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단순히 '싸다' 는 이유만으로 '그렇고 그런 염가 음반사' 라고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화된 음반사가 바로 홍콩 소재 다국적 기업인 '낙소스(Naxos)' 다. 물론 나는 이 기업을 단순히 박리다매한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까지도, 그렇다고 찬양하지도 않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예전이든 최근이든 나오고 있는 음반이나 음원들 중에는 꽤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낙소스는 2000년 이후로 다소 중구난방하게 나오던 음반들의 가이드라인 격으로 레이블을 세분화하고, 낙소스 본진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컨셉들의 선집 시리즈들을 정해서 음반을 내놓고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일본작곡가선집' 과 '틴트너 메모리얼 에디션' 두 종류다.
일본작곡가선집은 일본 기준으로 2001년 11월에 나온 '일본 관현악 명곡집' 을 시작으로 2000년대 후반까지 모두 22장의 앨범이 선보여졌다. 물론 그 중에는 벳쿠 사다오 작품집같이 낙소스 뮤직라이브러리 등 인터넷 음원 서비스 외에는 여전히 일본 로컬반으로만 유통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인터내셔널 릴리즈로 나와서 낙소스 음반이 유통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저 시리즈는 2007년 12월에 나온 스물두 번째 앨범인 오자와 히사토의 작품집을 끝으로 거의 3년 동안 후속반 발매가 중단되어 있었다. 낙소스 측에서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추측해 보기로는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 때문에 낙소스도 당분간 어느 정도는 긴축 운영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 선집들을 위한 녹음들은 이미 그 전부터 몇 장 더 만들 수 있을 만큼 완성되어 있었지만, 채산성 등의 문제로 계속 음반이나 음원 제작과 배포가 미뤄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12월에 호소카와 도시오의 작품집이 인터내셔널 릴리즈로, 마츠무라 데이조의 작품집이 일본 로컬(CD)과 인터내셔널(인터넷 스트리밍 & MP3)로 발매되면서 공식적으로 발매와 제작이 재개되었다.
마츠무라 작품의 녹음이 이미 2006년 9월에 완료되었고, 호소카와 작품 녹음도 2008년 11-12월에 제작된 것으로 봐서는 발매 중단 기간 중에도 녹음 자체는 주기적으로 계속된 것이 확실하다. 다만 다케미츠 이후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일본 작곡가 반열에 든 호소카와 작품집만이 인터내셔널로 풀린 것을 보면, 마츠무라 작품집이 인터내셔널로 풀리려면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일본작곡가선집 외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반가웠던 소식은 틴트너 메모리얼 에디션의 발매 재개였다. 낙소스에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을 남기고 타계한 지휘자 게오르크 틴트너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된 시리즈인데, 그가 만년에 집중적으로 육성한 심포니 노바 스코샤를 지휘한 실황녹음과 스튜디오 녹음으로 제작된 1~7집과 10~12집 10장은 이미 2003-04년에 출반되었지만, 캐나다 국립 청소년 관현악단을 지휘한 실황녹음들로 제작될 예정이었던 8집과 9집은 계속 발매가 미뤄지고 있었다.
발매 연기에 대해서는 해당 녹음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라는 말이 있었는데, 올해 11월에 갑자기 8집과 9집에 추가로 13집까지 세 종류가 인터넷 스트리밍/MP3 음원으로 발매된다는 공지가 낙소스 홈페이지에 떴다. 예정대로 12월에 나온 음원들은 각각 말러의 교향곡 10번 1악장과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현악 합주판(8집),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돈 후안' 과 피츠너의 오페라 '팔레스트리나' 1막과 2막 간주곡(9집), 그리고 말러 교향곡 1번(13집)이었다. 피츠너의 곡은 예정에 없던 터라 더욱 놀라운 소식이었고.
낙소스 뮤직라이브러리에서 들어본 바로는, 녹음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낙소스 홈페이지와 뮤직라이브러리에는 미망인인 타냐 틴트너가 작성한 라이너 노트만 제공되고 있어서 정확한 녹음 일자와 장소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단 전반적인 음질 자체가 마치 카세트 테이프에 담은 듯이 다소 대역폭이 좁고 답답하다. 악단이나 녹음 주체 쪽에서도 음반 제작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고 녹음한 것 같은데, 여러 모로 아쉬울 수밖에 없는 녹음들이었다.
그렇기는 해도 해당 곡들 모두 틴트너 지휘로는 처음 발매된 음원이고, 음질 문제를 접어두면 어느 정도 연주도 괜찮은 편이라 CD 발매도 기대하고 싶다. 다만 아직 낙소스 측에서는 인터넷 음원 외에는 다른 형태로 발매할 계획이 없어 보인다.
이것들 외에도 음반 수가 너무 방대해서 살 엄두는 못내고 있지만, 신보가 나올 때마다 뮤직라이브러리로 들어보고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 작품 전집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아직은 음반 갯수가 그리 많지 않아 덜 부담스러운 그리스작곡가선집과, 예전에 나왔지만 요 근래에야 살 생각이 들기 시작한 가브리엘리 금관 합주 작품집 세 장도 있고. 물론 이런 희망사항을 모두 충족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말이다.
*All CD Images: ⓟ 2010 Naxos Rights International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