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뭔가를, 특히 스케줄을 잘못 알고 잡아서 피보는 일이 요즘 꽤 된다. 가령 지난 주에는 금요일(6일)이 빨간날인줄 모르고 그 날 발표할 레포트를 준비하면서 법석을 떨었는데, 정작 빨간날인줄 알게 된 것은 바로 전날인 목요일. 물론 일찍 준비했다는 점에서 뻘짓은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과제곡도 아닌 공모전 제출용 합창곡을 구상하고 있으니 그 쪽에는 분명한 손실이 있었겠고.
그리고 오늘은 국악 관련 수업 중에 민요 열 곡이랑 장단들을 외워 시험보는줄 알고 일요일도 반납하고 방에 틀어박혀 이불 뒤집어쓰고 웅얼거리며 외웠는데, 그렇게 해도 다섯 곡도 채 외우지 못해 패닉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음 주라고 해서 또 헛물켰고. 물론 남들이 놀 때 나는 다섯 곡은 어설프나마 외웠으니 그걸로 액땜한 셈 해야되나?
#2
후기 안쓴거 하나 합해서(6월 5일), 지금까지 세 번 촛불집회에 나갔다. 기말고사가 닥쳐오는 만큼, 앞으로 더 나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집회의 추이도 지켜봐야 하고. 프락치니 한총련이니 해서 폭력시위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데, 그 정체가 어떻든 시민들이 그들을 끌어내려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글루스에서도 요즘 자주 출몰하는-특히 뉴스밸리-'애국애족 쿨게이들' 의 존재도 보기 싫은데, 굳이 그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는 떡밥을 던져줘서야 쓰겠는가. 뭐가 어쨌건, 기말고사 일정이 얼추 마무리되는 대로 개인적인 스케줄도 조정하면서 몇 번 더 나갈 생각이다.
#3
곡도 곡이고, 시험도 시험이고, 집회도 집회지만 오덕질도 오덕질이다. 오늘 과제곡으로 쓴 6중주를 지도교수님 서명받아 제출하고 홍대 쪽엘 들렀다. 홍대야 목적은 코밑월드(가칭???) 예매권 구입 아니면 뭐가 있겠는가. 비싸다는 생각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한 장을 구입한 뒤, 홍대 캠퍼스로 올라가 봤다. 요전에 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페스티벌 때 만난 지인이 '홍대에서는 데자와가 한 캔에 500원 한다' 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고.
정말로 자판기에 500원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감기 기운으로 띵한 정신줄을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었는데, 가격의 착함도 착함이었지만 자판기 옆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 훈훈함을 더했다. 해달 세 마리가 '티 타임' 을 즐기는 모습의 작품이었는데, 특히 진짜 물이 고여 있는 도랑에 뉘어놓은 해달의 센스가 그랬고.
그리고 잘하면 방학 동안 홍대에 자주 들락거릴 일도 있을 것 같다. 위에 언급한 그 지인이 홍대생이고, 악기 연주를 취미로 즐기면서 교내 아마추어 관현악단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거기서 리허설 지휘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써달라고 데꿀멍(???)했기 때문. 보수가 적고 많고, 혹은 없고도 중요하지 않다.
이런 자리가 정말로 드물게 들어오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해보고 싶다. 더 털어놓자면, 그것 때문에 여름 방학 때 몇 명끼리 모여서 독일 다름슈타트 국제현대음악제에 가는 계획조차도 포기한 상태고 계절 학기도 그 스케줄과 맞지 않으면 포기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니까.
