들 차림의 사람은 입장 불가' 라고 소개한 것이 생각나서 포기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엄연한 종교 시설이니, 괜히 결례를 범하고 싶지는 않았다.

돌아오면서 잠깐 봉지에서 풀어헤쳐 찍은 과자들. 왼쪽이 잣 로시에, 오른쪽이 바끄라바 꾸러미다. 얼핏 보기에는 되게 적어 보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소방서길을 타고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작은 케밥 집을 봤는데, 무슬림 세 명이 케밥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있었다. 아랍 과자도 마찬가지지만 케밥도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남은 4000원으로 사먹어 보기로 했다.
가게에는 터키인으로 보이는 30대 정도의 젊은 남자가 조리도 하고 돈도 받고 있었는데, 말이 안통할까봐 걱정했지만 손짓 발짓 단답형 영어 등으로 어렵잖게 주문할 수 있었다. 바게트 비슷한 빵을 우선 철판 사이에 눌러 살짝 데우고, 거기에 채썬 양배추와 당근, 엷게 썬 토마토 등을 넣은 뒤 특이한 소스를 뿌렸다. 그리고 남은 공간에 구운 할랄 닭살을 쫙 채운뒤 다시 예의 소스를 뿌려서 건네주었다(중간에 핫소스 치겠냐고 물어봤는데, 왠지 매울까봐 사양했다).

그렇게 해서 받아든 닭고기 케밥(4000\). 가격이 좀 비싼 것 같았는데, 일단 할랄 육류를 구하기 그리 쉽지 않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사정도 고려해야 할 것 같고. 의외로 양도 많아 보였는데, 들고 걸으며 먹다가는 흘릴 것 같아서 길가의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한 입 베어문 케밥 속. 빵도 난 종류의 얇은 게 아니었고, 닭살도 꽤 수북하게 얹어줘서 햄스터마냥 볼을 부풀리며 허겁지겁 먹었다. 걱정했던 소스도 의외로 입에 잘 맞았고. 하지만 속을 흘리지 않고 먹으려면 약간의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다행히 빵 부스러기 빼면 거의 흘리지 않았고.

그리고 이태원역에서 드럽게 안오는 열차를 기다리다가 꾸러미를 잠깐 열어서 몇 개 맛을 봤다. 바끄라바의 경우 안에 든 견과류 종류나 시럽에 담근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이 조금씩 편차가 있었는데, 대체로 시럽에 담그지 않은 바끄라바는 단맛과 짠맛이 공존하는 특이한 맛이었다. 시럽에 담근 바끄라바도 겉보기와 달리 그렇게 달지는 않았는데, 어쨌든 기름기가 많은 과자인 만큼 많이 먹기는 힘들었다.

잣 로시에의 경우 식감이 뻥튀기 같았는데, 달기로는 이게 바끄라바보다 달았다. 허연 겉껍데기가 특히 그랬는데, 처음에는 그냥 덤덤하다가 입속에서 녹으면서 마치 누가 같은 묘한 단맛이 났다. 속에는 시럽에 슬쩍 담근 것 같은 잣이 들어 있는데, 속이 그렇게 꽉찬 것은 아니고 일종의 공갈빵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아무튼 케밥의 포만감 때문에도 그렇고 해서 결국 바끄라바는 절반도 못먹고 집에 가져와서 조금씩 먹어 없앴는데, 느끼하다 싶으면 현미녹차나 둥굴레차를 타서 마시면서 먹었다. 마치 도향촌 과자를 생각나게 할 정도였는데, 비싸고 적어보이는 과자라고 해서 많이 살 사람이라면 식성이랑 위장 용량을 충분히 고려하라고 권하고 싶다.
*케밥집의 경우 가게 사진을 찍는 것을 깜빡했는데, 위에 쓴 대로 중앙성원 표지판을 끼고 오른쪽 언덕을 오르다 보면 오른편에 고깃덩이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거기 말고 인스턴트 케밥집은 없으니 더 헷갈릴 염려도 없고. 아무튼 아랍과자고 케밥이고 약간의 의견차(???)는 있었어도, 입을 즐겁게 하고 뱃속을 든든하게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Posted by 머나먼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