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정광수의 돈까스가게와 더불어 양대 '돈까스집' 으로 여기는 곳이 용사의집 양식당이다. 물론 스타일과 분위기는 상당히 다른데, 귀국 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볼까 했다가 헛걸음을 치고 2011년이 겨우 하루 남은 시점에서야 오랜만에 찾아갈 수 있었다.
처음 갔다가 헛탕친 날 찍은 짤방. 다소 고색창연했던 콘크리트 외벽을 타일과 유리로 마감해 놓았다. 반 년 동안 뭔가 맘잡고 새단장 공사를 한 것 같은데, 다만 주변 건물은 간판 빼고는 거의 변한 것 없는 그대로였다.
양식당의 경우 메뉴도 뭔가 일신된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신메뉴가 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현수막이 1층 로비 유리창에 붙어 있었다. 다만 스파게티는 독일에 있을 적에 거의 주식 수준으로 쳐묵쳐묵한 까닭에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다.
마침내 찾아갔을 때. 건물 안에 이렇게 영업 시간 연장을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었는데, 이 계획은 그다지 오래 가지는 못한 것 같다. 자세한 건 저 아래 쪽으로.
붓글씨로 쓴 안내판도 여전했는데, 영업 시간도 새로운 방침에 맞추어 같이 표기되어 있었다.
메뉴판. 역시나 여기도 구제역과 물가 인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는지, 예전보다 꽤 가격이 올라 있었다. 하지만 가격은 아무래도 좋으니 음식만은 그대로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일단 돈까스와 추가빵을 시켜봤다.
식탁에 먼저 깔린 것들. 피클도 작은 종지에 나오지만, 아예 주문할 때부터 빼달라고 했다. 샐러드가 좀 더 간소화된 것을 빼면 그다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작 주메뉴인 돈까스가 나오자, 약간 실망했다. 물론 모양새 자체는 내가 떠나있기 전과 별 다를 바가 없었지만, 양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가격 인상 만으로는 돼지고기 수급이 어려웠던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예전에 먹었던 것보다는 확실히 작아져 있었다.
양이 줄어서 아쉬웠던 마음은 이렇게 추가빵으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 모닝롤 두 개에 마가린 섞은 혼합 버터와 딸기잼 코디는 여전했는데, 이제 '민간인' 이 여기서 이렇게 먹으려면 8000원 하고도 100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현실이 다소 씁쓸하게 느껴진다. 물론 여기 말고 다른 음식점들도 오르는 가격은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해가 넘어가고 겨울도 끝물 탈 무렵에 한 번 더 찾아갔다. 헌데 작년 말에 찾아갔을 때는 21시까지 영업한다고 했던 공고문 대신 19시 30분까지 영업한다는 새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이곳이 군 관련 복지 시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군필자로서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군인의 일과는 대개 18시 되면 땡 하고 끝난다. 물론 '짬' 이 돼야겠지만, 병사들은 저녁 먹고 취침 점호할 때까지 대략 네 시간 좀 못되는 짧은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다(물론 그 시간에 초병근무 투입되면 좀 구질구질하지만). 그런데 21시까지 영업한다고 방침이 바뀌었으니, 일과 후에도 근무해야 하는 조리병이나 여타 병사들은 내색은 못해도 뭔가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설령 군인이 아닌 군무원이라고 해도, 추가 수당 등의 당근 없이 밤 9시까지 근무하라고 하면 누가 좋아할까.
아무튼 그렇게 해서 3월 1일부터-사실 3월 1일도 공휴일이라 실제 적용되는 날은 2일로 여겨진다-적어도 양식당과 한식당의 병사와 군무원들은 연장 영업의 부담을 좀 덜게 되었다. 그건 일단 민간인인 내게는 아무래도 좋았고, 이번에는 생선까스를 먹기 위해 또 양식당으로 들어갔다.
작년에 찍지 못했던 음료 부문 가격표. 이 쪽도 역시 올라 있었는데,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뭔가 비범한 이름의 '동의명차' 는 여전히 궁금하다. 아마 한약재 종류를 넣어 달인 차 같은데, 식사하러 가본 적이야 몇 번 되지만 차 마시러 가본 적은 전무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으니 직접 확인하지는 못할 듯. 참고로 여기도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1100원 더 내고 추가빵을 시켰다.
다행히도 생선까스는 양이 줄지 않고 예전처럼 세 토막 나오는 식으로 계속 가는 것 같다. 따로 옆에 덜어놓은 타르타르소스, 얇게 썬 레몬 조각 등 겉보기도 동일했는데, 돼지고기 수급과 가격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여기서 식사한다고 하면 생선까스를 택하는 것이 나을 듯 보인다.
물론 맛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정말로 갓 튀긴 것을 내왔는지, 반가워서 숭덩숭덩 썰어 입안에 넣었다가 정말 뜨거워서 혼났다. 겉보기에는 그렇게 뜨거워 보이지도 않았는데. 결국 입천장이 벗겨지기는 했지만, 양이 줄지 않았다는 안도감 덕에 깨끗이 비웠다.
돈까스 먹으러 간 작년과 생선까스 먹으러 간 올해 사이에 약 두 달 남짓 텀이 있는데, 물론 그 사이에 집밥만 먹은 것은 아니었고 이것저것 쳐묵하러 계속 돌아다녔고 지금도 그러는 중이다. 다음에는 밀린 짤방 정리할 겸 두서없이 늘어놓으며 숨돌린 뒤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