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고기 종류는 거의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걸로 치면 돼지고기가 1순위다. 그래서 순대국이나 돼지머리국밥 같은 것을 설렁탕이나 갈비탕보다도 더 자주 찾고 있는데, 부산의 명물이라는 돼지국밥에도 자연스레 호기심과 식탐이 발동했고.
전날 밤 오뎅으로 배를 채운 뒤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서울에서 미리 사두었던 빵을 아침밥 대신 우물거리며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나니 벌써 점심때였다. 돼지국밥집은 부산 시내에 수도 없이 널려있었지만, 굳이 다시 여행 거점이었던 대연역으로 돌아와 먹으러간 것도 사전 조사한 정보와 계획에 의한 것이었고.
먹어보기로 결정한 곳은 미소오뎅의 대각선 맞은편에 바로 보이는 '쌍둥이 돼지국밥' 이라는 집이었는데, 식사시간 때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고 해서 유명한 집이라고 대충 들었었다. 내가 갔을 때도 가게 안의 식탁이란 식탁은 꽉 차있었는데, 다만 우려했던 긴 대기줄은 없었다. 게다가 혼자갔던 터라 합석이기는 했지만 자리가 꽤 빨리 잡혔는데, 오른쪽 문가에 난 탁자로 안내되었다.
메뉴판. 일본 관광객들을 위해 돼지국밥과 수육백반에는 일본어를 병기해놓고 있었다. 일단 가장 정통적인 메뉴로 여겼던 돼지국밥(4500\)을 주문했다.
사람이 많아 꽤 혼잡한 분위기였지만, 반대급부로 테이블 셋팅이나 음식 나오는 속도는 꽤 빨랐다. 자리에 앉은지 3분도 채 안돼 우선 차려진 밑반찬들. 생마늘과 풋고추, 겉절이와 김치의 중간 정도였던 배추김치. 양파장, 쌈장, 새우젓국,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추(경상도 사투리로는 '정구지' 라고 함) 무침이 주루룩 놓였다. 다만 테이블이 그다지 큰 편은 아니라서, 합석한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잠시 늘어놓는 법을 궁리해야 했고.
그러고 1분 정도 뒤에 국밥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진하지는 않았는데, 돼지잡내가 없던 것은 물론 괜찮았다.
부산 사람들이 하는 대로 부추 무침을 죄다 국밥 그릇에 털어넣고, 새우젓국도 넣고, 공기밥도 통째로 말아 셋팅해 봤다. 부추는 생각보다는 별로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았고, 국밥에 든 고기와 같이 먹으니 기름진 음식과 적당한 균형을 맞춰주고 있었다.
다만 국이 좀 더 뜨끈뜨끈하고 진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는데, 아무튼 부산에서 사먹은 두 번째 끼니로 큰 부족함은 없었다. 혹시 부산에 갈 기회가 또 생긴다면, 내장국밥과 수육백반도 맛보고 싶다.
이렇게 '부산 명물 음식' 두 가지를 맛보는데 성공했는데, 그 후에도 이른 저녁을 부산에서 한 번 더 사먹었다. 하지만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것이었는데, 어쨌든 다음 편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