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에 들렀다가 우연찮게 들어가 먹어보고 만족했던 대창반점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인천 소재 중화요릿집이 '회락춘(會樂春)' 이라는 곳이었다. 다만 지하철이 닿지 않는 곳의 대중교통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인천의 사정 덕분에 다소 고생을 해가며 찾아가야 했다.
버스 노선도를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고 생각해 인천지하철 1호선의 부평시장역에서 내렸는데, 약도 상으로는 일단 걸어갈 만큼의 거리라고 생각했던 것 부터가 오판이었다. 도로 표지판을 따라 서쪽 방향으로 가는 감을 간신히 유지하면서 쭉 걸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먼 편이었다. 게다가 막다른 골목에 잘못 들어갔다가 헤맨 것까지 합하면 한 2km는 족히 걸었던 것 같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갈까'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이미 걸어온 길이고 버스비 더 깨지는게 아깝다고 생각한 가난뱅이 근성 때문에라도 계속 걸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이정표인 롯데마트 부평점을 낀 사거리를 발견했고, 거기서 조금 더 걷다 보니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이름부터 강한 압박을 주는 '북두칠성 금은방' 이 포인트인데, 가게를 끼고 골목을 열 발짝 정도 들어가면 왼쪽에 있는 적벽돌 건물을 볼 수 있다. 바로 이번 목표.
사실 내가 알아본 버스 노선은 맞는 것이었다. 백운역에서 탈 수 있는 566번 녹색 버스-버스 크기로 봐서는 마을버스인 듯-의 '산곡중학교' 정류장이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이었는데, 정류장 명칭 보다는 행선지가 훨씬 크게 인쇄된 정류장 표지판부터가 꽤나 이해하기 힘든 컨셉이었다. 물론 이 정류장 말고도 반경 100m 이내에 다른 정규 시내버스들이 서는 정류장도 있었는데, 롯데마트 쪽에 좀 더 가깝긴 하지만 24번과 67번 두 노선이 정차하는 한양쇼핑 정류장도 이용할 수 있다.
가게 앞. 적벽돌 건물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오래된 인상은 아니었고, 그냥 동네 사람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배달 가능 중국집이라는 외관 그 자체였다.
가게 안의 테이블 유리 밑에 끼워놓은 빛바랜 메뉴판과 벽에 걸어놓은 메뉴판. 가격은 벽걸이 메뉴판에만 기재되어 있다. '부평구 중화요리 연합회 최저 가격표' 라는 것으로 봐서는, 대부분의 부평구 중국집들의 가격들도 이 정도인 듯. 메뉴 종류도 다른 중국집들과 크게 차이가 없었는데, 술 손님들도 종종 있는지 '삼선술국' 이라는 음식도 식사부에 기재되어 있다.
뭔가 형언하기 힘든 오라가 인상적인 냉장고가 포인트...라는건 훼이크고. 그냥 폰카 화질과 찍는 사람 기술이 엿같은 것 뿐이다. 오른쪽에 헬멧 쓴 아저씨는 배달 담당이신 듯.
기본 밑반찬. 배추김치와 단무지, 양파, 춘장으로 갖춰져 나왔다.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고.
볶음밥 곱배기(5500\). 달걀부침 반숙이 올라앉은 것과, 밥에 돼지고기 잘게 썬 것을 섞어 볶은 것은 대창반점의 볶음밥과 유사했다. 밥 상태는 고슬고슬했지만 불맛은 약간 부족한 편이었고, 곁들임 짜장은 약간 달착지근했다.
다만 밥이나 짜장보다는 섞어 볶은 부재료들의 상태 때문에 약간 신경이 쓰였는데, 특히 당근의 경우 다른 집보다는 더 크게 썰어 볶았지만 볶은 정도가 약한 편이라 꽤 딱딱한 편이었다. 생당근이나 덜 익힌 당근의 오독거리는 식감을 싫어하는 입맛 때문에 먹으면서도 계속 식감이 신경쓰여서, 평소보다 단무지와 양파를 훨씬 많이 곁들여 먹어야 했다.
오히려 더 인상이 강했던 것이 딸려나온 짬뽕국물이었다. 꽤 뜨겁고 매웠지만 건더기들은 곁들임 답잖게 꽤 화려했다. 흔히 많이 쓰이는 해물 건더기들인 오징어와 홍합 외에 굴까지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그냥 짬뽕이 아닌, 곁다리로 나오는 짬뽕국물에 굴이 들어간 것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차라리 짬뽕을 시켜먹는 것이 더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볶음밥의 만듦새가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깨끗이 먹어치웠다. 거리도 멀고 주변에 특별히 눈길을 끄는 명소도 없어서 언제 다시 올 지도 기약이 없는 상태지만, 혹시 다음에 올 기회가 있다면 짬뽕을 한 번 시켜먹어보고 싶다.
가게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롯데마트 쪽은 나름대로 아파트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서 '신도시삘' 이 꽤 물씬 풍기는 데 반해, 이 중국집이 있는 쪽은 오래된 티가 많이 나는 5층짜리 아파트나 단층집, 상가 등이 대부분이라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린벨트 지정이 된 것도 아닐 테고, 그렇다고 재개발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대체 뭐가 문제인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돌아갈 때 부평역 쪽으로 가는 버스를 아무거나 잡아타고 가면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근처에 육군 부대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동원 사단이기는 하지만 엄연한 군사 시설인 만큼 주변에 고층 건물을 짓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들도 병영 쪽으로는 창문을 내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주변 도로도 시골에서나 있을 법한 좁은 2차선 도로였고, 버스들이 이 길을 요리조리 빠져나가 큰길로 가는 묘기(?)를 당연하다는 듯 부리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이제 남은 곳은 딱 하나. 그것도 중국집이 아닌, 그냥 일반 한식집이다. 하지만 시간을 못맞춰 방문에 성공했음에도 못먹고 나오기도 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위치는 확실히 알고 있으니, 언젠가는 먹고 말겠다...고 다짐은 하고 있지만, 치과 진료가 계속 예약돼 있잖아? 난 안될거야. 아마...lll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