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4편 글 끄트머리에서 예고한 대로, 이번에는 집에서 정말로 가까운 곳을 골라 갔다왔다. 내 기준이기는 하지만, 짜장면이 꽤 맛있어서 그리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들르던 곳이었고. 하지만 볶음밥을 시켜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V. 유락반점 (신당역 근처)
이번 집도 지난 번의 오구반점과 마찬가지로 화상(華商)임을 강조하는 중화요릿집인데, 종업원이나 주방장 등 직원들 모두가 한국어와 중국어를 능란하게 구사한다. 서플 갔다온 뒤 황학동 중고음반점 일대를 순례하고 들어갔는데, 일요일 오후라는 시간대라 그런지 사람은 나 빼면 짬뽕 시켜먹던 아저씨-묘하게 지난 번과 상황이 비슷하다-뿐이었다.
내가 신당동 쪽으로 이사갔을 때,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점심참으로 배달시켜 먹은 것도 이 집의 짜장면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인상에 남는 걸까. 아무튼 그 때까지만 해도 소박하고 털털한 중국집 분위기였던 점포였는데, 몇년 전 가게를 싹 리모델링하고 나서는 꽤 깔끔한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중고음반점에서 정말 레어템으로 여겨지는 토이 5집을 만원이라는 초염가로 지를 수 있어서 입가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는데, 고픈 배를 채워주기 위해, 그리고 이 시리즈의 글감을 위해 볶음밥 곱배기(6000\)를 주문했다. 물가 인상으로 음식값도 올랐음은 견출지로 땜질한 메뉴판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진다는 일기예보를 화두로 손님과는 한국어로, 자신들은 중국어로-다만 대화 내용에 관해서는 모르겠다-대화하는 점원들의 말을 들으며 사온 CD를 체크하고, 가게 안을 잠깐 찍어봤다. 손님이 없는 시간대라 그런지 평소보다 좀 더 깔끔해 보였다.
중국집에 관한 이미지는 고딩 때 읽었던 정진권의 수필 '짜장면' 에서처럼 위생 상태가 좀 떨어지고 고색창연한 곳이 맛집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도 있는 것 같은데, 식품위생에 대한 세세한 관심과 검사의 엄격함이 날로 강해지는 시점에서는 뻘소리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테고.
음식을 주문하면 나오는 기본찬 삼총사. 지난 번의 오구반점과 달리, 여기서는 김치도 내온다. 단무지 인심도 이 쪽이 좀 더 많이 쓰는 듯.
그리고 나온 볶음밥. 여기서는 볶을 때 달걀을 풀어헤치지 않고, 냄비에 슬쩍 부친 뒤 얹어주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오구반점에서 기대했던 계란탕 국물이 오히려 이 집에서 나왔다! 우왕ㅋ굳ㅋ.
볶음밥 맛은 지난 번 오구반점보다 '불맛' 이 약간 덜나기는 했지만, 고슬고슬한 밥과 위에 얹은 달걀이 묘하게 조화로운 맛이었다. 다만 곁들이로 나오는 짜장이 약간 짰다는게 좀 거슬렸는데, 볶음밥 간이 약간 싱겁게 된 것으로 봐서는 비벼먹을 때를 감안해 균형을 맞추려고 했던 것 같다. 계란탕도 마찬가지로 담백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맛.
가격 면에서는 이 시리즈에서 처음 찾아갔던 충무로의 신락원보다는 약간 비싼 정도이자 지금까지 찾아가본 가게들과 평균치가 같은 정도였는데, 다만 다른 가게들과 달리 여기는 다리나 발을 다쳐서 절룩거리지 않는 한, 발품팔기 귀찮다고 안간다는게 말이 안될 정도로 가까이 있다는 최단거리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이 동네 사람이 아니라면 찾기가 좀 힘들 수도 있다. 큰 길가에 있는 집이 아니라 골목에 자리잡고 있으니. 2호선 신당역 4번출구로 나와서 왼쪽으로 걷다 보면 나이키 매장과 함께 왼편으로 난 골목이 있는데, 그리로 꺾어서 다른 골목들 무시하고 두 블럭 정도 걷다 보면 오른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뷁 지도에 발로 그린 아래 약도 참조.
*참고로 대각선 맞은편에는 일본 유명 성우인 나X타X 히X미 까들에게 만년떡밥인 일본계 모 신흥종교의 신당동지부 건물이 있으니, 거기만 찾아도 헤맬 일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