#4
음대 자료실에서 오래된 잡지들을 가끔씩 열람하곤 하는데, 지금 시류와 비교해 봤을 때 참 말도 안되는 내용들이 난무한다는 인상이다. 어느 촉망받는 유태계 연주자를 소개하며 '음악계를 주름잡고 있는 유태인 마피아가 단원 하나를 더 받은 셈' 운운하는 엄청난 무개념 언사부터 시작해서, 윤이상 곡을 독일에서 지휘했다가 음악계의 중진과 원로들로부터 제대로 다굴맞았던 고 임원식 선생의 기사까지 봤을 때는 막말로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 한국 음악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의 작품도 작품이거니와, 저렇게 이념의 희생양이 되어놓고도 나중에 그것을 뉘우치기는 커녕 되레 큰소리를 치던가 말만 바꾸면 다인 줄 알고 뻔뻔스럽게 행동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눈에 띈다. 물론 다른 나라도 그 나라 사람이라면 나처럼 깐깐하게 굴 수도 있을 것이지만, 자기 나라를 남에게 팔아먹은 편에 선 사람이 오히려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환경이란 이 나라 아니면 찾아보기도 힘들지 않은가.
요컨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다. '좌빨' 이던 '우빨' 이건, 일단 돈 좀 벌고 요직에 좀 앉아보자는 식의 안이한 태도가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저 기사들 외에도 그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1987년 6월 항쟁 직전에 의식 있던 작곡가들-그 중에는 지금 내 작곡 지도교수님도 포함되어 있음-이 모여 작성한 시국 선언문을 보면서 뭔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러한 목소리를 낼 음악인들이 과연 또 존재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어떠한 형태로 등장할 것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음악계에 과연 어떠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5
아까 3편에서 언급한 '감기 기운', 아직 떨어질 기미가 없다. 목은 간질거리고 머리는 띵하고 몸은 뜨거운 상태. 그나마 화요일에 듣는 수업이 다 종강된 상태라 학교갈 일은 없지만, 한 번 감기에 제대로 걸리면 열이 40도에 육박하는 괴이한 신체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그게 걱정이다. 뻥안치고 아무 것도 못한다. 음악도 피치가 반음 낮게 들릴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
나는 솔직히 두 번째 집회 나갔을 때 물대포 맞고 '분명히 이것 때문에 감기 한 번 걸릴거 같다' 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그것은 별게 아니었다. 특별히 찬 것을 많이 먹은 일도 없었는데 말이지. 어쨌든 내일 중에 호전이 돼야 모레 시험도 그렇고 제대로 풀릴 텐데.
뭔가를, 특히 스케줄을 잘못 알고 잡아서 피보는 일이 요즘 꽤 된다. 가령 지난 주에는 금요일(6일)이 빨간날인줄 모르고 그 날 발표할 레포트를 준비하면서 법석을 떨었는데, 정작 빨간날인줄 알게 된 것은 바로 전날인 목요일. 물론 일찍 준비했다는 점에서 뻘짓은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과제곡도 아닌 공모전 제출용 합창곡을 구상하고 있으니 그 쪽에는 분명한 손실이 있었겠고.
그리고 오늘은 국악 관련 수업 중에 민요 열 곡이랑 장단들을 외워 시험보는줄 알고 일요일도 반납하고 방에 틀어박혀 이불 뒤집어쓰고 웅얼거리며 외웠는데, 그렇게 해도 다섯 곡도 채 외우지 못해 패닉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음 주라고 해서 또 헛물켰고. 물론 남들이 놀 때 나는 다섯 곡은 어설프나마 외웠으니 그걸로 액땜한 셈 해야되나?
#2
후기 안쓴거 하나 합해서(6월 5일), 지금까지 세 번 촛불집회에 나갔다. 기말고사가 닥쳐오는 만큼, 앞으로 더 나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집회의 추이도 지켜봐야 하고. 프락치니 한총련이니 해서 폭력시위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데, 그 정체가 어떻든 시민들이 그들을 끌어내려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글루스에서도 요즘 자주 출몰하는-특히 뉴스밸리-'애국애족 쿨게이들' 의 존재도 보기 싫은데, 굳이 그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는 떡밥을 던져줘서야 쓰겠는가. 뭐가 어쨌건, 기말고사 일정이 얼추 마무리되는 대로 개인적인 스케줄도 조정하면서 몇 번 더 나갈 생각이다.
