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즌 3의 세 번째 방문 목표가 되었던 구의동의 모 화상은, 평일 오후에 두 번째로 찾아가 가게 앞에 붙은 '가정 사정으로 당분간 휴점합니다' 라는 공고문을 보고 급짜식해져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찾아간 곳이 마포역 근처의 외백(外百)이었다.
사전에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딱히 찾아가는데 어렵지는 않았는데, 큰길 가에 있는 곳이 아니라서 초행길인 사람은 다른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에 있는 약도를 보고 찾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일단 3번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비껴가는 골목으로 들어간 뒤 레드망고와 GS25를 찾으면 만사형통.
보이는 바와 같이, 좁다란 골목에 틀어박히듯 위치해 있어서 다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GS25 간판 쪽에 희미하게 노란 바탕의 세로 간판이 보인다.
가게 앞 모습. 특별히 '화상' 이라고 붙여놓지는 않았지만, 들어가서 1분만 있어도 곧바로 화상임을 알 수 있다. 주문 받을 때 아주머니들이 외치는 소리는 중국어 혹은 강한 중국어 억양의 한국어니까. 점심식사 때 갔기 때문인지, 사람은 꽤 많았다. 2층도 사용하고 있던 것 같아서, 1층이 다 찼을 경우 2층으로 올라가라고 귀띔해주고 있기도 했다.
1층 가게 안의 구조는 꽤 독특했다. 위 짤방에서 보이듯 한쪽 벽이 일본요릿집처럼 완전히 오픈된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주방 같지는 않았고 아마 설거지를 하거나 단무지나 양파, 춘장 같은 곁들임들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다찌처럼 보이는 곳은 실제로 다찌는 아니고,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임시로 올려놓고 있었다.
식사부 메뉴판. 테이블마다 책자 형태로 놓여 있었는데, 다른 중국집들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삼선수초면' 이나 '전가복밥' 같은 독특한 메뉴들이 눈에 띈다. 물론 모두 먹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좀 궁금했고. 어쨌든 이번에도 볶음밥 곱배기(6500\)를 시켰다.
주문하고 곧바로 셋팅된 수저와 양파, 단무지, 춘장, 깍두기. 내가 겪어본 한, 중국집에서 깍두기를 내주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흥미로왔다. 다만 한 젓가락도 손에 대지 않고 식사를 끝내서 무슨 맛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왜 그랬지?
식사 메뉴가 많이 주문되는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꽤 빨리 나왔다. 사각형 접시에 담아주는 것도 특이했는데, 영화루와 원흥, 이품처럼 여기도 볶음밥 위에 반숙달걀부침을 얹어주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밥에도 달걀을 풀어 볶았고. 그리고 밑의 짤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같이 나오는 국물도 계란탕 국물이다.
여전한 저질 짤방으로는 확인 불가지만 고슬고슬하고 약간씩 그을음이 보이는 밥 상태부터 범상치 않았는데, 실제로 불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곁들임 짜장이 별로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같이 나왔으니 절반은 볶음밥만, 나머지 절반은 짜장을 비벼먹는 식으로 해치웠다. 짜장은 약간 달달한 편.
계란탕 국물. 맑게 끓인 것을 내오는 다른 집들과 달리 다소 탁한 빛깔이 인상적이다. 맛도 다른 곳과 달리 마늘의 맵싸한 맛이 좀 강한 편이었는데, 볶음밥의 느끼함을 덜기 위한 조리법인지는 몰라도 꽤 독특했다. 예전에 찾아갔던 집들과 마찬가지로 깔끔하게 마무리.
골목길에 위치하기는 했지만, 바로 근처에 빌딩숲들이 위치해 있어서 근처 직장인들도 많이 식사하러 오는 분위기였다. 동네 중국집의 분위기와 회사 밀집 지역 중국집의 분위기가 공존하는 독특한 모습이었는데, 지하철역도 가까이 있다는 접근성 면에서도 주목하고 싶은 가게다.
다만 골목길이라고는 해도, 차가 꽤 자주 다녀서 인도인지 보도인지의 개념이 좀 애매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마포구청 측에서 인도 위주로 개수 공사를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좁다란 골목에 차가 꽤 자주 오가는 길 특성상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 궁금하다.
서울 시내의 공략 대상으로 남은 곳은 한 다섯 곳 정도인데, 특이하게 중국집이 아닌데도 볶음밥 스킬이 고렙이라는 곳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전부 다 다른 지역에 분산되어 있는 탓에, 특별히 찾아가려면 역시 확실한 현찰 보유와 결단력(???)이 있어야 할 듯. 근데 난 존나 충동적이잖아? 난 안될거야,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