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1편에서 남겨놓았던 메뉴들을 다 먹어봤다. 다만 칠리동은 '일본식의 매운맛' 이라는 개념 자체를 꺼려하기 때문에 열외. 그리고 카레라이스에 돈까스를 추가한 '가츠카레' 도 일단은 빼놓았다.
어쩌다 보니 계산대 바로 앞의 다이에 앉을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 상점에 하나씩은 들여놓는다던 마네키네코(복고양이) 인형들이 보여 찍어봤다. 같이 찍힌 것은 손님 (혹은 알바생)이 접은 것 같은 개구리. 이외에도 화장지로 접은 학 같은 것도 있었다.
다이 앞의 코팅 메뉴판에는 없었지만-지금은 표기되어 있음. 아랫 문단 참조-, 천장 가까이에 붓글씨로 써붙인 일본어 메뉴판에는 들어있는 카레라이스(5000\). 일본 카레 색깔은 한국과 달리 노랗지 않고, 오히려 하이라이스에 더 가깝다고들 한다. 저 메뉴도 마찬가지였고.
다만 내용물을 비벼보니 너무나 단순했는데, 흔히 기대하는 양파나 깍뚝썰기한 감자, 당근도 보이지 않았고 고기 조각만이 가끔 걸릴 뿐이었다. 카레맛이 나는 좀 걸쭉한 수프에 밥을 비벼먹는 느낌이었는데, 일본 카레가 정말 이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원래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의 음식이라 텐션 다운. OTL
카레라이스로 빚어진 오해(?)와 비통함(??)을 뒤로 하고 일곱번째 갔을 때 주문한, 밥 종류의 간판메뉴라는 차슈덮밥(5000\). 줄알을 쳐 내오는 다른 덮밥과 달리 삶은달걀을 조려 만드는 아지타마를 올리는 메뉴이기도 하다(달걀이 꽤 평가가 좋아서 하나를 추가해 봤다. 추가 비용은 500\). 호기심에 갈라보니 완숙이 아니라 노른자가 흘러나오는 반숙 상태였다.
깍뚝썰기해 담은 차슈는 다른 블로거들의 말처럼 장조림 느낌이었는데,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오야코동이나 가츠동의 포스에는 약간 못미치는 느낌이었고(물론 카레라이스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리고 면 종류 두 가지 중 처음으로 시켜본 돈코츠라멘(6000\). 돈코츠의 경우 하카다분코와 미미당(우마이도)에서 먹은 이래 세 번째였는데, 국물의 진함으로 따지면 세 집 중 최고였다. 입술이 짝짝 달라붙을 정도였는데, 약간의 돼지 냄새도 느껴졌지만 마늘을 빻아넣을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김치만 곁들여 먹었다.
차슈는 딱 한 점만 들어 있었고, 그 외의 꾸미도 송송 썬 파 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단촐한 구성이었다. 국물과 면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인 것 같았는데,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면 차라리 차슈를 추가할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하나 남았다고 생각하고 가봤을 때, 다이 앞에 붙어있던 메뉴판이 새로 교체되어 있었다. 메뉴명과 가격이 좀 더 굵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고, 음식 사진도 새로 찍은 것을 사용했다. 디자인만 바뀐 것이 아니라 메뉴 교체도 있었는데, 칠리동이 평판이 별로였는지 내려가고 대신에 돼지고기 조림 덮밥인 부타동이 신메뉴로 등장해 있었다. 카레라이스도 올라가 있었고.
아무튼 면 메뉴로는 맨 마지막으로 먹은 쇼유라멘(6000\). 이전에 있던 메뉴판에는 '가장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메뉴' 라고 강조되어 있었는데, 돈코츠에 다소 실망한 미각을 만회시킬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하며 시켜봤다. 그릇 오른쪽 종지에 있는 물체는 차슈덮밥 때와 마찬가지로 추가로 주문한 아지타마.
굉장히 단촐한 토핑의 돈코츠라멘과 달리 아지타마 반 개와 꼬들꼬들한 멘마(말린 죽순)가 추가되어 있었는데, 돈코츠보다 더 맑은 국물 색깔이 보여주듯 느끼하거나 독특한 냄새가 나지 않아 덜 경계하며(?) 먹을 수 있었다. 라멘류가 두 가지 뿐이라 딱히 비교 대상도 없긴 한데, 굳이 뭘 먹겠냐고 하면 쇼유 쪽을 더 부담없이 택할 것 같고.
그리고 3월 현재 가장 최신으로 업데이트된 메뉴인 부타동(6000\). 돼지고기를 졸여서 밥위에 올린 뒤 깨와 송송 썬 파를 뿌려서 내오는 메뉴인데, 소스맛은 데리야키동의 그것과 비슷하게 좀 달달했다. 다만 원래 좀 느끼한 돼지고기의 특성상 소스맛이 적당히 가려주는 역할을 한 것 같아서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저녁 6시 반부터 된다는 일품요리 메뉴 중에 야키소바(5000\)도 새롭게 추가되어 있었는데, 일품메뉴 대부분이 식사류 보다는 안주로 적당한 단품요리라 양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다. 아무튼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덮밥류 대부분이 만족스러워서 앞으로도 기회가 생기면 그 쪽으로 주로 달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