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온 쪽의 입구. 디자인이 모두 똑같아 구별하기 쉽지 않은데, 높게 솟은 콘크리트 둔턱이 입구 오른쪽에 있으면 육지 쪽, 왼쪽에 있으면 섬 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미사꿀빵 분점은 통영고등학교 가는 길에 있었는데, 학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난 골목으로 들어가 다시 왼쪽 골목으로 틀면 나온다. 본점보다는 더 기업화된 모습이었는데, 전국에 택배로 배송하는 오미사꿀빵도 여기서 만드는 제품이다. 이미 본점에서 한 묶음을 산 탓에, 또 한 묶음을 사기는 좀 그랬고 내가 먹을 것만 네 개를 낱개로 샀다. 가격은 개당 700원으로 본점과 같다.
돌아오는 길에는 잠시 하릴없이 바닷가 쪽을 거닐었다. 물론 모래사장 그런건 없어서 운치 따위는 없었지만, 비오는 와중에도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들이나 바닷속에서 무언가를 건져올리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리고 바닷가답게 닭둘기비둘기보다는 훨씬 많이 보였던 갈매기. 새우깡을 사서 손등에 올려놓으면 잽싸게 낚아채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실 외지인 입장에서야 신기하고 놀아주고 싶은 새라고 해도 여기서는 비둘기와 다를 바 없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었다.
다시 해저터널을 타고 뭍으로 올라왔다. 예전에는 없었던 입구의 깔끔한 안내판이 눈에 띄어 찍어봤는데, 마지막 단락이 다소 자기 정당화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기본적인 역사 개요를 잘 요약해놓고 있었다.
계속되는 멋없는 바다컷. 항만 시설 외에도 꽤 큰 선박들을 건조하는 조선소가 두세 곳 눈에 띄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 때가 가까워져서, 다시 서호시장 쪽으로 돌아갔다.
이번 목표는 우동과 짜장을 섞어먹는다는 '우짜'. 서로 다른 국수 요리를 섞어먹는다는 다소 괴악한 컨셉이라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조합은 아니라 나름대로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었다.
유명한 통영 시내 우짜집은 항남우짜와 할매우짜 두 곳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이번에 가본 곳은 후자였다. 원조시락국 집에서 좁은 시장 골목을 타다 보면 나오는데, 이렇게 골목과 시장 거리 양쪽에 모두 입구가 나 있어서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상관없었다. 일단 처음 갔을 때는 골목에 난 문으로 들어갔다.
점심 때라고는 해도 12시를 겨우 넘긴 와중이었고,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은 없었다. 주인장 분인 할머니도 가게에 딸린 작은 단칸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다가 나오셨는데, 물론 특별히 고민할 것 없이 우짜를 시켰다.
메뉴판은 이렇다. 가게 분위기는 평범한 분식집 같은 인상이었지만 특별히 여러 종류를 벌여놓지는 않고 면류와 죽류 위주를 내놓고 있었다. 우짜도 물론 땡겼지만 또 하나 관심있는 메뉴가 있어서 이 날만 두 번을 갔다오게 되었다.
주문한 우짜. 우동 위에 짜장과 채친 단무지를 올리고 고춧가루와 깨를 뿌린 모습이다.
하지만 저 상태로 먹으면 의미가 없어 보여서, 마구 뒤섞었다. 마치 짜파게티를 끓일 때 물을 안따라버리고 만든 듯한 모습이라 보기는 영 아닌데, 먹어보니 꽤 맛있어서 놀랐다. 우동국물과 짜장과 고춧가루가 짭짤하고 매콤한 맛을 적절히 조화시켜서 꽤 식욕을 당겼는데, 물론 깨끗이 비웠다.
왠지 한 그릇 더 먹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돈도 그랬고 다음 별미를 위해 또 어느 정도는 뱃속을 비워놓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포기했다. 다음 끼니 때까지 또 속절없이 시내 이리저리를 돌아다녔는데, 통영을 상징하는 한 위인과 관련된 배에도 승함할 기회가 있었고 또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다음 편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