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까지도 모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탓에, 꽤 체력이 떨어지는 몸으로 가야 했던 행사였다. 그나마 지하철역 지척에 있는 SETEC이어서 다행이었는데, 코스프레 차림으로 지하철을 타고 오는 용자는 못봤더라도 여전히 학여울역 대합실을 점령하고 있는 '무허가 코스어' 들의 위상(?????)은 여전했다. 아무튼 깨끗이 무시하고.
방학 때만 되면 뭔가 기대할 만한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동인 행사인데, 더불어 입장객도 몇 배는 증가하는 탓에 꽤 당혹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좀 느즈막히 갔다는 것이 겨우 12시를 좀 넘긴 시간이어서, 1관 첫 줄부터 인파에 막혀 전진하는데 몇 분씩 걸리는 것도 예사였고.
라휘아 화백의 회지. 서플에서 샀었고, 10월 서코 우수회지로도 뽑혔던 물건. 소장용으로 구입했다. 내용은 마지막에 특전 삼아 실린 4컷 빼고는 상당히 진지한 편. 우수 회지로 꼽힐 만한 퀄리티였기에 추가로 질렀다.
Black Market (3관 M41): 케이온 패러디 회지 (제목 불명. 4000\)
elover 화백과 peia 화백의 공동 회지. 예전과 달리 올컬러였고, 대사 한 마디 없는 무성영화 혹은 마임을 연상시키는 물건이었다. 후기에 의하면 코미케 처녀 참가용으로 제작했고, 일본어 지식이 부족해 대사 없이 그렸다고.
일본을 공격한다일본 행사를 공략한 회지다 보니 가장 유명한 축에 드는 일본 동화인 '모모타로' 와 '우라시마타로' 두 가지로 패러디했는데, 졸라짱쎈 츠무기와 안습+굴욕의 미오는 필견. 그리고 표지밖에 못나온 노도카 지못미.
추가로 예전에 나온 케이온 회지의 표지로 제작한 자그마한 엽서와, 수위가 (한국 기준으로는) 다소 세서 표지로 쓰려다 반려했다는 일러스트가 든 브로마이드가 같이 제공되었다. 다만 브로마이드는 말아주지 않고 그대로 준 탓에, 직접 말아서 다른 브로마이드 두루마리에 끼워넣어야 했다.
전자는 안경쓴 여캐 위주로 만든 깜쥐 화백과 piah 화백의 공동 작품이고, 후자는 팬티바람의 여캐(...)를 주요 소재로 한 깜쥐 화백의 작품. 참고로 후자는 '12금' 이다. 둘 다 오리지널과 패러디가 섞여있었는데, 패러디의 경우 전혀 관심없거나 공감 못하는 작품들도 종종 끼어 있었지만 '일러스트레이터 보정' 으로 감내했다.
ma petite armoire, ta petit placard (1관 D20): 합동 일러스트북 (책 제목=부스 제목. 5000\)
진서하 화백의 주도로 제작된 앤솔로지 스타일의 일러스트북. 프랑스어는 영 젬병이라 뭔 뜻인지는 모르지만, 주최자의 말로는 '서로의 옷장을 파헤쳐보는 컨셉' 으로 제작된 책이라고 한다. 오리지널북.
늘 마지막으로 들려서 잡담때리다 오는 고정 부스. 신간이나 신작 물품이 저것 뿐이라 강탈해왔다(???). 대신 모자라는 거스름돈과 빵을 제공했고. 내년 행사에는 새로운 회지를 내야겠다고 하는데, 뭘 패러디할지 한참 고민 중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성남의 모 제과회사에서 일하게 됐다는 소식도 들었고, 새로 뽑은 아이폰도 볼 수 있었다. 워낙 최신 기술에 뒤처지는 스타일이라, 지금도 박터지는 논쟁의 흐름도 읽을 수 없어서 그다지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하지만 왜 눈물이 흐르는지는 모르겠다
오랜만에 2만원 넘게 지른 행사였는데, 그나마 이달 초중순에 9일 동안 했던 알바비 40만원이 이틀 전에 들어온 탓에 현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저런데 쓸 계획을 다 세운 탓에 무절제하게 지를 수도 없었고. 1월 행사 때는 또다시 빈털터리가 될 것 같아 그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