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행 사이트들이 EMS(국제 특급 우편) 운송료 외에 환율 등의 명목으로 얼마간의 수수료를 더 챙긴다는 것을 안지는 꽤 됐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도는 없어 보였다. 일본어도 잘 못하고, 더군다나 비행기표 값도 만만찮은 일본에 직접 가서 고생한다는 것도 별로 좋은 대안은 아니고.
그렇게 지내다가 종로 세운상가의 모처에 좌판을 벌여놓고 '오프라인 구매대행' 을 해준다는 곳을 Fireegg Friend 여 모군 덕분에 알게 되었다. 수도권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상품이 입고되었을 때 직접 찾아가 받으면 되니 우편 요금도 덜 수 있고, 대체적으로 가격도 온라인에 비해 싸다는 말이었다.
일단 다음 카페에 가입한 뒤, 영국에 주문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접고 일본 HMV를 통한 주문을 하나 넣어놓았다. 그리고 2주쯤 전에 다시 여 모군을 따라 좌판에 직접 찾아가 보았다.
좌판은 말 그대로 '좌판' 이었고, 각트나 글레이, 엑스재팬, 아무로 나미에, 미소라 히바리 등 일본 가수들의 앨범과 사이버 포뮬러, 원령공주 등의 OST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옛날 LP의 사이드와 사이사이에 진열되어 있었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는 하수구도 있고, 그 날같이 꿀꿀한 날씨라면 악취가 올라와서 조금 불쾌하기도 하다.
일단 여 모군의 상품 수령이 목적이었고, 나는 단지 구경만 갔다오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하지만 저런 상인들의 경우에는 워낙 달변인 사람도 많고, 고객을 이리저리 꼬드겨 지갑을 더 열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능력에 당하고 말았다.
"이건 어때? 2000엔인데, 오늘만 20000원에 싸게 해줄께."
ⓟ 1999 Tokuma Japan Communications Co., Ltd.
아저씨가 집어들고 내게 권한 것은 스튜디오 지브리 최악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던 '이웃의 야마다군' 클래식 앨범이었다(위 사진). 평소에도 사려고 계획했지만, 아직 정보도 불충분하고 3순위 아래로 밀려 언제 살지도 모를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달변에 혹한 나머지 비상금으로 가져간 만 원과, 즉석에서 여 모군 돈 만 원 빌린 것을 합해서 사버렸다.
좌판을 나온 뒤 끙끙대면서 가타카나를 해독한 결과;
1. 야노 아키코: 다카시와 마츠코의 탱고 심포닉 (관현악 편곡: 사이토 네코)
2. 멘델스존: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 행진곡 → 음반 있고 별로 안좋아함.
3. 알비노니: 아다지오 → 음반 있고 별로 안좋아함.
4~5.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 1권 중 전주곡과 푸가 제 8번 → 음반 있고 연주 별로 마음에 안듬.
6. 말러: 교향곡 제 1번 4악장 → 음반 있고 연주 별로 마음에 안듬.
7~9: 레오폴트 모차르트: 장난감 교향곡 → 음반 있고 별로 안좋아함.
10: 쇼팽: 야상곡 제 1번
11: 야노 아키코: 이웃의 야마다군 테마 (관현악 편곡: 사이토 네코)
오리지널 곡은 1번과 11번, 나머지는 원작 애니메이션에 잠깐 양념처럼 등장한 클래식 명곡들을 수록한 것이었다. 문제는 위와 같이 이미 음반으로 가지고 있고, 곡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연주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인 것이었다.
아마 2004년 최초이자, 그리고 최악의 충동 구매가 되지 않을지.
...그나저나 6번 트랙의 말러, 정말 신경 쓰인다. 만담풍 코믹 터치의 애니메이션에 저 무지막지하게 격하고 웅장한 음악이 어떻게, 혹은 어느 부분에 쓰였는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그렇게 지내다가 종로 세운상가의 모처에 좌판을 벌여놓고 '오프라인 구매대행' 을 해준다는 곳을 Fireegg Friend 여 모군 덕분에 알게 되었다. 수도권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상품이 입고되었을 때 직접 찾아가 받으면 되니 우편 요금도 덜 수 있고, 대체적으로 가격도 온라인에 비해 싸다는 말이었다.
일단 다음 카페에 가입한 뒤, 영국에 주문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접고 일본 HMV를 통한 주문을 하나 넣어놓았다. 그리고 2주쯤 전에 다시 여 모군을 따라 좌판에 직접 찾아가 보았다.
좌판은 말 그대로 '좌판' 이었고, 각트나 글레이, 엑스재팬, 아무로 나미에, 미소라 히바리 등 일본 가수들의 앨범과 사이버 포뮬러, 원령공주 등의 OST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옛날 LP의 사이드와 사이사이에 진열되어 있었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는 하수구도 있고, 그 날같이 꿀꿀한 날씨라면 악취가 올라와서 조금 불쾌하기도 하다.
일단 여 모군의 상품 수령이 목적이었고, 나는 단지 구경만 갔다오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하지만 저런 상인들의 경우에는 워낙 달변인 사람도 많고, 고객을 이리저리 꼬드겨 지갑을 더 열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능력에 당하고 말았다.
"이건 어때? 2000엔인데, 오늘만 20000원에 싸게 해줄께."

아저씨가 집어들고 내게 권한 것은 스튜디오 지브리 최악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던 '이웃의 야마다군' 클래식 앨범이었다(위 사진). 평소에도 사려고 계획했지만, 아직 정보도 불충분하고 3순위 아래로 밀려 언제 살지도 모를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달변에 혹한 나머지 비상금으로 가져간 만 원과, 즉석에서 여 모군 돈 만 원 빌린 것을 합해서 사버렸다.
좌판을 나온 뒤 끙끙대면서 가타카나를 해독한 결과;
1. 야노 아키코: 다카시와 마츠코의 탱고 심포닉 (관현악 편곡: 사이토 네코)
2. 멘델스존: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 행진곡 → 음반 있고 별로 안좋아함.
3. 알비노니: 아다지오 → 음반 있고 별로 안좋아함.
4~5.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 1권 중 전주곡과 푸가 제 8번 → 음반 있고 연주 별로 마음에 안듬.
6. 말러: 교향곡 제 1번 4악장 → 음반 있고 연주 별로 마음에 안듬.
7~9: 레오폴트 모차르트: 장난감 교향곡 → 음반 있고 별로 안좋아함.
10: 쇼팽: 야상곡 제 1번
11: 야노 아키코: 이웃의 야마다군 테마 (관현악 편곡: 사이토 네코)
오리지널 곡은 1번과 11번, 나머지는 원작 애니메이션에 잠깐 양념처럼 등장한 클래식 명곡들을 수록한 것이었다. 문제는 위와 같이 이미 음반으로 가지고 있고, 곡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연주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인 것이었다.
아마 2004년 최초이자, 그리고 최악의 충동 구매가 되지 않을지.
...그나저나 6번 트랙의 말러, 정말 신경 쓰인다. 만담풍 코믹 터치의 애니메이션에 저 무지막지하게 격하고 웅장한 음악이 어떻게, 혹은 어느 부분에 쓰였는지 굉장히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