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보니 3월 말에 갔다온 이야기를 딱 반 년 뒤에나 포스팅하게 되었다. 수도권 구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 하의 철덕이라, 내가 독일에 있을 적이었던 작년 여름 중부 지방에 퍼부었다는 집중 호우 때문에 초성천 철교가 유실되어 운행이 중단되었던 경원선 소요산 이북 구간의 운행이 재개됐다는 소식은 꽤 솔깃했다.
어차피 비싸지도 않은 요금이고-물론 버스 환승하는 것보다는 비쌀 거다-, 또 그렇게까지 멀지 않은 거리였기 때문에 재개통 당일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동두천역에서 끊은 승차권. 요즘 열차 승차권은 이렇게 영수증 형식으로 나오는 것이 대세인 것으로 보인다. 승차권에 찍힌 열차 탑승 시간은 13시 43분으로 되어 있지만, 잘못 인쇄된 거고 실제로는 15시 43분 열차를 이용했다.
일정이 꼬인 탓에, 역 구내 분식집에서 토스트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찍어본 그 날 새로 갈아놓은 열차 시간표. 물론 철교 시공 과정에서 이런저런 어이없는 실수들이 있고 해서 개통일이 미뤄지기는 했지만, 별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다만 운행 재개 까지 8개월 가까이 신탄리역에서 짱박혀 있었던 통근열차 두 편성이 중검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9시 부터 17시 까지의 비수기 시간대 열차는 종래의 시간당 한 대에서 두 시간당 한 대로 줄어들어 있었다. 물론 중검수가 끝난 6월 말 이후에는 다시 예전처럼 시간당 한 대 주기를 회복한 상태다.
물론 그것 외에는 열차도 주변 풍경도 크게 바뀐 것이 없어서 별다른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신탄리역에 도착했다. 미어 터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예상 외로 이용객 수가 꽤 되어서, 비록 버스가 다닌다고 해도 여전히 경원선 통근열차의 운행을 원하는 수요는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날 태워다준 열차와 행선지 표시판. 올해 11월에 드디어 신탄리 이북 구간 일부가 복구된다고 한다. 도로에 편중된 예산 때문인지 공사 지연이 예삿일인 한국 철도의 형편이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예정대로라면 저 표시판도 몇 달 뒤 바뀔 것으로 보인다.
말 나온 김에 신탄리역 이북 방면의 공사 현장도 잠깐 둘러봤는데,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정말 공사 중이긴 했나 싶었던 곳들에도 어느새 축대가 거의 다 지어지고 있었고, 중장비들도 먼지를 일으키며 한창 작업 중이었다.
철도중단점 푯말 근처에 세워진 '평화누리길' 안내도. 아무래도 북한과 맞닿은 지역이다 보니 여기도 안보 관광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데, 도보와 자전거 여행을 염두에 둔 안내도였지만 아직 그렇게 맘잡고 걸을 준비도, 자전거도 없는 상황에서는 크게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푯말 너머 공사 현장. 아마 새로 가설될 선로는 중단점 선로의 오른편에 들어갈 것 같았는데, 앞선 짤방의 오른편에서 한창 노반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축대도 오른쪽으로 쏠린 것을 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물론 이것도 11월에 개통될 때 가봐야 알겠지만.
신탄리역 앞에 걸린 재개통 안내 현수막. 여기 뿐 아니라 통근열차가 지나는 거의 모든 역-한탄강역 제외-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사실 좀 여유가 있었다면 근처의 약수식당에서 보리밥과 순두부를 쳐묵쳐묵하고 왔겠지만, 결국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돌아가야 했다. 영수증 형태로 발급하던 동두천역과 달리, 여기서는 종래의 승차권다운 승차권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도 그냥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새로 가설된 초성천철교를 지나면서 한 컷. 혹시 모를 문제에 대비해 철교 양 끝에서 감리단이 운행 상태를 살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물론 지금도 철교는 멀쩡한 것 같고.
이렇게 시간에 쫓기듯이 후다닥 여행을 한 것이 아쉬워서 두 달여 뒤에 다시 한 번 갔다왔는데, 그 때는 철도 관련 사진은 없었지만 아쉬움 하나는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미 언급한 약수식당 재방문 식충잡설이니 다다음에 '게속'.