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로 배채워 보기-화양시장 명동분식.

'시장 음식' 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흔히 '서민적' 이라는 것이 통념인 것 같다. 늘 선거철만 되면 대통령 후보건 국회의원 후보던 간에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환담을 나누고 시장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고. 물론 그렇다고 그 후보 혹은 당선자가 정말 친서민 정책을 추진한다고 철석같이 믿으면 심히 골룸할 듯.

장보는게 주 임무(???)가 아니라서 시장 가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가끔 갈 때면 시장 문턱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들 때문에 가끔 '지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따끈한 멸치육수에 말아주는 잔치국수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 혹은 돼지머릿고기, 쉴새없이 지글대며 수북히 쌓여가는 녹두빈대떡 등등.

집에서 그렇게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건국대학교 근처 화양시장 쪽에 값싸고 맛있다는 만두집이 있다고 해서 추석 연휴 직후 찾아가 봤다. 만두 상자를 바치면 게시판을 만들어 준다는 어느 화상 만큼의 빠심은 없지만, 주어지면 목구멍 꽉꽉 찰 때까지 먹어치울 자신도 있는 음식이기도 하니.

가는 길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2호선 건대입구역 1번출구로 나와 성수역 방향으로 잠깐 걷다가 맨 먼저 마주치는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만사형통. 아예 골목 초입에 먹자골목이라고 간판을 달아놓고 있었는데, 물론 몽땅 음식점으로 들어차지는 않았지만 횟집이나 분식집, 핫도그 전문점, 일본식 주점, 중국집 등 꽤 다양한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계속 걷다가 갑자기 눈앞에 '시장 골목' 삘 물씬 풍기는 풍경이 보이면 거의 다 온 셈이다. 시장 골목 기준으로 바로 왼쪽에서 찾아낸 '명동분식'. 이 날의 목표 가게였다. 가게 이름보다 김밥과 만두를 더 크게 써넣은 간판이 특이했는데, 아마 이 가게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들로 여겨진다.

들어가자마자 메뉴판부터 빨리 훑어보고는 찐만두와 김치만두를 주문했다. 각각 12개가 든 한 접시에 2000원이라는 꽤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예전에 경기가 좋았을 때는 여섯 개에 1000원씩도 판 모양이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도 메뉴판에서 사라졌을 뿐이지 그렇게 달라고 하면 주기는 하는 듯.

군만두 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그 딱딱한 식감을 그다지 즐기지는 않아서 보류했는데, 가게 밖에서 만드는 것을 보니 일단 찐만두를 기름 두른 번철에 지져서 두 번 익히는 식으로 조리하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다 쳐도, 과연 만두 두 접시로 배를 채울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있어서, 정 성에 안차면 라면이나 순대 같은 다른 걸 또 시켜볼까 궁리도 하고 있었고.

안에서 먹는 손님이던 밖에서 싸가는 손님이건 계산은 무조건 밖에서 해야 한다. 일단 단무지나 간장 종지, 오뎅국물은 가져다 주는데, 더 먹고 싶으면 셀프로 해결하라는 공지도 붙어 있다. 불친절한거 아닌가 싶겠지만, 가 보면 왜 셀프로 해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아저씨 한 분과 아주머니 세 분이 일하고 있는 가게지만, 저마다 역할 분담이 되어 있어서 손님 없는 시간에도 상당히 분주한 모습이라 계산하는 역할을 딱 한 사람에게만 맡긴 듯 하다.

아저씨는 가게 바깥에 있는 튀김 냄비에서 꽈배기며 단팥도너츠, 고로케를 쉴새없이 튀겨내고 나머지 아주머니들은 각각 만두빚기와 찌기, 군만두 만들기 등을 병행하고 있었다. 주문 돌아가는 것으로 봐서는 역시 만두가 제일 많이, 그리고 빨리 나가는 듯 하다. 고로케도 한 번 먹어보고 싶었지만, 주문한 시점에서 막 튀겨내고 있어서 너무 뜨거울까봐 결국 포기했다.

우선 받은 오뎅국물과 단무지, 간장 종지. 간장 종지는 단무지 위에 포개어져 나오는데, 만두 자체가 간간한 편이라 쓸 일은 없었다.

각각 위에서부터 김치만두와 찐만두. 색깔로 확연히 구분되는 모양새다. 알아본 대로 각각 12개 씩 한 접시에 담겨서 나오는데, 크기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대략 물만두와 교자만두의 중간 크기 정도? 하지만 일렬로 쫙 붙어서 나오는 모양새는 확실히 많아 보였다.

일단 오뎅국물과 단무지로 입을 가셔가며 하나씩 천천히 먹어봤다. 둘 다 만두속이 약간 질척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질척하기는 해도 느끼하지는 않아서 크게 문제삼을 일은 없었다. 간도 딱 적당해서 특별히 간장에 찍어먹을 일도 없었고, 스물네 개를 한번에 먹으니 꽤 배도 불렀다. 만약 순대나 다른 것들을 시켰다면 다 못먹었을 지도. 다만 이 때 뱃속이 그렇게 요동을 치는 상황은 아니어서 그렇게 느껴진거 같기도 하다.

이후 한 네 번 정도 더 갔다왔는데, 한때 배추값 폭등 때문에 김치만두를 못먹고 온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고로케나 순대, 떡볶이 등 다른 메뉴를 시켜먹고 왔는데, 고로케는 일반 찐만두 속과 같은 것을 쓴 튀김빵이라는 이미지 그대로였다. 다만 떡볶이는 개인적으로는 좀 아니었고, 순대도 그냥 평범한 인상이었다. 만두에 워낙 삘이 꽂혀서 그런건지?

뱀다리: 그리고 애석하게도 11월 중순 쯤에 가격이 올랐다. 으아니 챠! 왜 오라가느거야!! 9월에 처음 가서 찍어온 메뉴판과 비교해 보면 육수가 눈앞을 가리는 상황. 그래도 맛이나 양 면에서 변동을 느낄 수 없었고, 인상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