#3
곡도 곡이고, 시험도 시험이고, 집회도 집회지만 오덕질도 오덕질이다. 오늘 과제곡으로 쓴 6중주를 지도교수님 서명받아 제출하고 홍대 쪽엘 들렀다. 홍대야 목적은 코밑월드(가칭???) 예매권 구입 아니면 뭐가 있겠는가. 비싸다는 생각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한 장을 구입한 뒤, 홍대 캠퍼스로 올라가 봤다. 요전에 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페스티벌 때 만난 지인이 '홍대에서는 데자와가 한 캔에 500원 한다' 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고.
정말로 자판기에 500원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감기 기운으로 띵한 정신줄을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었는데, 가격의 착함도 착함이었지만 자판기 옆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 훈훈함을 더했다. 해달 세 마리가 '티 타임' 을 즐기는 모습의 작품이었는데, 특히 진짜 물이 고여 있는 도랑에 뉘어놓은 해달의 센스가 그랬고.
그리고 잘하면 방학 동안 홍대에 자주 들락거릴 일도 있을 것 같다. 위에 언급한 그 지인이 홍대생이고, 악기 연주를 취미로 즐기면서 교내 아마추어 관현악단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거기서 리허설 지휘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써달라고 데꿀멍(???)했기 때문. 보수가 적고 많고, 혹은 없고도 중요하지 않다.
이런 자리가 정말로 드물게 들어오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해보고 싶다. 더 털어놓자면, 그것 때문에 여름 방학 때 몇 명끼리 모여서 독일 다름슈타트 국제현대음악제에 가는 계획조차도 포기한 상태고 계절 학기도 그 스케줄과 맞지 않으면 포기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니까.
#4
음대 자료실에서 오래된 잡지들을 가끔씩 열람하곤 하는데, 지금 시류와 비교해 봤을 때 참 말도 안되는 내용들이 난무한다는 인상이다. 어느 촉망받는 유태계 연주자를 소개하며 '음악계를 주름잡고 있는 유태인 마피아가 단원 하나를 더 받은 셈' 운운하는 엄청난 무개념 언사부터 시작해서, 윤이상 곡을 독일에서 지휘했다가 음악계의 중진과 원로들로부터 제대로 다굴맞았던 고 임원식 선생의 기사까지 봤을 때는 막말로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 한국 음악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의 작품도 작품이거니와, 저렇게 이념의 희생양이 되어놓고도 나중에 그것을 뉘우치기는 커녕 되레 큰소리를 치던가 말만 바꾸면 다인 줄 알고 뻔뻔스럽게 행동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눈에 띈다. 물론 다른 나라도 그 나라 사람이라면 나처럼 깐깐하게 굴 수도 있을 것이지만, 자기 나라를 남에게 팔아먹은 편에 선 사람이 오히려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환경이란 이 나라 아니면 찾아보기도 힘들지 않은가.
요컨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다. '좌빨' 이던 '우빨' 이건, 일단 돈 좀 벌고 요직에 좀 앉아보자는 식의 안이한 태도가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저 기사들 외에도 그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1987년 6월 항쟁 직전에 의식 있던 작곡가들-그 중에는 지금 내 작곡 지도교수님도 포함되어 있음-이 모여 작성한 시국 선언문을 보면서 뭔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러한 목소리를 낼 음악인들이 과연 또 존재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어떠한 형태로 등장할 것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음악계에 과연 어떠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5
아까 3편에서 언급한 '감기 기운', 아직 떨어질 기미가 없다. 목은 간질거리고 머리는 띵하고 몸은 뜨거운 상태. 그나마 화요일에 듣는 수업이 다 종강된 상태라 학교갈 일은 없지만, 한 번 감기에 제대로 걸리면 열이 40도에 육박하는 괴이한 신체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그게 걱정이다. 뻥안치고 아무 것도 못한다. 음악도 피치가 반음 낮게 들릴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
나는 솔직히 두 번째 집회 나갔을 때 물대포 맞고 '분명히 이것 때문에 감기 한 번 걸릴거 같다' 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그것은 별게 아니었다. 특별히 찬 것을 많이 먹은 일도 없었는데 말이지. 어쨌든 내일 중에 호전이 돼야 모레 시험도 그렇고 제대로 풀릴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