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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가 들어오기 시작한 1980~90년대에 한국 클래식 음반 시장의 거대(?) 레이블은 대략 세 개였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선경그룹의 SKC와 서울음반, 그리고 삼성의 나이세스였다. 하지만 이 세 레이블 모두 IMF때 직격탄을 맞아 공중분해되거나 모기업의 사업 축소나 인수합병 등으로 지금은 추억의 이름이 되어 버렸고.

SKC는 CD 제조 공장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장 빨리 깃발을 꽂을 수 있었는데, 지금도 필립스 등 세계 유명 레이블의 수입반 CD 중에는 SKC에서 프레싱했다고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서울음반은 SKC보다 좀 늦게 뛰어들었고, 나이세스가 막내 격이었고.

서울음반의 경우에는 클래식을 전문으로 하는 서브 레이블로 '칸타빌레(Cantabile)' 를 만들었는데, 그 전에는 RCA의 레이블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서 자사 음반에 RCA 로고를 표기해 발매하기도 했다. RCA와 맺은 계약이 끝날 즈음에 저 칸타빌레 레이블로 클래식 음반들이 새로 제작되거나 혹은 재판되어 나왔는데, 관현악 레퍼토리 쪽에서는 특히 금난새가 꽤 많은 음반을 발매했었고.

이번에 소개할 물건의 경우에는 서울음반이 러시아 쪽에 계속 교두보를 두고 있을 적에 만든 것이었는데, 금난새의 많은 음반들도 모스크바 실내 관현악단이나 레닌그라드 교향악단과 녹음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키타옌코가 모스크바 필 재임 후반기에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나 바실리 시나이스키가 루벤 아하로니안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와 녹음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같은 진귀한 물건들이 나오기도 했고.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 1번과 발레 모음곡 '호두까기 인형' 이 수록된 CD인데, 독주는 최근 유방암 투병을 마치고 KBS 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두 곡이라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레퍼토리를 과감히 택해 재기에 성공한 서혜경이 맡은 물건이었다. 사실 서혜경은 이 CD 이전에도 일본 폴리그램의 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 라이센스로 베토벤의 피아노곡을 수록한 음반을 성음에서 출반한 적이 있었는데, 물론 이 CD나 그 CD 모두 중고 음반점에서 드물게 발견될 정도로 레어 아이템이 되어 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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