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서울이 아니라 인천, 특히 차이나타운에 있는 가게에 찾아갔다. 다만 이번 방문은 미리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간 것이 아니라, 충동적으로 점심 끼니 때우려고 들어갔다가 꽤 괜찮았던 점에서 굉장히 우연한 경험이었다.
왠지 모르게 월병이 땡겼고, 서코(서울 코믹월드) 때 항상 들르는 지인들을 위해 뭔가 특별한 선물을 줘야 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어서 세 번째로 차이나타운에 간 것이 4월 서코 바로 전날 금요일. 물론 이번에도 찾아가 구입한 곳은 복래춘이었다. 이걸로 끝내고 집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지하철에서 오랜 시간 서서 온 탓인지 꽤 배가 고팠다.
하지만 차이나타운 쪽 음식점은 그냥 혼자서도 편하게 들어가서 한 끼를 해결할 분위기의 집들이 그리 많지 않아 발들이기 다소 부담스러운 편인데, 복래춘 가는 골목에 비교적 일반적인 '중국집' 삘나는 가게 하나가 눈에 밟혀 일단 들어가기로 했다. 가게 이름은 대창반점(大昌飯店).
그럭저럭 큰 2층짜리 건물의 1/3 정도를 나눠쓰는 형태라 겉보기에도 그리 으리으리하다는 인상은 없었는데, 나머지 2/3을 차지하는 공간도 다른 중국음식점이 쓰고 있었지만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 폐점해 빈 공간만이 덩그러니 남은 상태다.
메뉴판. 폰카 렌즈면의 스크래치도 있고 해서 여전히 화질은 안좋은 상태인데, 그나마 식사부 쪽은 한결 알아보기 좋게 찍혀줬다. 대부분 평균적인 중국집 가격인데, '하얀짬뽕' 이라고 적힌 메뉴가 좀 신경이 쓰였다. 나가사키식 안매운 짬뽕으로 여겨졌지만, 시켜서 먹어보기 전에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음식일 듯.
예전에 이 가게는 아니었지만 다른 곳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다가 그리 특출나게 개성적인 맛을 느끼지는 못했던 터라, 여기서도 무난해 보이는 볶음밥 곱배기(5500\)를 시켰다. 하지만 사전에 전혀 조사하지 못한 가게라, 행여 줄알에 오이섞어 부친 것을 밥 위에 얹어서 내오는건 아닌가 하고 내심 불안했고.
주문하고 나서 받은 찻잔과 반찬들. 그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광량 조절이 도무지 되지 않아 참 난감하게 찍힌 실내 사진. 2층에도 연회석이 있기는 하지만 1층 분위기는 전형적인 동네 중국집 스타일로 소박하게 되어 있었다. 주방은 약간 어정쩡하기는 하지만 열려있어서 요리하는 모습을 힐끔힐끔 볼 수 있었다.
나온 볶음밥. 정말 '다행스럽게도' 오이는 찾아볼 수 없는, 게다가 반숙한 달걀부침까지 올라앉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의 중국집 볶음밥이라는 모습이었다. 밥에도 댤걀이나 잘게 썬 당근과 파 같은 흔히 볼 수 있는 꾸미 외에 돼지고기 잘게 썬 것도 충분히 들어 있었고. 그리고 일반적인 곱배기 볶음밥과 비교해도 양이 꽤 많았다. 곁들임 짜장은 약간 짭짤한 편.
딸려나온 국물은 일반적인 짬뽕국물. 다만 곁들임 다운 컨셉인지(?) 건더기는 대부분 양파와 당근, 애호박 등 야채들이었고, 해물 종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징어라도 약간 걸렸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양 많은 볶음밥을 먹으며 간간이 입을 가실 정도의 얼큰함은 충분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정말 먹어봐야 할 메뉴는 짜장면이 아니라 해물이 듬뿍 들어가는 짬뽕이라는 말을 현지인들에게 많이 들어본 탓에, 짬뽕의 내공-특히 하얀짬뽕-도 약간 궁금해지기는 했다.
큰 기대도 하지 않고 배채우려고 들이닥친 결과 치고는 배부름이나 입의 즐거움 모두 꽤 만족스러웠는데, 언제 또 차이나타운에 갈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짬뽕을 꼭 먹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나왔다. 물론 이후에도 볶음밥 레이드(???)는 고향인 서울로 돌아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중이니, 시즌 3의 뻘글 목록은 꽤 길어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