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점찍어둔 가게도 이제 두어 군데 남겨두고는 다 갔다왔는데, 이번에는 서울 북서쪽의 홍제역(3호선) 인근에 있다는 한 곳을 찾아가봤다. 이름은 '동화원(東和苑)' 이었는데, 네이뷁에서 검색해 보니 의외로 가게 정보가 나와서 그것을 참고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웹상에 올라와 있는 위치 정보는 그다지 정확하다고 볼 수 없었는데, 마치 골목 안에 있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4번 출구로 나와서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골목을 돌아다녔지만 허사였다. 그나마 아이파크 아파트쪽 골목에서 어느 4~5층짜리 골목 뒷편에 '동화원' 이라고 적힌 빨강 바탕 팻말을 보고서야 감을 잡았고, 큰길가로 나와서야 찾을 수 있었다.
'유한의원' 이라는 한의원 밑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네이뷁에는 한의원 못미쳐서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더 헷갈렸다. 아무튼 큰길 기준으로는 홍은사거리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가 시작되고 약 50m 정도 더 가서 나오는 위치였다. 그리고 여기도 '화상' 이라고 써붙여놓고 있었고.
점심때와 저녁때 사이에 가서 그랬는지, 손님은 나 말고는 없었다. (다만 내가 한창 처묵처묵할 때 할머니 한 분과 대학생들로 보이는 남녀 네 명이 들어오는 등 몇 사람 더 들어왔다.) 주문이야 뭐 요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개속 생각할 필요 없이 볶음밥 곱배기(6000\).
메뉴판은 이렇게 탁자마다 유리깔개 밑에 집어넣어놓고 있었다. 요리부 쪽 메뉴에는 '중짜' 와 '소짜' 로 구별해 시킬 수 있도록 표기했는데, 양보다 가짓수를 중시하는 단체 손님들이라면 소짜로 여러 가지를 시켜먹는 편이 괜찮을 듯.
메뉴판 말고도 탁자와 유리깔개 사이에는 이렇게 중국 미인도의 복제판도 끼워놓고 있었다. 이외에도 여러 중국 관련 장식물들로 내부가 꾸며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주방에서 중국말이 오갈 정도로 '화상 티' 를 많이 내는 집은 아니었다.
주방은 가게 뒷편에 격리되어 위치하고 있었는데, 아예 내부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었고 창문으로 약간이나마 조리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오타이와 공부가주, 옌타이 고량주 등을 비롯한 다양한 중국 술이 진열된 벽붙이장도 눈에 띄었다. 다만 유리를 열지는 못하게 되어 있어서, 판매가 아니라 장식용으로 진열한 것으로 여겨졌다.
우선 나온 반찬들과 짬뽕국물. 사진에 찍히지는 않았지만, 따끈한 차도 도자기 찻잔에 담겨 나왔다.
차려진 볶음밥. 여기도 역시나 달걀부침을 올려주고 있었다. 볶음밥 꾸미는 달걀과 채썬 당근, 파라는 흔히 예상 가능한 것들이었는데, 다만 곁들임 짜장의 경우 다른 곳과 달리 돼지고기를 넉넉히 넣고 볶아낸 것을 얹어주었다. 양파는 살짝 익혔는지 너무 무르지 않고 씹는 맛도 적당히 아삭했고. 얼큰하고 약간 기름진 짬뽕국물에도 잘 익은 야채와 함께 오징어나 조갯살이 종종 걸려 나왔다.
다른 곳과 달리 여기서 얹어낸 달걀부침은 완숙이었다. 좀 더 불맛이 강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약간은 있었지만, 볶음밥의 기본 소양인 고슬고슬한 밥 상태는 꽤 괜찮았던 편. 게다가 곁들임 치고는 짜장과 짬뽕국물도 고기와 해물 인심이 좋은 편이라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집에서 좀 먼 것이 약간 아쉬울 따름.
뱀다리: 집으로 돌아가려고 다시 홍제역으로 내려갔는데, 특이하게 역 지하공간 일부가 모 할인마트 체인에 임대되어 사용되고 있어서 들어가 봤다. 규모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지만, 다른 할인마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홈베이킹 재료라던가 하는 품목들까지 갖춰놓아 인상적이었다.
특히 무엇보다 그 동안 이제 한국에서는 수입식품 상가 외에는 구할 길이 없어 보였던 마일로가 진열되어 있어서 놀랐다. (자세히 보니 베트남산 제품을 한국네슬레에서 정식 수입한 것이었다.) 맥아가 들어가 다른 코코아/초콜릿 가루보다 고소한 맛이 강했던 탓에 어릴 적에 많이 타먹었는데, 돈이 좀 더 넉넉히 있었다면 하나 사왔을지도. 다만 할인마트 가격까지 따져봐도 다른 파우더류보다는 비싼 편이었다. 왜 마이너 상품이 되었는지. lll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