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관련 포스팅의 성패는 짤방에 좌우된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다. 물론 나야 DSLR은 커녕 그저 폰카 정도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짤방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생략해도 되겠지만. 아무튼 음식 사진 정도만 박아놓고 지나쳐간 먹거리들을 대충 던져놓으며 쉬어가고자 한다.
귀국 후 물물교환을 위해 용인에 사는 지인과 만나 먹은 이마트 푸드코트의 해물볶음밥. 얻어먹은 거라 가격은 모르겠는데, 이게 귀국하고 나서 먹은 첫 한국식 중식 스타일 볶음밥이라 찍어봤다. 푸드코트 음식 치고는 맛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양이 약간 적은 듯해 아쉽기도 했다.
며칠 뒤에는 집에서 멀지 않은, 호프집을 겸하는 돈까스집에도 오랜만에 들러 돈까스+치킨까스 콤보를 시켜먹었다. 구제역의 여파는 여기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제 이렇게 시켜먹으면 5000원을 내야 한다. 사진이 무슨 진흙 두 덩이 얹어놓은 것처럼 볍신같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그리운 음식이었기 때문에 싹싹 비웠다.
2011년의 마지막 날 저녁에 먹은 낙원상가 바로 옆집의 순대국. 꽤 자주 들러서 내가 들어갈 때면 '순대국에 순대 곱창 다 넣어드려요?' 라고 묻던 아주머니는 그대로 계셨지만, 반 년 넘게 외국에 나가 있다 보니 잊어버리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그리웠던 맛을 음미했다. 여기도 가격이 올라 이제는 4000원.
새해를 맞은 후 며칠 뒤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다가 도서관 별관에 입점한 GS25 편의점에서 사먹은 '추억의 도시락' 과 삼양라면.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 때도 지난 터라 매우 배고팠고, 식당도 쉬는 시간이라 이렇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것으로도 다행이었다. 게다가 여기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탁자도 있으니까.
한솥도시락도 귀국 후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각기 돈까스덮밥과 치킨마요로 그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 후자의 경우 '마요치키!' 라는 하렘계 라노베를 보고 충동적으로 먹고 싶어서 사먹은...것일까?
1월 말에는 화양시장의 명동분식에도 오랜만에 난입해 만두 맛을 다시금 봤는데, 다행히 여기는 가격 인상이 없어서 특히 반가웠다. 맥주를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OB 골든 라거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는 것이 이채로웠다.
맥주 천국 독일에서 이것저것 퍼마시다 와서 이제 한국 맥주는 정말 못먹겠다 싶었는데, 그나마 독일식 필스너 맥주를 아주 미약하나마 따라간다고 생각되는게 이 골든 라거랑 하이트 맥스 정도다. 하지만 쌀 등 다른 곡류를 넣은 맥주나 원료를 줄이고 탄산으로 메꾸는 드라이 맥주는 정말 입에 대기도 힘들다. 언제쯤 한국에서 밀맥주나 에일이 생산되려나...
원래 고로케빵은 싸가려고 했는데, 주문할 때 사인이 안맞아 이렇게 나왔다. 어쨌든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는 그대로 먹었고 고로케빵은 다시 싸갖고 가서 먹었는데, 만두 맛은 변함없었지만 고로케빵의 경우 예전보다 묘하게 더 달아진 느낌이었다. 단팥도너츠랑 같이 둬서 그런가?
2월 서코 하루 전날, 뭔가 갑자기 복래춘 월병이 땡겨 충동적으로 인천 차이나타운을 찾아갔다. 월병 사오던 길에 대창반점에 들러 먹은 볶음밥 곱배기. 가격은 잊어버렸다. 돼지고기를 넣어 푸짐하고 고슬하게 볶아낸 밥은 여전했고 계란탕이 따라나온 것도 반가웠지만, 야채가 너무 굵게 썰어진 감이 있었다.
전날 밤에 좀 춥게 잔 탓에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지, 예전같았으면 무리없이 비웠을 곱배기를 좀 힘들게 비웠다. 저녁에 있었던 부천 필하모닉의 공연을 볼 때도 1부 내내 집중하기 힘들어서 커피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몸살 오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주말 서코 관람은 무리없이 할 수 있었다.
서코 첫날 지름을 마치고 들러 먹은 할아버지 돈까스의 돈까스. 여기도 가격이 뛰어 7000원은 내야 한다. 독특한 소스 맛은 여전했지만, 입지가 입지인 탓에 가격 인상의 체감도가 너무 뼈저리게 느껴졌다. 양돈 농가들이 재기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돼지 사육 두수가 는다고 해도 이 가격이 내려가기는 힘들것 같다...
또 한솥. 이번에는 집에서 약간 먼 어느 점포에서 먹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솥도 점포 안에서 먹고 갈 수 있도록 카페식으로 탁자를 들여놓은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내가 독일에 있을 적에 개업한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시켜먹은 것은 '나는 친구가 적다' 의 어느 캐릭터 별명을 연상시키는 고기고기 도시락.
2월 마지막 날 집 근처의 어느 떡볶이집에 들러서 시켜먹은 떡볶이(3000\). 색깔이 좀 이상한 것 같지만 실제로 봐도 저렇다. 소위 '짜장 떡볶이' 인데, 사실 짜장 맛은 생각보다 별로 안나지만 맵지 않아서인지 초등학생들도 종종 먹으러 오는 것 같다. 떡볶이를 들추면 이렇게 밑에 숨어 있던 어묵이 나오는 것도 이 집의 독특한 세팅.
순대(3000\)도 땡겨서 같이 먹었는데, 간은 처음 몇 점 먹을 때는 괜찮았지만 확실히 뻑뻑하기는 뻑뻑했다. 순대가 주력인 집은 아니라 그런지, 간 외에 오소리감투나 염통 같은 다른 부속물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다음 포스팅도 여러 곳을 죽 늘어놓을 예정인데, 귀국 후 처음 먹은 짜장면과 노량진역 인근에서 싸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들을 돌아다닌 기록이다. 어쨌든 앞으로도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