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리던, 부산에서 열리건 코믹월드의 8월 행사는 늘 그 시기 때문에 많은 의혹과 비판을 받고 있다. 행사의 개최 주체부터가 일본 기업이고, 8월이라는 달은 광복절과 경술국치일이 모두 끼어 있어서 늘 이 달 행사는 민족감정과 한일관계라는 떡밥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경술국치 100주년이라는, 끝자리 0의 상징성이 강한 날에 절묘하게 스케줄을 맞추어 행사가 열렸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작년 광복절 때와 달리, 주최 측에서 특별히 코스프레 금지 등을 내걸지도 않은 터라, 뭔가 심상찮은 조짐이 보여왔었고. 하지만 국치일 바로 전날인 토요일만 갔다온 이상, 일요일은 어땠는지 직접 볼 기회는 없었다.
다만 모 방송국에서 일요일 행사를 찍어갔다는 카더라 통신이 돌고 있고, 토요일만 갔다오기는 했어도 소위 '일색' 이나 '극우' 계통의 코스프레인 기모노 의상이나 나치 친위대 의상을 입은 개념 소재가 의심되는 녀석들이 분명히 눈에 밟혔기 때문에 이거 갖고도 한참을 까고 씹을 수 있을 듯. 아무튼 코믹월드 측에서는 8월에 행사를 열지 안열지, 열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좀 숙고해 주기 바란다.
코믹월드 홈페이지의 동아리 인포를 적극 활용해서 사전에 살 것을 미리 찍어놓고 갔고, 거기에서 한 치의 벗어남 없이 지름을 마쳤다. 몇 달 전 미리 입금하고 예약한 하나를 제외하면 딱 20000원이 들었다.
Butterfly Dream (1관 A29): 컬러 일러스트북 'Honey Pot' (3500\)
나르닥 화백 작품. 지난 달 공식 3집 일러북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빨리 속편이 나왔다. 다만 공식 일러북의 외전 격으로 단시간에 작업한 물건이라 그랬는지 3.5집이라는 번호를 달고 있었다. 패러디부터 자작까지 노란색이 주가 되는 여자사람 일러스트가 가득 담긴 책.
2009년 10월 이래 한동안 불참하다가 10개월 만에 참가한 동인 팀의 신간. 개그 위주였던 지난 회지들과 달리 이번 시리즈 패러디북은 다소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가 주가 되고 있는데, 하루히의 얀데레화가 가속화되는 등 공포물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다. 래는 이 책 외에 동시 진행하던 패러디북 시리즈인 '케이오프!' 의 속편도 나올 예정이라고 했지만, 인쇄소 사정 때문에 9월 서코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클레타 (1관 C45): 사운드 호라이즌 합동지 'Creta' (선입금 예약 구매)
두 번의 펑크를 겪고 나서야 꽤 힘들게 구할 수 있었던 앤솔로지. 사호의 곡에 대한 감흥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참가 작가들 중 개인적으로 최우선 구입 대상자들이 끼어 있어서 구입했다. 수록된 순서대로 모니카 화백, Chris 화백, Kotama 화백, Ayto 화백과 cocoon 화백 다섯 사람이 참가했다.
에피소드마다 남녀 불문하고 최소 한 명씩은 피칠갑을 하고 죽어나가는 비극들이라 가볍게 읽기는 힘들었지만, 그보다 원작 앨범인 'Elysion' 의 스토리 자체를 모르니 이해가 완전히 되지 않았다. 엘리시온 앨범이 한국에 정발되어 있으려나...
포니테일 (1관 A30/31): 창작 회지 'PINK Milky Way' (3500\)
클레타 앤솔로지에도 참가했던 모니카 화백의 개인지. 해당 작가의 창작 회지로는 처음 보는 것이라 꽤 흥미로운 물건이었는데, 비교적 무난하고 담백한 학원물이었다. 다만 히로인이 '코피가 잘 나는 여학생' 이라는 설정이 꽤 독특했고. 후기를 보니 모 순정지의 신인작가 공모전에 냈다가 낙선한 원고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한 동안 묵혀놨다가 올해 7월의 창작 온리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고 한다.
디바 퍼레이드! (3관 H01): 합동 컬러 일러스트북 'Diva Parade!' (4500\)
하트캐치★파라다이스 (3관 H02): 합동 컬러 일러스트북 'Heart♥Catch Paradaise' (셋트가격 5500\)
디바 퍼레이드 바로 옆에 붙어 있던 부스였는데, 일러스트북 컨셉도 대동소이하다. 10대 초중반 소녀 대상인 원작에 버닝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소위 '존잘러 포스' 때문에 구입했다. 참가 작가들은 juna 화백, 라임캔디 화백, 망가진르망 화백, 나르닥 화백, zinno 화백, 가하 화백, 영인 화백, TARUK 화백, moai 화백, Rabitto 화백, 다루 화백과 라지카 화백.
일본에서 올 여름 코믹마켓에 처음 선보여진 일러북이라 그런지, 코멘트가 한국어와 일본어 두 개 언어로 인쇄되어 있다. 책과 부채 합쳐 4500원에 팔고 있었지만, 여기에 카드택과 작은 수첩까지 더한 셋트가 1000원 추가 가격을 팔고 있어서 셋트를 샀다.
비가 억수로 퍼붓던 일요일은 그냥 집에 처박혀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취재 루머가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어조나 견해로 방송될지가 꽤 기대된다. 다만 찍어갔던 아니건 간에, 코믹월드라는 행사가 너무 자주 열리는 행사고 동인 행사를 지나치게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은 여전하니 뭐가 되던 까일 것은 분명할 것 같다. 심하면 까이는 단계 위인 털리는 단계까지 갈 지도 모르겠다. 대표이사부터 상막장인 모 사이트 소속 모 갤러리에서 레이드 뛰러 오면 말이다.
다음달에는 서코던 부코건 단 하루, 일요일만 개최된다고 하는데, 다소 무리하게 일정을 잡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덕질을 하고 나가야 하는 내게는 오히려 행운이겠지만, 이렇게 자주 열리다 보니 전체적인 퀄리티가 자꾸 열화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거고. 코믹월드는 과연 변화를 꿈꾸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