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역 근처의 '미소오뎅' 에서 오뎅으로 배를 채우고, 그리고 마찬가지로 대연역 인근의 모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다음날 아침부터 나머지 2호선을 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처럼 자비심 강한 1일권을 끊고 승강장으로 내려가니, 아래 짤방의 벽보가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열차운행간격 표를 '1호선 40~45분, 2호선 45분...' 으로 읽는 바람에 깜놀해 버렸는데, 다시 한 번 훑어보고는 납득했고. 사실 서울촌놈 입장에서는 그리 긴 배차 간격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위 '도철노선' 으로 불리는 서울 5~8호선의 평시 배차간격이 부지철 파업으로 인한 비상배차간격과 거의 동일한 실정이니.
하지만 파업의 여파는, 전날까지도 그럭저럭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지하철을 이내 도때기 시장으로 만들었다. 환승역은 그렇다 쳐도, 일반 보통역에서까지 거의 갑절은 되는 승하차 인원들로 차 있었고.
파업이건 아니던 간에 2호선 양산행 열차는 그리 자주 오는 편이 아니라서, 일단 호포역에서 내려 다음 차를 기다렸다. 한켠에 낙동강 하류가 바라다보여 굉장히 상쾌한 조망이 인상적이었는데, 건너편 승강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쓰지 않는 듯했다. 두 번째 짤방에서는 인근 경부선 선로를 내달리는 KTX의 모습도 보이고 있고.
2호선 전동차 앞부분. 1호선과 달리, 2호선과 3호선 전동차는 출입문 네 개짜리의 '표준형' 이라 그렇게 생경하지는 않았다.
호포역을 지나서는 두 정거장에서만 정차할 뿐이었는데, 도중의 두 역은 아직 역 주변이 개발도 안된 곳이라 그냥 통과하고 있었다. 양산시는 부산의 위성도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도시계획이나 개발 정도가 수도권 도시들의 그것보다 좀 뒤늦은 듯한 인상이었다.
2호선 구간 왕복을 마치고 다시 대연동으로 돌아와 돼지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마지막으로 남은 목표인 국제시장 근처 중고음반점인 '먹통닷컴' 을 찾아 1호선 자갈치역으로 향했다. 파업 여파가 역내 에어컨 가동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역 구내는 지상역 지하역 할 것 없이 후덥지근했다. 다만 객차 안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냉방이 되어 있어서 그나마 나은 상황이었고.
자갈치역에서 내려 노포동 방면 쪽으로 연결된 지하상가를 타고 좀 더 걷다가 부산극장 인근의 출구로 올라왔다. 이번에도 상세한 약도를 그려왔기 때문에 헤매지 않고 갈 수 있었는데, 멀티플렉스 영화관들과 재래시장 분위기가 공존하는 기묘한 곳이었다.
재래시장은 '국제시장' 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 중고음반점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아마 그 시장 길목 같았다. 골목길에는 떡볶이며 순대, 돼지껍질 등을 파는 노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부산에서는 순대를 막장에 찍어먹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돼지국밥이라는 메뉴가 점심을 해결해준 상황에서 함부로 돈을 쓸 수는 없었다.
먹통닷컴은 그렇게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지는 않았다. 위 짤방처럼 건물 옆의 흰색 입간판이 그 존재를 말해주고 있었는데, 일단 먹음직스러운 시장 음식들에 군침을 삼키면서도 2층으로 올라가봤다.
2층은 중고 CD와 테이프, 비디오테이프, DVD를 취급하고 3층에서는 중고 LP와 SP 등을 취급하고 있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턴테이블을 이미 처분한 이상, 3층에 갈 일은 없어서 그냥 2층 가게로 들어갔다.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찾은 대로 CD 하나를 집어 계산을 하고 나왔다. 부산에서 산 처음이자 유일한 CD였는데, 관련 포스팅은 추후 '음악잡설' 카테고리를 통해 할 예정이다.
노포동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자갈치역으로 들어왔다. 부산지하철 승강장의 가판대에서는 신문이나 잡지 외에도 위 짤방처럼 DVD를 같이 팔고 있어서 이채로웠는데, 다만 '진짜 정품 맞나?' 는 끝없는 의문이 든 데다가 타이틀도 그다지 끌리는 것이 없어서 구입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번 지하철 여행에서 가장 진풍경이었던, 중요한 기계설비가 들어있을 차량 내부의 문을 헤벌레 열고 다니던 전동차의 내부 모습(참고로 맨 끄트머리 전동차였다). 누가 호기심에, 혹은 악의로 건드렸다가는 운행에 분명 차질을 빚을 수 있을 모습이었다. 파업의 여파였는지, 아니면 차량 정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참 보기 좋지않은 모습이었고.
그렇게 노포동까지 나를 실어다준 1호선 열차. 사람들이 다 내린 뒤 아마 노동조합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파업 관련 유인물이 실린 카트를 끌고 전동차에 탔는데, 이내 그 문제의 문을 발견하고 급히 수리하고 있었다.
노포동역에서 일단 돌아갈 고속버스 차표를 끊고 나자,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차는 저녁 7시에야 출발하게 되어 있었고, 그 때까지 약 3시간 가량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1일권 뽕빨(?????)' 의 차원에서 타고 오다가 눈에 띈 명륜동 롯데마트에서 아이쇼핑이나 할까 하고 다시 지하철을 탔다.
명륜동역에서 롯데백화점과 마트로 통하는 구름다리는 신평 방면으로 난 별도의 통로를 통해 오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온천장역 등 다른 지상역에서도 이런 구조물로 역사와 대규모 복합상가를 잇고 있었고.
구름다리 내부. 다만 유리로 사방을 막지 않고 양옆을 틔워놓은 구조라, 냉난방 가동의 여지는 없었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마트 구조는 서울이나 다른 도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 곳이 부산임을 알려주는 유제품 코너의 '부산우유' 나 주류 코너의 'C1' 소주는 여전히 눈에 띄고 있었고. 하지만 있으면 분명히 샀을 기린빵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체 어느 할인점에서 팔고 있을까.
다시 노포동역으로 돌아와서. 기지로 입고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전동차가 보인다. 이후에도 사진은 몇 장 더 찍었지만, 대부분 관련 음식 포스팅으로 돌릴 예정이고.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부산을 충분히 돌아봤다고 할 수는 없었는데, 국제시장이라던가 서면 같은 번화가 외에도 바다 구경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것이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부산 방문이 아니길 바랄 뿐이고. 다음에는 지하철과 연계해서 대전이나 광주 쪽도 여행하고 싶기는 한데, 일단 돈과 시간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계획을 짤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