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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잘 알고 지내는 한국인 작곡가, 그리고 시기적으로는 제 4세대에 속하면서 '새로운 전통' 을 향해 가고 있는 작곡가가 바로 김대성(1967-)이다. 하지만 '사람' 은 알고 지내는 편에 속해도, 그의 '음악' 을 이해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전통' 에 대한 이해도가 하늘땅 차이기 때문이다.

김대성의 이력은 사실 '먹물들' 눈으로 보면 보잘 것 없다. 1985년 서대전고 졸업, 1989년 공주사범대 졸업이라는 학력은 몇몇 '학벌론자' 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러나 김대성은 학력 이전에 '스스로 거듭난' 선배 김희조 처럼 어느 1류대 출신 작곡가 못지 않은 실전 경험을 쌓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김대성은 고등학교 음악 교사 등을 하고 있다가 입소문으로 알게 된 전통음악, 그것도 매체에서 접하기가 굉장히 힘든 음악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땅밟기(field working)' 라고 하는 이 전통음악 수집 작업은 20세기 초반에 헝가리의 작곡가 버르토크와 코다이가 했던 것으로, 근대화로 잊혀져 가는 수많은 노동요, 상여소리, 동요, 설장고 가락 등을 녹음하고 직접 배우면서 몸에 쌓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으로 얻은 음악 자원은 정말 귀중한 것이었다. '세마치', '굿거리', '휘모리' 같이 널리 알려진 장단 외에 '반서름', '올림채', '발뻐드래' 같은 이름조차 생소한 장단들, '부여 산유화가', 서동요' 같은 구전 민요들, 장단이 난해하기로 소문난 '동해안 별신굿', '청산별곡' 같은 고려 가요의 악보 해독 등은 매체에만 의존하던 기존 작곡가들의 전통음악과는 차원을 달리한 것이었다.

이들 전통음악의 자원은 학창 시절에 배우고 들었던 각종 서양음악의 자원들과 어우러져 그만의 독특한 경지로 나가고 있다. 가무악 '청산별곡', 뮤지컬 '태풍(즈데넥 바르닥과 공동 작곡)', 가무악 '홍랑', 뮤페라(뮤지컬+오페라) '실크로드' 같은 무대 작품은 특히 호평을 받았다.

김대성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기상곡(카프리치오) '뜰모리(1999)' 라는 곡이었다. 아무래도 나 자신이 서양음악 편중의 일상을 살아 왔기 때문에, 피아노와 서양 관현악의 연주곡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었던 것이었다.

서양 악기만을 위한 작품이라도 김대성은 전통음악의 요소를 우위에 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솔로부터 전통적인 색채가 짙으며, 피아노 독주도 서양의 전통적인 어법을 고려하면서 전통과 현대를 결합해 놓고 있다. 서양의 그것보다 더 억양이 강하게 처리된 팀파니, 베이스 드럼, 스네어 드럼 등의 타악기는 '장단' 이 생명력을 지탱하는 전통을 고려한 듯 하다.

특히 이 곡에서는 전통적인 요소 외에도 해방 후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통' 을 수립하고자 했던 작곡가 김순남의 피아노 협주곡 주제가 사용되고 있다. 김대성이 김순남 음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로, 미완성으로 끝난 김순남의 작업을 계승하고자 한 의지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서양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 곡이 가장 귀에 잘 받는 곡이 되겠지만, 그의 진가는 역시 전통 악기를 사용한 작품에서 최대한 발휘된다. 해금 독주곡 '다랑쉬', 국악 관현악 '열반', 가야금 중주 '호호굿' 등의 작품에서 전통음악과 악기에도 능통한 그의 또다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김대성의 작품은 음반으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서울음반에서 제작된 '청산별곡', '태풍', '홍랑' 세 종류의 앨범과 KBS 창립 30주년 HDTV 특별기획 시리즈 '소리' 의 세 번째 CD(3 for 1 세트임)에서 그의 작품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위의 '뜰모리' 는 일본에서 악보와 CD가 나왔다고 하는데,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다.

*2007년 1월 추가: 서울음반에서 발매된 김대성 작품집 CD 중 '다랑쉬' 에 커플링되어 발매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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